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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성의 뉴스1픽]'애플혁명' 놀란 이건희…삼성·SKT·구글 '갤럭시 어벤저스'

'옴니아'로 헛발질하던 삼성, 이건희 복귀작 '갤럭시'가 일으켰다
이건희 리더십, 오너 일가 아닌 삼성 경영진 전체에 이식되어야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2020-10-26 14:08 송고 | 2020-10-27 09:09 최종수정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재계의 큰 별이 졌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명복을 빕니다 .

지난 일요일 오전, 뉴스 알림음이 '띠링' 울려서 무심코 휴대폰을 들어보니 '[속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별세'라는 한 줄이 떠 있었습니다. 

아, 비상이구나. 특집기사부터 준비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칠 무렵, 지난 2010년 통신업계를 출입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대변혁을 직접 이끌었던 이 회장의 생전 모습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아이폰 혁신' 파고…이건희 부재 속 '옴레기' 패착  

2010년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던 '무선사업부'(현 IM사업부문)는 사면초가에 빠져 있었습니다.

삼성 무선사업부는 이건희 회장이 품질불량인 애니콜 휴대폰 15만대를 모아 불태운 '애니콜 화형식' 이후 뼈를 깎는 노력 끝에 국내는 물론 전세계 피처폰 시장을 호령하는 강자로 우뚝 섰습니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삼성의 입지는 급격히 흔들렸습니다.

아이폰은 기존 '휴대폰'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깬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삼성은 애니콜에 삼성이 개발한 각종 기술력의 정수를 쏟아부었지만, 이용자들은 '내가' 직접 사용할 기능을 폰에 설치하고 구현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에 매료됐습니다. 기자도 2008년 미국 뉴욕의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3GS'를 처음 봤을 때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열풍의 주역인 아이폰 3GS © News1
 
위기감을 느낀 삼성은 스마트폰 '형태'를 띤 단말기 '옴니아'를 부랴부랴 출시합니다. 화면에는 터치스크린을 탑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 6.1과 햅틱UI를 채택했습니다. 

지금은 일부 노후된 공공기관 단말기에서나 볼 법한 '감압식'(손가락으로 힘을 줘 눌러야 인식하는 형태) 터치 방식을 채택해 정전식(손가락과의 마찰로 터치하는 방식)을 채택한 아이폰과 나름 차별화를 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옴니아는 이용자들에게 '옴레기'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됩니다.

겉모습만 부랴부랴 따라했을 뿐, 단말기 프로세서는 운영체제를 감당하지 못해 '손난로'라 불릴 정도로 과도한 발열 현상을 보였습니다. 또 앱 최적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조금만 이용해도 버벅대거나 아예 멈춰서고 심지어 까만 화면으로 완전히 먹통이 되는 '벽돌'현상이 나타나기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 이전에 본 적 없는 급격한 변화의 바람이 불던 이때, 삼성의 '실기'는 이건희 회장의 '부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이 회장은 당시 회사를 떠나 있었습니다. 그는 2007년 삼성 특검 사태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모든 직책을 내려놨었습니다.

애니콜 화형식 이후 삼성 무선사업부에 심혈을 기울였던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삼성이라는 공룡은 혁신을 위한 '거대한 의사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옴니아라는 변종을 낳았던 셈입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 오른쪽 두번째)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비교전시회에서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 오른쪽 첫번째)으로부터 모바일 사업 현황 및 신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왼쪽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COO)도 눈에 띈다. @News1 DB

◇복귀한 이건희, 구글-SKT와 손잡고 '갤럭시 신화' 창조

이건희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고 2010년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삼성은 스마트폰 사업방향을 전면 재수정하게 됩니다. 스마트폰의 핵심은 운영체제와 앱 생태계라는 것을 비로소 간파한 것이죠. 당시 이건희 회장은 "지금이 진짜 위기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경고했다.

그동안 휴대폰 시장은 제조업체가 기술력으로 시장을 끌고 가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앱 생태계를 통한 '소프트 파워'로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났고, 삼성은 거기서 한발 늦었다는 것을 뼈 아프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제조사인 삼성이 이를 단시간 내에 따라잡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아이폰의 최대 경쟁력인 앱 생태계를 가로막아 사실상 삼성에게 '시간'을 벌어줬던 갈라파고스 규제의 대표적 상징, 국내 무선인터넷 표준 '위피'도 전면 폐지됐습니다. 

