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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확장] 북한의 '유토피아'를 설계하는 건축장식 및 환경디자인

"Design으로 보는 북한 사회" 제7편-건축장식미술 및 환경장식미술

(서울=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 2020-11-21 08:00 송고
편집자주 [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최희선 디자인 박사. (현)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뉴스1
북한 매체의 기사들을 접하면, 건축물과 관련해 유독 자주 쓰이는 형용사와 형용사구들이 발견된다. "웅장한", "화려한",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드러낸", "우리식의" 등이 북한이 건축물을 평가는 문구에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이다.

문장들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북한은 '세상의 부러움을 사는', '초라해 보이지 않는' 건축 미감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상대주의적 관점이 아니라면, 이 같은 해석보다는 북한에서 '국가의 이상을 반영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건물'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는 밝은 미래를 현재의 모습에 담아내는 것에 목적을 두기 때문이다.  

북한의 산업미술은 건축과 환경에서 유토피아를 표현하는 '장식(decoration)'의 설계를 맡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미술은 대량생산을 위한 선행 계획이라고 알고 있지만, 북한의 공간디자인은 특별히 '장식'이 주된 목적이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서도 산업미술에 대해 "사회적 기능에 따라 형태미술, 장식미술, 산업출판미술 등으로 나눈다"라고 정의 내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산업미술의 기능에 따른 분류 중 '장식미술'의 대상은 건물의 내외 장식과 각종 환경시설물, 기념조형물들이다.

2019년 4월 국가산업미술전시회에 출품된 <삼지연역사 내부 건축장식도안>(좌)과 2015년 개건(리모델링)된 평양시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의 내부 사진(우) <사진 출처 : 서광, 백두하나> © 뉴스1

북한 장식미술에서 중요한 대상은 김씨 일가와 관련된 건물들의 실내외 공간들이며, 기념비 등 환경조형물들도 포함하고 있다. 장식미술 도안가들은 건물의 벽, 바닥 마감 장식뿐만 아니라 샹드리에(무리등)와 같은 조명디자인, 출입문, 전시디자인, 옥외 공간도 맡고 있어 광범위한 범위에서 활동한다. 최근 북한의 대도시 뉴타운 조성과 도시정비사업에 물려 장식미술은 간판도안들을 디자인 하는 경우가 증가하였으며, 언론에서도 작품들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북한의 중요한 디자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6·25전쟁 기념관)의 건축장식 도안>은 2013년 5월부터 12월까지 여러 차례 지도를 받은 작품으로 산업미술계는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민대학습당 정면의 두 지도자의 초상화 모심벽 형성도안>, <국제친선전람관 건축장식도안>, <금수산태양궁전 정면장식도안>과 미래과학자거리, 여명거리의 살림집과 상업시설 간판도안 등도 김 위원장인 직접 디자인을 지도하여 산업미술가들이 완성한 사례로 전해진다.

과거 조선산업미술협회 부회장은 "최근 일떠서는 주요건설대상의 거의 100%는 비준도안이 도입되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의 바쁜 일정 중에 수만여 점에 달하는 도안들을 지도하는 행보(노동신문, 2018년 4월12일 보도)를 보면, 산업미술이 지도자의 이상국을 실현해주는 도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2020년 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여 10-11월 초까지 개최된 <중앙산업미술전시회>의 건축형성 및 장식도안들. 이 전시회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창작된 북한 산업미술의 대표적 성과물들이 출품되었다. 판넬 위에 크고 붉은 글씨들이 있는 전시작들은 김 위원장이 직접 지도한 작품들이며, 이들은 별도의 구역에서 전시된다.<사진 출처 : NEW DPRK, 2020년 중앙산업미술전시회 홍보물 캡쳐> © 뉴스1

2012년 이후 신축 건물들이 증가하면서 북한의 산업미술과 건축의 실내설계의 경계가 조금 더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북한 건축계에서도 이러한 애매한 관계를 고민했는지 2016년 발행된 「조선건축」에서는 다른 해보다 실내장식, 실내색채, 실내건축형성을 주제로 많은 글을 실었다. 산업미술을 담당하는 「조선예술」(2016. 제2호)에서도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언급한 "건축과 장식미술의 호상관계에 관한 주체적 해명"을 언급하며, 건축물에서 장식미술이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되면 안된다고 주장하며 건축-디자인 사이 약간의 긴장 관계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2015년 건축 잡지에 실린 송신영·리종현의 "건물간판과 서체를 통한 건축장식의 직관적 표현방법" 사례 중에서(좌), 조선산업미술창작사가 창작한 <려명거리 봉사망들과 공공건물들의 간판도안>(우) <사진 출처 : 「조선건축」, 2017년 서광> © 뉴스1

장식미술은 조선산업미술창작사, 평양시산업미술창작사, 기계설계지도국 산업미술창작사, 평양미술대학, 평양출판인쇄대학에서도 창작된다. 북측의 경제 여건이 유난히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특별히 조선인민군창작사 소속 미술가들이 기념비와 건축 장식도안들을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도자가 강조한 중요한 대상이나 당의 주력사업의 경우 대부분 만수대창작사 도안창작단이 디자인을 전담해 맡고 있다. 만수대창작사 도안창작단의 경우 산업미술과 건축의 교육 배경을 갖은 도안가들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디자이너들에게 북한 산업미술의 장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산업미술의 분야별로 다르게 대답하지만, 북한의 건축장식 및 환경장식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면 민족적 공간과 형식미에 대한 고민을 우리보다 조금 더 한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물론 마식령스키장이나 평양시 호텔 개건사업들의 결과들을 보면 현대성이 넘쳐나지만, 도안가들의 설명을 보면 민족의 조형성에 뿌리를 두려고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산업미술가들이 오랫 동안 단청장식을 연구해온 것도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만수대창작사가 민속공원에 복원한 ≪고구려 단청도안≫등 과거 건축물의 복원과 단청 디자인도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은 지금 노동당 제8차 대회를 앞두고 80일 전투가 한참이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19의 여파 하에서 산업미술계도 창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 발전과 민족의 조형성 발전. 이 두 가지 축 위에서 북한 디자인이 어떻게 발전되어갈지 더 궁금해진다.


seojiba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