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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뷰] 문대통령 시주석 만나면 '판호' 얘기부터 하시라

(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2020-11-23 11:36 송고
편집자주 '글로벌뷰'는 뉴스1 국제부 기자들이 쓰는 '기자의 눈'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깊이 있는 분석과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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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2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서란 얘기가 정가에 파다하다.
기자는 지난해 8월 한중일 문화·관광장관회의를 앞두고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난 적이 있다. 중국 장관을 상대로 판호(版號) 얘기를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장관은 "회의에 앞서 내용을 먼저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는 얘기만 한 채 고개를 떨궜다.

게임업계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자국의 이익을 대변할 의무가 있지만 강대국을 상대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난처함이 느껴졌다.

중국이 한국게임에 단 한 건의 판호도 내주지 않은지 어느새 3년이 훌쩍 넘었다. 판호란 중국에서 게임을 유통하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 허가권이다. 중국 정부는 2017년 3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 게임만 콕 집어서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중국은 세계 1위 게임 시장이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가 잃어버린 매출만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그동안 뭘 했을까? 안타깝게도 딱히 한 게 없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판호 얘기가 나오거나 한 국회의원이 중국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산발적인 제스처는 있었으나 결국 중국에게 "판호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통일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

판호 문제는 곧 불공정 무역이기도 하다. 중국이 우리 게임을 막는 동안 중국 게임은 우리 시장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박 장관이 직접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검토를 언급하기도 했으나 이 또한 '와전된 해프닝'으로 끝났다.

지난 3년여간의 세월이 주는 교훈은 문체부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몇몇 의원에게 의존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판호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주무부처 장관조차 중국 장관에게 선뜻 듣기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씁쓸한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판호를 '애들이나 하는 게임' 문제로 치부해 버려서도 안 될 일이다. 판호 문제는 엄연한 불공정 무역이고 우리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일이다.

지난 3년여간 고통받은 게임업계는 시 주석의 방한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난다면 게임산업 종사자 8만여 명을 대표해 판호 얘기부터 꺼내길 바란다. 대한민국에서 판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문 대통령 단 한 명밖에 없다.


pb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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