삼성의 위기는 동시에 통신사의 위기로도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통신사는 제조사와 손잡고 '전용 단말기'를 출시하는 것만으로 막강한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심지어 아무런 기술력조차 필요없는 011 같은 '휴대폰 번호'를 갖고도 이용자에게 차별 마케팅을 실시했던 시절이었으니 말 다했죠. 

앱 생태계는 '특정 통신사 전용 단말기'나 별 의미도 없는 '번호'로 쌓아왔던 통신사의 위상을 하루아침에 모래성처럼 허물어버렸습니다. 누구든 앱만 설치하면 마음껏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됐고 각자 맞춤형 스타일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코너에 몰린 삼성과 통신사는 굳게 손을 맞잡습니다. 이때 이들을 찾아온 이가 있으니 바로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 불리는 구글의 앤디 루빈 전 수석 부사장입니다. 

애플 iOS 생태계에 대항할 '개방형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은 구글에 회사가 인수된 후 수석부사장으로서 본격적으로 '개방과 협력' 전도사로 나섭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26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스S2 LTE 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갤럭시S2 LTE'와 '갤럭시S2 HD LTE"를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과 공동 개발한 갤럭시'S'…이후 갤럭시K, 갤럭시ㅕ도 출시  

삼성은 이같은 구글의 손을 맞잡고, 내부적으로 전면 백지화한 스마트폰 사업에 '안드로이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개발 단계부터 통신사 SK텔레콤과 함께 협력하며 망 최적화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이미 KT가 애플의 아이폰을 국내에 전격 도입하며 국내에선 스마트폰 광풍이 불었지만, 삼성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옴니아처럼 최적화 되지 않은 폰으로 삼성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며 스마트폰 신제품 개발에 총력을 다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신제품이 바로 '갤럭시S' 입니다. 애플의 'iOS' 진영에 맞설 '안드로이드 진영'에 구글, 삼성전자, SK텔레콤이라는 삼각편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당시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삼성-구글과 새로운 스마트폰을 공동 개발하며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공동으로 열어가겠다면서 품 안에서 시제품 개발 단계인 갤럭시S 초기 모델을 꺼내보여 큰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실제 SK텔레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를 필두로 2010년 한해에만 총 10종이 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줄줄이 출시합니다. 이그중에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갤럭시S 뿐이었지만 그래도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KT가 들여온 애플의 아이폰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적수로 키워내기도 했지요. 

당시 정만원 사장은 삼성전자와 공동개발의 의미를 담아 갤럭시에 SK텔레콤을 상징하는 'S'를 붙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은 KT용으로 갤럭시K, LG유플러스용으로 갤럭시U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삼성은 갤럭시S2부터 브랜드명을 갤럭시S로 통일합니다. 이때의 S는 '삼성'의 S이자 '슈퍼스마트'라고 나름대로 명명했지요.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갤럭시도 'S시리즈'로 통일했습니다. 갤럭시K와 갤럭시U는 초기 버전을 끝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졌지요. 

그리고 갤럭시S는 현재 최신형 갤럭시S20까지 이어지며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습니다. 또 '갤럭시 노트'에 이어 폴더블 폰인 '갤럭시Z 폴드'로 라인업을 다양화하며 '명품 스마트폰'의 입지를 쌓아가고 있지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갤럭시 언팩 2020'에서 '갤럭시 노트20 울트라'를 소개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2020.8.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리더 이건희' 뛰어넘는 삼성 '경영진' 기대

격변의 시기에 기업의 명운은 불과 수개월에서 1년의 시간안에 결정되기도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존재이지요. 

삼성은 걸출한 경영자를 수없이 배출했지만, 기업의 명운을 건 거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그 결정을 책임 질 '오너'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설령 그 결정으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변혁의 시기에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지고 기업을 끌고 나가는 '리더'의 존재는 기업에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작고한 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지금의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키운 위대한 경영자였고, 삼성도 이 회장의 리더십에 발맞춰 역량을 발휘했지만 이런 '초인적인 리더'의 존재 여부가 더이상 삼성에 큰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병으로 쓰러진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반에 나섰지만, 이재용 부회장 또한 옥고를 치르는 등 회사를 비우는 경우가 있었죠. 그때마다 또 삼성은 부침을 겪었습니다. 

삼성이라는 거대한 기업을 이끄는 '혁신적인 리더'가 더이상 '오너'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전문경영인 레벨에서도 나오게 된다면 삼성은 앞으로도 세계가 두려워하는 기업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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