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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자택 본채 압류 위법" 결정에도…몰수방법 있다

재판부 "차명재산 증명해 명의 옮겨 집행가능" 우회로 제시
별채 압류 적법에도…행정소송에 대법까지 '환수길' 험난해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2020-11-20 16:30 송고
법원이 20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압류와 관련해 본채 및 정원은 위법하므로 압류를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전 씨 셋째 며느리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별채에 대한 압류 이의신청은 기각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씨의 자택. 2020.11.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법원이 20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압류와 관련해 본채 및 정원은 위법하므로 압류를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전 씨 셋째 며느리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별채에 대한 압류 이의신청은 기각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씨의 자택. 2020.11.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본채 및 정원에 대한 검찰의 압류처분이 위법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 결정에 따라 검찰의 남은 991억원에 대한 추징 절차도 더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20일 전씨 측이 연희동 본채와 별채의 소유자가 검사의 추징에 이의를 제기한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 사건에서 "이 사건 본채 및 정원에 대한 2013년 압류처분은 위법하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윤혜(전씨의 셋째 며느리)씨 소유의 별채에 대한 2013년 압류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연희동 자택은 본채와 정원, 별채로 나뉜다. 본채는 부인인 이순자씨가, 정원은 전씨의 전 비서관 이택수씨 소유하고 있다. 별채는 셋째 며느리인 이윤혜씨 명의다.

앞서 전씨 일가는 지난 2018년 12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 신청을 청구했다.

◇법원 "연희동 본채·정원은 불법재산이라 볼 수 없어"…별채만 인정

재판부는 이날 전씨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된 재산에 대해 몰수를 하려면 △압류집행 대상자인 피고인(전두환)이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취득한 뇌물, 즉 불법재산이어야 하고 △불법재산일 경우 이의신청인들이 해당 재산이 불법재산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재산을 취득했어야 한다는 2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연희동 자택 중 본채 토지의 경우 전씨가 대통령 취임 11년 전인 1969년에 이순자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됐으므로 뇌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몰수법상 불법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본채 건물 또한 대통령 취임 전부터 있던 건물을 철거한 이후 신축했고, 검찰 측에서 건물이 불법수익으로 형성됐다고 볼 증거를 제출하지 못해 불법재산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정원도 전씨가 대통령 취임 전인 1980년 6월24일 잔금처리가 됐기 때문에 재임 기간 중 뇌물로 취득한 불법재산이 아니라고 봤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불법재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명의만 빌린 차명재산이므로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소유 명의가 제3자로 되어있는 경우 곧바로 압류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별채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가 불법으로 별채를 취득했고, 전씨의 며느리 이윤혜씨는 불법재산인 정황을 알면서 별채를 취득했다"고 봤다.

전씨가 재임기간 받은 뇌물을 이창석씨가 자금세탁을 통해 비자금으로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 비자금으로 2003년 별채를 취득했다는 것이다. 또 이윤혜씨는 별채가 전씨의 비자금으로 매수한 재산인 정황을 알면서도 2013년 취득했기 때문에 압류처분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요컨대 본채와 정원은 공무원범죄몰수법상 불법재산이라는 증거가 부족하지만, 별채는 뇌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매수한 사실이 확인돼 불법재산임이 증명됐다는 뜻이다.

법원이 20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압류와 관련해 본채 및 정원은 위법하므로 압류를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전 씨 셋째 며느리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별채에 대한 압류 이의신청은 기각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씨의 자택 별채. 2020.11.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법원이 20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압류와 관련해 본채 및 정원은 위법하므로 압류를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전 씨 셋째 며느리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별채에 대한 압류 이의신청은 기각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씨의 자택 별채. 2020.11.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본채·정원 압류처분 위법 결정에도…추징 집행 방법 제시한 법원

법원은 이날 연희동 본채와 정원의 압류처분에 대해 위법하다고 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추징방법까지 설명했다. 불법재산이 아닌 차명재산을 직접 압류할 수는 없지만 다른 소송을 통해 차명재산임을 입증하면 추징을 진행할 수 있다고 일종의 '우회로'를 알려준 셈이다.

재판부는 "검사는 국가를 대표해 추징판결을 철저하게 집행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로서는 본채·정원이 차명재산에 해당할 경우 추징금 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는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해 전씨 앞으로 소유자 명의를 회복한 다음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3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명의를 범인 앞으로 회복한 후 추징판결을 집행한 선례가 있다"며 "그 전에 추징금 시효 완성을 막기 위해 본채·정원에 대해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재판부에서 추징금 집행이 가능한 방법을 제시해준 만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에서 사실상 연희동 본채와 정원에 대해 차명재산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차명재산인 것을 증명해서 명의를 전두환으로 옮기고 압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방법을 제시해준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동안 재판에서 본채와 정원에 대해 차명재산인 동시에 불법재산이라고 같이 주장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방법은 검토하지 않았다"며 "이번에 재판부에서 제시해준 방법대로 한다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극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추징금 991억원…행정소송에 대법원까지 갈 길 멀다

이날 법원은 연희동 별채에 대해선 압류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그렇다고 당장 별채에 대한 추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3월 연희동 자택이 약 51억원에 낙찰된 이후, 전씨 일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공매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행정법원에서 집행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환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행정소송도 쟁점은 같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서 앞으로 시일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법원이 연희동 본채와 정원에 대해 압류가 위법하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대법원에 항고해 재차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요컨대 압류 정당성이 인정된 별채에 대해선 행정소송의 결론을 기다리면서, 본채와 정원은 대법원에 가서 또 다시 다퉈보겠다는 셈이다.

이와 별개로 이창석씨가 소유했던 이태원 빌라와 경기 오산 일대 토지에 대한 추징이 적법한지에 대한 판단도 나와야 한다. 해당 사건은 당초 연희동 본채 사건과 함께 심문이 이뤄졌지만,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점을 감안해 재판을 대법원 상고심 이후에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오산 일대의 토지는 공매가 진행됐지만 아직 공매 금액에 대한 배분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오산 일대 부동산 5개와 이태원 빌라만 해도 약 100억원대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997년 법원은 전씨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하면서 추징금 2205억원도 명령했다. 전씨가 미납한 추징금은 991억여원이다.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1000억원 넘게 남아있었지만, 검찰이 지난 8월 전씨의 장녀 전효선씨 명의의 경기 안양 토지 공매를 통해 약 10억원을 환수해 900억원대로 줄었다.

다만 8월 이후 추가로 환수한 것은 아직 없는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8월 토지 환수 이후에 추가로 환수한 부분은 없다"며 "연말까지 좀 더 환수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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