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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과학] 다시 고개 든 '음이온 마케팅' 그리고 '방사능'

근거 명확하지 않은 음이온 효능…마케팅은 계속
전원 없는 음이온 발생·음이온 파우더…방사선 우려 있어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0-11-14 07:00 송고
당진항에 보관돼 있던 라돈침대의 반출이 시작되는 모습 2018.10.15/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당진항에 보관돼 있던 라돈침대의 반출이 시작되는 모습 2018.10.15/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음이온 마스크에서 방사선이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이후 마스크에 사용된 물질과 동일한 물질이 사용된 음이온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 조치에 들어갔다. 

2000년대 음이온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각종 제품 홍보에 음이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음이온 파우더'를 코팅했다는 침구류 제조 업체에서 방사선이 검출돼 사회 문제가 됐다. 한바탕 '라돈 침대 파동'이 휩쓴 지 2년, 또 다시 음이온을 앞세운 마스크에서 방사선이 검출돼 소비자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음이온의 효과? 음이온은 물질이 아니라 상태…명확한 근거 없어

음이온은 원자나 원자단(원자 여럿이 모인 것)이 전기적으로 음성을 띄는 상태다. 음이온은 '상태'일 뿐이지 특정한 물질은 아니다.

음이온은 특정한 물질이 아니라 일종의 상태이기 때문에 인체에 이로운지 나쁜지를 일괄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어떤 물질의 인체 영향은 주로 물질 그 성분에 따라 결정된다. 단적으로 청산가리는 세포 속의 미토콘드리아의 대사 과정을 방해하는데 그 과정에서 음이온의 형태를 띤다.

현재 과학·의학계에 공기 중의 음이온이 몸에 이롭다는 일관적이고 연속적으로 이뤄진 대규모 연구는 없다. 만약 관련 연구가 이뤄지더라도 '음이온의 효능'이 아니라, 'A 물질의 음이온 형태의 효능'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상황에서는 음이온의 인체 효능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전원 없는 음이온 발생?…방사선 우려 있어

음이온 마케팅에 쓰이는 '공기 중 음이온'은 발생하더라도 그 수가 적거나 금방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주변의 공기 분자는 대부분 전기적으로 중성을 띄는 안정된 형태의 분자 형태로 존재한다. 음이온 형태의 물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일뿐더러, 공기 중에서 다수의 음이온을 만들려면 분자에 강한 에너지를 가해줘야 한다.

공기 중에서 음이온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한 전기에너지를 가해주거나 전리방사선(이온화 방사선)을 이용해야 한다. 전원 없이 공기 중에서 음이온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질 자체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 대표적인 물질은 방사성 광물(광물 파우더)이다. 방사성 광물에 포함된 원자가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방사선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라돈 침대'로 문제가 된 제품에는 방사성 원소가 포함된 '모자나이트'가 음이온 파우더로 둔갑해 들어갔다. 이러한 모자나이트 같은 경우는 침구류·의류 등 피부·호흡기 밀착 제품에 자주 쓰였다.

이런 제품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이 미미하더라도 문제가 된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원안위를 비롯한 원자력 규제 기관들은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피폭선량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알라라'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명확히 효능이 검증 안 된 경우에는 미미한 방사선도 피해야 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가가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중 제품 중 방사선 라돈이 나오는 제품들을 모아 측정 시연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시연과 기자회견을 통해 국산 베개(메모리폼), 라텍스 매트리스, 전기매트 등의 제품에서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라돈이 검출되고 있다며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2018.11.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가가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중 제품 중 방사선 라돈이 나오는 제품들을 모아 측정 시연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시연과 기자회견을 통해 국산 베개(메모리폼), 라텍스 매트리스, 전기매트 등의 제품에서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라돈이 검출되고 있다며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2018.11.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형태바꿔 계속 등장하는 음이온 마케팅…음이온 제품 방사능이 걱정된다면?


소위 '음이온 마케팅'은 형태를 바꾸어 계속되고 있다. 올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공동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련된 부당 광고를 집중 점검한다고 발표했다. 이때 검증되지 않은 코로나19 예방 효과 광고의 사례로 '○○○ 공기청정기는 음이온으로 몸을 보호해 미세먼지, 바이러스를 막아준다'는 문구를 들었다. 음이온 마케팅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음이온 마케팅에 관련된 대응을 하는 당국은 원안위와 공정위 등이 맡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현재 음이온 관련 제보가 들어오면 원안위의 안내문과 함께 공정위의 공문도 함께 업체에 보낸다"며 "음이온 광고 제품을 구매할 때는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원안위가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 의거해 관리하는 음이온 제품은 방사선이 나오는 원료물질이 포함된 제품이다. 그 이외에 음이온을 내세워 과장 광고를 하는 경우는 공정위 등이 판단한다.

전원 없이 음이온을 만들어 낸다고 하거나, 음이온 파우더가 쓰였다는 제품의 방사선이 걱정된다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라돈측정기 우편대여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자가 측정을 해볼 수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도 측정기 대여 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생활주변방사선 정보서비스를 통해서 생활 주변 방사선 및 측정기기 선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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