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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강릉 중간' 횡성으로 떠나보자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 모두 풍성한 횡성여행

(강원=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2020-11-27 06:00 송고
횡성 태기산 전망대에서 일몰을 기다리며 바라본 풍경© 뉴스1 윤슬빈 기자
횡성 태기산 전망대에서 일몰을 기다리며 바라본 풍경© 뉴스1 윤슬빈 기자
올해는 국내여행을 재발견하게 된 한 해다. 사상 초유의 감염증 사태가 해외로 나가는 하늘길을 막아버렸다. 자연스레 우리는 국내로 눈을 돌렸고, 더 나아가 '잠깐'이라도 마스크를 벗고 상쾌한 공기와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숨은 여행지를 찾아 나섰다.

'숨은' 여행지는 거창하지 않다. 유명 관광지를 제외하고 생각하면 무척 많다. 사회적 2단계로 격상하기 전, 특산물 '한우'만 알고 있던 강원도 횡성을 떠났다.
횡성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다. 서울과 강릉 그 중간 지점이다. 수도권에서 KTX로 가면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수도권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횡성은 알고 보니, 태백산맥에 둘러싸여 있고 섬강의 수려함과 '천주교의 성지'로서 평안한 휴식이 깃들어 있는 지금 시대에 딱 맞는 비대면 여행지다. 

다른 강원도 지역에 비해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분위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에 딱이다. 

얼마 전엔 서울과 강릉을 잇는 국도42호선을 루지 체험장으로 탈바꿈해 야외 액티비티를 즐기기 좋은 여행지로도 떠오르고 있다. 횡성의 대표 먹거리는 한우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안흥찐빵의 탄생지도 횡성에 있다.
 
강원도에서 최초로 지어진 성당인 '풍수원성당'© 뉴스1
강원도에서 최초로 지어진 성당인 '풍수원성당'© 뉴스1

어떤 종교를 믿든지, 오래된 성당이나 사찰이 주는 평온함이 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에 자리한 풍수원성당이다. 1982년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된 곳이다. 이 성당은 어딘가 낯설지가 않다. 서울 중구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인 '약현성당'과 닮아 있고, 전북 전주의 전동성당 축소판 같기도 하다.  

풍수원성당은 1907년에 완성된 한국에서 4번째, 강원도에선 처음으로 지어진 성당이다. 또한 한국인이 설계부터 건축까지 맡은 성당으로는 최초다.
  
이 성당의 탄생 배경엔 1801년도 천주교가 확산하자 보수적 집권 세력들이 벌인 신유박해가 있다. 40여 명의 신자는 피할 곳을 찾다 이 성당이 자리한 풍수마을에 정착하게되면서, 이후 많은 신자들이 모이게 된다. 이곳에 모인 신자들은 화전을 일구거나 옹기를 구워 생계를 유지하면서 신자촌을 이루었다.

1896년 김대건, 최양업 신부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인 신부로 서품받은 정규하 신부가 이곳에 부임하면서 성당 건축을 시작했다. 신자들이 직접 나무를 패고 벽돌을 만들어 지었다고 한다. 

빨간 벽돌로 쌓은 벽과 뾰족한 4층 종탑의 모습이 고풍스러워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자주 이용되기도 한다. 성당으로 배경으로 한 드라마 '러브레터'의 촬영지도 바로 이곳이다. 

성당 내부는 미사 시간을 제외하고, 방역 검사를 마친 후 둘러볼 수 있다.   
횡성호수길에서 바라본 풍경. 호수에 경치가 고스란히 비춰져 장관을 이룬다© 뉴스1
횡성호수길에서 바라본 풍경. 호수에 경치가 고스란히 비춰져 장관을 이룬다© 뉴스1
마스크를 쓰고 호수 경치를 감상하고 있는 여행객의 모습© 뉴스1
마스크를 쓰고 호수 경치를 감상하고 있는 여행객의 모습© 뉴스1
거대한 호수를 끼고 산책을 해보는 경험을 해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횡성엔 남한강 제1지류인 섬강의 물줄기를 막은 횡성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인공 호수인 횡성호가 있다. 인공호수라고 경치나 규모를 만만하게 봤다가 직접 마주하면 놀라게 된다. 저수량은 8690만톤(t), 유역면적 2억900㎡(약 6320평)나 된다.

이 거대한 호수를 도는 횡성호수길의 총 길이는 31.5km에 달하며, 6구간으로 나뉜다.
가장 짧은 3구간은 1.5km로 1시간 정도가 걸리고, 가장 긴 4구간과 6구간은 각각 7km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가장 대표 코스는 총 9km의 순환형 둘레길인 5코스로 마치 호수의 품 안을 따라 걷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호수길을 걷다가 문뜩 어느 유럽 여행지가 떠오른다.

