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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만명이 쓰는 부산 지역화폐…'동백전'이 애물단지?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 운영대행사 재선정 놓고 부산시 내 잡음↑
시민단체 "충전형 선불카드 채택돼야" vs KT "현 사업 성공적…부족한 점 보완할 것"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0-11-20 07:33 송고
부산시 지역화폐 동백전 홍보 이미지 © 뉴스1
부산시 지역화폐 동백전 홍보 이미지 © 뉴스1

"부산 사시는 분들 지역화폐 동백전 카드 신청하세요. 연동계좌 등록하고 체크카드처럼 쓰면 캐시백도 해주고 연말에 30% 소득공제도 해준대요."

애물단지로 취급받던 지역화폐가 IT기술을 만나 진화하고 있다. 종이 형태로 유통되던 지역화폐는 이용자의 편의성을 강화한 카드·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변모했다. 부산시 지역화폐 '동백전'도 진화된 지역화폐 중 하나다.
그런데 동백전 운영대행사 재선정을 앞두고 최근 일부 중소상공인과 시민단체가 동백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87만 이용자를 모은 동백전에 대한 오해도 커지고 있다.

◇1년도 안 돼 87만명 모은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실효성 없다?

동백전은 부산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기획된 지역화폐로 지난해 12월 출시됐다. 동백전은 종이 형태의 지역화폐가 아닌 체크카드와 스마트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QR결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부산시는 동백전 활성화를 위해 이용자에게 결제금액의 6%를 상시 적립금(캐시백)으로 돌려주는 정책을 내세웠다. 동백전이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탄 배경이다. 인기를 바탕으로 동백전은 1년이 채 되지않아 87만 이용자를 모았고 1조2000억원 어치가 누적 발행됐다.

그러나 최근 동백전 운영대행사 재선정(3개년 운용대행)을 놓고 시민단체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부산참여연대와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는 "부산시의 지역화폐 정책은 지역경제 활성화 가치에서 벗어났고, 지역 중소상인과 지역민을 기만한 정책이 됐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KT 계약 이행사항에 대한 검증 미비 △동백전 입찰과정에서의 의혹 △높은 수수료 등을 지적한다. 나아가 현재 동백전이 취하고 있는 체크카드·모바일 앱 형태가 아닌 충전형 선불카드 기반의 지역화폐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는 사실상 동백전 사업 자체를 부정하는 모양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산시가 공공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업을 '특정 방식이 좋다'며 시민단체가 간섭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냐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오전 부산참여연대와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가 부산시청 앞에서 '민생경제 외면하는 동백전 운영 고수하는 부산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부산참여연대 제공) ©뉴스1
11일 오전 부산참여연대와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가 부산시청 앞에서 '민생경제 외면하는 동백전 운영 고수하는 부산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부산참여연대 제공) ©뉴스1

◇동백전, 정말 골칫덩어리 사업일까

그렇다면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동백전은 골칫덩어리 사업일까.

KT는 지난 2019년 10월, 동백전 운영대행 용역 제안요청서에 따라 사업을 제안했고 7인(21인의 예비명단 중 추첨을 통해 선발)의 평가를 거쳐 우선사업자에 선정됐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충전형 선불카드' 기반 지역화폐도 입찰 당시 부산시와 KT의 고려대상 중 하나였다. KT는 QR결제·선불카드의 장·단점을 비교한 끝에 '소상공인 활성화'라는 지역화폐 취지에 QR결제 방식을 채택했다. QR방식은 결제수수료가 없는 반면 카드 방식은 1% 내외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부산시는 다양한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선불카드 형태를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당시 지역화폐 사업자 중 충전형 선불카드 사업자는 단 한 곳으로 오히려 독점적 입찰 참여 혜택을 줄 여지가 있었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등 일부 시민단체는 동백전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동백전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제로페이' '울산페이'를 예로 들며 QR결제 기반의 동백전 사업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울산페이의 경우 발행량 2500억원의 60% 이상이 QR결제로 이뤄지고 있고 이는 소상공인에게 약 6억5000만원 상당의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를 동백전에 시뮬레이션해 보면 1조원 발행 기준으로 소상공인이 절감하게 될 카드수수료는 약 30억원 달한다. 반면 선불카드 방식은 카드수수료 부담이 커 오히려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백전은 출시 이후 전국에서 최단기간 내 발행량 1조원을 돌파했고 10개월 만에 경제활동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가입하는 등 타 지자체를 압도하는 성과를 보였다"며 "아직 출시 1년도 되지 않은 동백전을 타 지역 서비스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며 지자체마다 고유의 정책이 있으므로 특정 플랫폼의 절대우위를 논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는 KT가 동백전 운영사 선정 당시 협약한 '지역상품몰'을 구축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지역상품몰 논란은 동백전 논란의 쟁점이 되는 사안 중 하나다.

이에 대해 KT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KT 측은 "지난 5월부터 3차례 시의회·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지역화폐정책위원회에 다양한 사업모델을 제시했지만 번번이 정책위의 반대에 부딪혔다"며 "정책위에서 업체 선정 등은 KT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지적이 계속되자 KT는 △지역상품몰(동백몰) 조성과 △썸패스 연동 등 QR 서비스 확대 2개 과제를 부산시 및 유관기관들과 협의해 오는 12월 초까지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광 지역명소 및 점포에 추가 리워드 제공하고, QR 직가맹점을 대상으로 지역화폐 재유통 기능 4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준근 KT 인큐베이션단장 전무는 "동백전은 수도권에 비해 늦게 시작했는데도 발행량, 결제량이 급속히 성장해 다른 지자체에서 부러워하는 지역화폐 서비스"라며 "KT는 동백전을 통해 부산지역 경제 활성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힘이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시민 혼란을 막기 위해 오해 바로잡기에 나섰다. 부산시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시민단체의 주장에 반박하며 "현 운영대행사(KT)와의 계약기간인 연말까지 모든 과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며, 동백전에 대한 오해를 대표적인 지역화폐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이윤재 부산시 민생노동정책관은 "부산시는 운영대행사와 협의해 충전금 계좌를 시가 직접 운영하는 등 타 지역보다 우수한 측면도 많아 단순 비교는 어렵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다양한 부가 기능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위원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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