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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서울·부산시장 여성 후보 내자는 게 지는 길인가

(서울=뉴스1) 이우연 기자 | 2020-11-15 07:00 송고 | 2020-11-15 08:58 최종수정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4.7재보선기획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1.9/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국회에서는 예산안 심사가 한창이지만 여의도의 시선은 벌써 내년 재보궐선거에 꽂혀있다. 책임 정치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기로 한 더불어민주당은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이낙연 대표)를 내놓겠다고 했다. 공천 과정에서 엄격한 검증을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검증할 자료라도 있는 음주운전, 재산 문제와 달리 성폭력 문제는 미리 인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서일까. 지자체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서만큼은 재발 방지를 위해 '여성 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나왔다. 초가을쯤만 해도 "당연히 그렇게 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민주당 초선 의원)는 전망도 있었다. 

당 지도부 의원들이 사석에서 미리 맞춘 듯한 비슷한 논리를 펼치던 것은 최근의 일이다. "여성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자칫하면 '성비위 선거', '미투 선거'라는 프레임에 갇혀 야당의 공세에 말려 들어가는 꼴이 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일까. 추정되는 사건이 있다. 지난 6일 보통 당 내부 인사들의 보고가 있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한 외부 인사가 참석했다. 지난 4·15 총선의 핵심 인사로 꼽혔던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몸을 담았던 여론조사기관의 A대표다. 참석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A대표에게 누군가 "여성 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A대표는 "여당 의원들이 여성 후보를 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라디오 방송 등에서 먼저 얘기한다면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국민의힘에서 얼마나 좋아하겠느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권리보장 및 일상회복,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문화 근절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10.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여성 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다. 다만 '여성 후보=미투 프레임=필패'라는 당의 인식이 우려스럽다. 미투 선거라는 프레임이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귀결인데, 어떻게 하면 성평등하고 성폭력 없는 서울·부산시를 만들 것이냐는 물음도, 이번 선거가 미투 선거라는 외침도 이들에게는 그저 '저들에게' 공격 건수를 제공하는 것으로 비칠까 의심이 드는 것이다. "피해여성께 사과를 드리며 부족함을 깊게 성찰해 책임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던 이낙연 지도부는 결국 '침묵 전략'으로 가게 될까.

이같은 지도부의 인식은 이미 당 내부에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여성 의원은 "선거 때마다 여성 후보의 공천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줄곧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걱정돼 조심스럽다"라고 털어놓았다. 

지난 9일 발족한 당 '4·17재보선기획단'은 경선 규칙부터 재보궐선거 후보의 비전과 정책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선거를 치르게 된 원인과 본질을 '지자체장의 성비위 사건'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는 것이 이들의 과제다. 혹여 선거 결과가 민주당에 좋지 않게 나오더라도 '잘못된 프레임에 걸려들어 패배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serendipit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