알프스에 둘러싸인 스위스 루체른 호수와 많이 닮았다. 호수를 건너 저 멀리 언덕엔 유럽풍의 주택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주변 경치는 호수에 그대로 반영해 나타나 장관을 이뤄낸다.

코스 길은 워낙 길이 좁아 마주 오는 사람과의 거리가 좁다. 걷는 동안 마스크를 쓰는 것은 잊지 말자.     
태기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 뉴스1
태기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 뉴스1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선 풍력발전기들이 보인다© 뉴스1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선 풍력발전기들이 보인다© 뉴스1

태기산 전망대에도 올라보자. 횡성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일몰 명소로 자연이 부는 바람과 최고의 일몰을 맘껏 누릴 수 있다. 

   
태기산(해발 1261m)은 횡성군의 최고봉으로 산세가 웅장하고, 주변의 산야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이 으뜸인 명산이다.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선 20기의 풍력발전기 옆으로 개설된 임도로 인해 승용차를 이용해 편안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정상 부근에서 바라보는 풍력발전기의 모습과 풍력발전기 뒤로 보이는 산과 들판의 풍경은 한마디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장쾌하다. 낮은 구름으로 인해 산들이 섬처럼 보일 때 특히 아름답다.

2008년 준공된 태기산 풍력발전은 이곳 태기산의 자연적인 바람을 이용해 깨끗한 청정에너지를 만든다. 풍력발전은 바람의 힘으로 풍차를 돌리고 그 힘으로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만들어 낸다.
  
태기산은 삼한시대 말기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신라군에게 쫓기다 이곳에서 산성을 쌓고 군사를 길러 신라와 싸웠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태기산 자락인 성골 골짜기에는 허물어진 성벽을 비롯해 집터와 샘터가 곳곳에 남아 있다.
 
국도42호선을 재활용한 횡성루치체험장© 뉴스1
국도42호선을 재활용한 횡성루치체험장© 뉴스1

좋은 경치도 다 즐겼겠다, 여행의 마무리는 짜릿한 야외 액티비티로 짓는다. 횡성루지 체험장은 '서울~강릉'을 오가던 국도 42호선 '전재~우천면 오원리' 구간의 기존 도로를 그대로 살리고, 다양한 재미를 더한 재생 시설이다.
 
길이 2.4km로 단일코스로는 세계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인위적으로 S자 코스를 꼬아 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 도로를 이용해 조성한 코스기 때문에 직접 운전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루지 체험장에서 표를 산 후 셔틀버스를 타고 전재 고개 정상에 도착한 뒤, 각자에게 맞는 안전모를 착용한다. 루지에 관한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바로 탈 수 있다.
 
천천히 출발해서 점차 속도감이 붙는 재미가 있다. 가속으로 인한 충돌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커브 구간에는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다.

트릭아트와 동화나라 구간을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들면 속도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가속 구간이 나온다. 무서워서 속도를 줄이는 체험자도 있기 때문에 항상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탑승권은 1회권과 2회권이 있으며 평일과 주말 가격이 다르다.
면사무소앞안흥찐빵© 뉴스1
면사무소앞안흥찐빵© 뉴스1
점심이나 저녁 식사로 한우를 먹는 것은 횡성여행에 필수 코스임엔 틀림없다. 여기에 주전부리가 필요하다면 '안흥찐빵마을'을 들려보자. 안흥찐빵은 국내산 팥을 무쇠솥에 삶아서 인공감미료 없이 찐빵 속을 만들고, 막걸리로 발효시킨 밀가루로 빵을 만든 다음 하루 동안 숙성 시켜 쪄내는 쫄깃한 찐빵이다.

안흥찐빵마을의 탄생 배경은 지금의 루지체험장으로 변한 국도42호선과도 연관 있다.  동서고속도로나 KTX 경강선이 개통하기 이전, 서울과 강릉을 오고가려면 반드시 국도42호선을 거쳐야 하는데, 그 길이 멀어 중간 지점인 안흥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숙박을 했다.

안흥에서 숙식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1998년부터 찐빵집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해서 지금은 어엿한 특화단지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1968년부터 시작해 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면사무소앞안흥찐빵'과 '심순녀안흥찐빵'이 원조이고, 둘은 자매 사이다.  

▲ 횡성 특산물 또 뭐 있나?

횡성엔 한우와 안흥찐빵을 비롯해 청정 자연이 키운 7대 명품이라고 불리는 특산품들이 있다. 태기산 중턱에서 자란 더덕이 유명하고, 토마토, 쌀, 절임배추, 잡곡은 횡성에서 꼭 사거나 먹어봐야 할 특산물이다. 이 7대 특산물은 끝자리 기준으로 1, 6일마다 열리는 강원도 최대의 오일장인 '횡성 5일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예로부터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비옥한 땅을 모두 갖춘 청정 지역인 횡성은 맛과 품질이 좋은 특산품들이 개발돼 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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