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정글 전북'에서 업그레이드…K리그 대세가 된 손준호

시즌 MVP 후보, 11월 평가전 앞둔 벤투호도 합류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0-11-04 17:30 송고
전북현대의 에이스를 넘어 K리그의 대세가 된 손준호 © News1 유경석 기자
전북현대의 에이스를 넘어 K리그의 대세가 된 손준호 © News1 유경석 기자

K리그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정규리그 4연패에 성공한 전북현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호화군단이다. 꾸준하게 투자를 감행한 전북은 언제인가부터 다른 팀들이 따라오기 힘든 스쿼드를 구축했고, 동시에 언제인가부터 리그 내 선수들이 가장 뛰고 싶은 클럽으로 격상됐다.

최근 2~3년은 울산현대의 움직임도 대단했으나 거의 매년 전북은 이적시장의 중심에서 큰손으로 활약해왔다. 겨울이면 들려오는 '대어'들의 전북행 뉴스는 이제 그리 놀랍지도 않은 소식이 됐다.

K리그는 물론 FA컵 그리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참가하는 모든 대회에서의 우승을 노리는 전북이기에 수준 차이가 없는 '더블 스쿼드'를 항상 유지하고 있어야한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다.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차고 넘치는 터라 안에서는 "다른 팀과 싸우는 것보다 자체 연습경기가 더 빡세다"는 자랑 섞인 푸념이 나올 정도다.

당연히 다른 팀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스쿼드다. 그런데 그 부담은 사실 내부에서도 적용된다. 약육강식, 강한 자만 살아남아 필드를 밟을 수 있는 정글 같은 스쿼드다. 어지간한 내공으로는 견디기가 쉽지 않은 수준이고 때문에 그 '생존경쟁'에서 밀려 도태되는 선수들도 적잖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한 축구 관계자는 "전북이 영입하려는 선수는 다른 팀의 핵심 자원들이다. 그러나 이전 클럽에서 에이스급이었다고 해서 전북에서 똑같은 대우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좋은 활약은커녕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 벤치를 지키는 경우도 있다"면서 "팀의 간판, 에이스라 불리던 이들이 경쟁에서 밀리면 정신적 충격도 꽤 크다.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기량이 떨어지거나 결국 다른 팀으로 다시 옮기는 선수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실력과 정신력 모두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전북인데, 반대로 접근했을 때 그 정글에서 살아남게 되면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진다. 리그 톱클래스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이전보다 발전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이가 손준호(28)다.

포항제철중과 포항제철고 그리고 영남대(중퇴)를 거쳐 2014년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한 손준호는 곧바로 팀에 뿌리를 내려 '스틸타카'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2016년 시즌 초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과 함께 1년을 거의 통째로 날려버렸던 손준호는, 2017년 툭툭 털고 부활했고 그해 14개의 도움으로 어시스트왕까지 등극했다. 그렇게 포항의 중심이 된 손준호는 2018년 챔피언 전북의 러브콜을 받고 전주로 이동했다.

올림픽대표팀 조영욱과 국가픽대표팀 손준호가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2차전 경기에서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2020.10.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올림픽대표팀 조영욱과 국가픽대표팀 손준호가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2차전 경기에서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2020.10.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입단과 동시에 손준호는 전북 중원의 한 자리를 꿰찼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30경기(4골4도움)와 31경기(5골3도움)에 출전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2019년 강원과의 최종전에서는 헤딩 결승골을 터뜨려 팀의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미 좋은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올해는 또 한 번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손준호다. 기존의 화려한 스쿼드에 지난해 MVP 김보경이 가세하고 '악마의 재능'이라는 쿠니모토가 합류했으며 여름 이적시장에서 골잡이 구스타보와 EPL 출신 윙어 바로우가 더해진 2020년 전북 스쿼드에서 '에이스'라 평가되는 이는 단연 손준호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힘든 중앙(수비형)미드필더이지만 공수를 넘나드는 그의 활약은 다른 팀들의 경계 대상 1호였다. 그리고 전북은 2020시즌 MVP 후보로 손준호를 낙점했다.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주니오(울산·26골2도움), 세징야(대구·18골4도움), 일류첸코(포항·19골6도움) 등에 비하면 공격 포인트는 적어도 '기록되지 않은 공로'와 '우승 프리미엄'을 합쳤을 때 MVP 수상 가능성이 꽤 크다. 

이런 손준호를 이제 파울루 벤투 감독도 눈 여겨 보고 있다. 지난 10월 올림픽대표팀과의 스페셜매치 때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손준호는 11월15일과 17일 오스트리아에서 펼쳐질 원정 2연전 멤버로 또 발탁됐다. 유럽파들이 대거 합류하는 이번 명단 중 전북현대 소속으로 함께하는 이는 손준호가 유일하다.

기성용의 은퇴 후, 정우영 정도만이 입지를 구축한 수비형MF라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대표팀 내 손준호의 경쟁력도 관심을 받고 있다. 정글에서 실력을 키우면서 K리그 대세가 된 손준호인데, 이제 그 이상을 꿈꿀 수 있는 위치까지 성장했다.


lastuncl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