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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제보로 덜미"…전파인증 시험성적 위조 8년간 몰랐던 과기부·전파연

시험성적서 위조 검증 장치없어 8년간 미인증 제품 유통
381개 업체 청문 절차 12월부터…행정처분까지 시간 걸릴듯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020-11-11 08:41 송고
위조된 적합성평가 시험성적서 (과기정통부 제공) © 뉴스1
위조된 적합성평가 시험성적서 (과기정통부 제공) © 뉴스1

중국산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국내외 수입·제조업체 381곳이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평가(적합성평가)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제품 1700여종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꼼수'를 쓴 기업뿐만 아니라 제보를 받기 전까지 무려 8년간 해당 제품들이 버젓이 유통돼도 이를 방치해온 적합성평가 담당 기관인 국립전파연구원(전파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적합성평가 시험성적서 위조과정(과기정통부 제공) © 뉴스1
적합성평가 시험성적서 위조과정(과기정통부 제공) © 뉴스1

◇8년간 권한없는 中 시험소 위조 몰라…적합성평가 '구멍' 확인돼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평가'는 방송통신기자재등의 제조‧판매‧수입업체가 제품을 시장에 유통하기 전에 기술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인증받거나 등록하는 제도다.

적합성평가는 국민 안전을 위해 법령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 업무다. 한국이 애플의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되는 이유 중 하나로 국내의 엄격한 적합성평가 과정이 꼽힐 정도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그동안 국민과 기업들이 안전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따라왔던 적합성평가에 커다란 '구멍'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과기정통부 산하 국립전파연구원에는 적합성평가 과정에서 심사 권한을 부여한 해외 시험소와의 시험성적서 발급 결과를 비교하는 기본적인 절차도 없었다.

결국 8년 동안 권한없는 BACL 중국 시험소가 위조한 시험성적서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적합성 평가를 거치지 않은 해외 제품이 유통됐는데도 이를 알지 못하다 제보를 받고 나서야 대처에 나서게 됐다.

인증업체 BACL.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시험소는 국내 정부로부터 권한을 받았지만,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중국 소재 시험소는 권한을 받지 못했다. © 뉴스1
인증업체 BACL.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시험소는 국내 정부로부터 권한을 받았지만,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중국 소재 시험소는 권한을 받지 못했다. © 뉴스1

◇2012년부터 8년간…과거 유통된 제품 추적조차 힘들듯

이번 적합성평가 위조 사태의 문제는 첫번째 시험성적서 위조 및 미인증 제품의 유통이 지난 2012년부터 장기간 진행됐다는 점이다. 

과기정통부는 10일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미 판매된 제품에 대해서도 정부가 수거해 직권 시험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는 방안을 언급했지만, 과거에 판매된 제품은 유통 추적조차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적발된 제품들 대부분은 △폐쇄회로(CC)TV △드론 △PC 주변기기 △무선 스피커 등 중국에서 생산돼 '가성비'를 내세운 중저가 전자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같은 중국산 중저가 제품들의 사용연한은 짧다. 특히 세대 전환이 빠른 전자제품은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해, 최근에 판매된 제품을 제외한 구형 제품은 이미 사용을 마치고 폐기됐을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과기정통부가 공개한 명단에 '제이제이게임즈'라는 업체는 샤오미 미밴드·TV·스피커 등 6건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해당 제품을 샤오미로부터 수입해 판매한 건 지난 2015년~2016년의 일이다.

이번에 적발된 제품은 현재 국내에 정식 수입도 되지 않고, 해당 업체도 폐업한 상태다.

적발된 업체가 지난 2015년 수입했지만 이제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샤오미의 TV(다나와 갈무리) © 뉴스1
적발된 업체가 지난 2015년 수입했지만 이제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샤오미의 TV(다나와 갈무리) © 뉴스1

◇전수조사 5개월, 381개 업체 청문 과정에도 시간 걸릴듯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제품들은 전파법에 따라 적합성평가 취소 및 기자재 수거 등의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또 적합성평가가 취소되면 취소된 날부터 향후 1년 간 적합성평가를 다시 받을 수 없으며, 해당 기자재는 적합성평가를 다시 받기 전까지는 제조·수입·판매 등을 할 수 없다.

국립전파연구원은 지난 5월15일 관련 업체의 제보를 받아 11월까지 약 5개월간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 11월 중 사전통지를 진행한 뒤 오는 12월부터 381개 업체에 대한 청문을 순차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미 판매되어 사용 중인 기자재에 대해서는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 전파환경 보호를 전제로 상응하는 대안적 조치를 제조·수입회사에 선택하도록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비자 보호대책이 우선이라면 이를 검증하는 재시험 등의 절차를 시행해야 된다고 보고 있다"며 "국민들 안전을 위해서 이미 판매된 제품에 대해서 정부와 직접 제품을 수거해서 시험을 직권으로 시험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수조사에만 5개월이 걸린 상태에서 381개 업체에 대한 청문 역시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측도 "청문은 적발 건수가 많은 업체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며 "시간이 어느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오 국장은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상호인정협정 체결국과 협력하여 시험성적서의 진위 확인절차를 강화하고, 위조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등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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