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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유튜브 거기서!"…글로벌 골리앗 대항위해 손잡은 네이버-CJ

네이버-CJ그룹 계열사, 총 6000억원 규모 상호 지분 투자 진행
유튜브, 쿠팡 등 외국계 자본 업은 글로벌 골리앗에 도전장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0-10-27 07:39 송고 | 2020-10-27 16:32 최종수정
(왼쪽부터) 한성숙 네이버 대표, 최은석 CJ주식회사 경영전략 총괄 © 뉴스1
(왼쪽부터) 한성숙 네이버 대표, 최은석 CJ주식회사 경영전략 총괄 © 뉴스1

유튜브, 쿠팡 등 '글로벌 골리앗'이 대규모 자본을 업고 국내 시장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는 가운데, 토종 기업인 네이버와 CJ그룹이 이들에 대항하기 위한 혈맹을 맺었다.
네이버와 CJ그룹은 6000억원 규모의 상호 지분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발굴하고,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혁신적인 물류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급변하는 플랫폼 경제 시대에 양사가 생존을 위해 '전략적 동반자'로 손을 잡고 글로벌 IT 공룡에 도전장을 던졌다는 분석이다.

◇네이버-CJ '6000억 혈맹'…"콘텐츠·물류 글로벌로 키운다"

26일 네이버는 CJ그룹 계열사인 CJ ENM, 스튜디오 드래곤과 각각 1500억원, CJ대한통운과 3000억원의 상호 지분을 교환한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교환으로 네이버는 CJ대한통운(7.85%), CJ ENM(4.99%)의 3대 주주, 스튜디오드래곤(6.26%)의 2대 주주가 되며, CJ대한통운은 네이버 지분 0.64%,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 지분을 각각 0.32%를 보유하게 된다.
이번 딜을 통해 네이버는 본연의 사업영역인 '검색'과 성장하고 있는 '쇼핑'을, '콘텐츠'와 '유통' 강자인 CJ그룹은 관련 사업을 더 크게 키우는 시너지(동반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 양사는 "상호 협력을 통해 콘텐츠·물류 분야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팡에 맞서자"…검색+쇼핑+물류까지 힘 확 키운다

이번 지분동맹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글로벌 골리앗의 몸집 불리기가 매서운 가운데 체결됐다. 특히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질주는 네이버와 CJ그룹 모두에 위협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닐슨코리아가 지난 4월 '코로나19 발생 후 일용소비재(FMCG) 카테고리 구매액 성장률'을 채널별로 비교 분석한 결과, 온라인쇼핑 구매액은 32.7% 성장한 반면 대형마트는 4% 성장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객수의 경우 대형마트는 0.6% 감소한 반면 온라인은 27.9% 늘었다.

그간 1조원이 넘는 적자로 '팔수록 적자'라는 지적을 받아온 쿠팡은 코로나19 특수로 적자 폭을 확 줄였다. 회사가 주요 브랜드사와 협상을 통해 납품가를 낮추고 중간 유통구조를 없앤 배경이 크다. 일부 잡음 속에서도 쿠팡이 구축한 '규모의 경제' 덕에 실적은 놀라보게 개선됐다. 공격적인 투자로 구축한 전국 배송망도 코로나 시국에 '신의 한 수'가 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쿠팡의 총거래액(GMV)은 23조원 수준으로 지난 2018년 90억달러(약 10조1700억원)와 비교해 44.4% 이상 급등했다. 이를 내세워 쿠팡은 오는 2021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네이버쇼핑 역시 성장 중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네이버쇼핑의 예상 거래액을 전년대비 51.6% 성장한 30조3000억원으로 전망한다. 실제 네이버는 쇼핑 사업 확장을 위한 가속페달을 밟고있다. 네이버는 지난 2월 '브랜드스토어'와 3월 '쇼핑라이브', 4월 '풀필먼트', 6월 '플러스멤버십', 8월 '장보기' 서비스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가파른 성장으로 유통과 물류를 구분하는 전통적인 시장의 기준이 의미가 없어지는 오늘날, 쿠팡의 풀필먼트(물건을 사입해 주문, 배송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것) 비즈니스와 네이버의 중개식 비즈니스(택배기업과 제휴를 맺어 대여한 창고에서 물량을 처리하는 비즈니스)가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검색 강자인 네이버와 업계 1위 물류 인프라를 보유한 CJ대한통운의 시너지는 폭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라인이 소프트뱅크 자회사 Z홀딩스와의 경영통합이 확정되면서 합작법인(JV) A홀딩스를 통한 해외 진출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트래픽·데이터를 관리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쇼핑광고'라는 캐시카우와 자본력이 있는 네이버쇼핑의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유튜브 천하' 동영상 시장…함께 난관 극복나선 네이버-CJ

'동영상=유튜브'가 되어버린 동영상 시장에서 콘텐츠 명가인 CJ그룹과 손잡은 네이버의 미래도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는 국내 텍스트 시장에선 구글에 앞서고 있지만 동영상 시장에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KT그룹 디지털 미디어랩 나스미디어가 지난 4월 발표한 '2020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온라인 동영상 이용률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인 94.6%로, 이 중 온라인 동영상 시청 시 유튜브를 이용한다는 응답자(중복)는 93.7%였다. 반면 네이버(네이버TV)는 43.1%로 유튜브의 절반에 불과했다.

여기에 동영상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던 카카오마저 올해 '카카오TV'로 시장 틈새를 파고들면서 네이버는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내 손안의 모바일 예능'을 현실화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인플루언서를 내세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콘텐츠 계열사 카카오M을 통해 철저한 기획과 연출을 바탕으로 한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가 CJ ENM 등 유수 콘텐츠 기업의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서 콘텐츠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CJ ENM의 절대적인 입지를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네이버와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의 협업 소식은 레드오션인 국내 동영상 시장에서 네이버와 CJ그룹이 국내·외 콘텐츠 기업에 맞서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드라마 '호텔델루나'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과 영화, 케이팝 등 광범위한 문화 콘텐츠를 다뤄온 CJ ENM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자사 지식재산권(IP) 확장에 팔을 걷어붙일 전망이다. 네이버 측은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보유 IP를 활용해 다변화되고 있는 콘텐츠 소비 패턴에 부합하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적용한 실감형·숏폼 콘텐츠 등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3개사는 네이버 글로벌 서비스인 'V라이브' '라인'과 CJ의 '티빙'(TVING) 등 플랫폼 간 협업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의 콘텐츠 유통을 더욱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티빙 지분 투자에 참여하는 등 티빙과 협력해 멤버십 간 결합상품 출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카카오TV를 통해 넷플릭스와 유튜브 중간 지점을 파고들면서 콘텐츠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와 CJ그룹 모두 유튜브, 넷플릭스에 토종 플랫폼인 카카오까지 몸집을 키우는 것을 보며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번 딜로 티빙도 치고 나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에 OTT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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