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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3.0]④택배기사 언어폭력 가해자 90% '고객' vs #늦어도 괜찮아

최근 1년간 언어폭력 경험 46%, 배송닦달 경험도 58%…법적 보호장치 無
#감사합니다 해시태그 캠페인도…'성숙한' 택배 문화 싹튼다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20-11-02 06:30 송고
편집자주 택배산업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택배 물량이 30% 가까이 급증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택배 기사들은 늘어난 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이립'(而立, 서른살)을 향해 가는 한국 택배 산업이 소비자와 종사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진정한 '황금기'로 접어들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을 짚어봤다.
2018년 4월10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단지 주차장에서 주민들이 택배를 찾아가고 있다. 2018.4.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택배사가 정문으로 찾으러 오던지 놓고 간다고 전화·문자 오면 이렇게 대응하세요. 그걸 제가 왜 찾으러 가야하죠? 그건 기사님 업무 아닌가요?"

2년 전 다산 신도시의 한 아파트의 공고문이 화제를 모았다. 이 아파트는 차량의 단지 내 운행을 통제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택배기사들이 단지 밖에서 일일이 물건을 카트에 실어 배송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일명 '다산 신도시 택배사태'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런 사례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어떤 아파트는 택배기사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사용료를 따로 받아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최근 1년간 언어폭력 경험 46%…가해자 87% 고객

최근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과로사 주범으로 꼽히는 업무량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사실은 택배기사들은 여러 어려움에 오랫동안 노출돼 왔다. 대표적인 예가 고객 갑질이다.

2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가 지난 9월 택배기사 82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언어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46.2%로 집계됐다.

가해자는 주로 고객(87.3%)이었다. 대리점이나 원청으로부터도 13%의 언어폭력 경험이 나타났다. 한 달에 1회 정도 언어폭력을 경험한다는 사람은 44.3%, 일주일에 1회는 30.3%였다.

최근 1년간 빨리 배송하라는 닦달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58.3%로 집계됐다. 역시 주로 고객(45.4%)의 닦달이 가장 심각했으며 그다음으로는 대리점(31.6%), 원청(23.0%) 순이었다.

빠른 배송 닦달을 일주일에 1회 정도 경험한다는 답변은 47.4%에 달했다. 이어 한 달에 1회(23.7%), 매일(21.4%) 순이었다.

응답자의 11.2%는 신체폭력 또는 위협도 경험했다고 밝혔다. 역시 주 가해자는 고객(75.6%)이었으며 대리점(22.0%)이나 원청(2.4%)의 가해 사례도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고객 응대 근로자가 고객의 폭언과 폭행 등을 겪을 경우 사업주가 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고용직에게는 이 같은 법적 보호장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책위는 "택배기사들이 업무로 인한 다양한 괴롭힘에 노출돼 있지만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한 택배 기업 관계자는 "택배기사들의 고객 갑질 피해가 접수되면 늘 배송 구역 등을 바꿔주려고 대리점에 제안하는 등 조치하고 있지만 막상 택배기사들은 배송 구역 변경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늦어도괜찮아…택배기사 응원하는 소비자 늘어

'#늦어도괜찮아' '#택배기사님감사합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등장한 해시태그다. 택배기사들에게 언어폭력 등 갑질하는 고객들이 일부 존재하기는 하지만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소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택배기사들의 처우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는 시민들도 늘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일부 극소수 고객들이 갑질을 하거나 폭언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는 그렇지 않고 오히려 응원해 주신다"고 말했다.

SNS에서 한 네티즌은 "취미가 인터넷 쇼핑인지라 하루에 택배기사님이 저희 집을 자주 방문해 주시는데 갑자기 택배기사님께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들어 준비했다"며 음료와 간식거리를 집 앞에 마련한 사진을 게시했다.

다른 네티즌도 문 앞에 건강음료를 집 앞에 놓은 사진을 올렸다. 음료 상자에는 "택배기사님 고생하십니다"라는 글을 적었다. 해당 네티즌은 "택배기사님 늦어도 좋으니 안전운전하세요"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8월14일 택배없는날에는 택배기사들이 몰려드는 물량에 구애받지 않고 편히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택배없는날 연휴와 그 전후에 택배 주문을 하지 않는 캠페인도 진행됐다.

2018년 다산 신도시 택배 사태가 한창 논란일 때 같은 시기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이 택배기사, 경비원, 청소부, 배달기사 등을 위한 '한 평 카페'를 운영해 훈훈한 미담 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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