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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 없는 비행여행' 갈리는 시선…"새로운 돌파구 vs 여행업 도움 안돼"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2020-10-24 07:00 송고
지난 9월 대만 관광객들이 타이베이공항을 출발 목적지인 제주공항에 착륙하지 않은 채 제주 상공을 선회한 뒤 대만으로 다시 회항하는 항공편 체험상품인 '제주 가상출국여행'에 참여해 치맥 기내식을 먹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2020.9.20/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까지 상상도 못한 목적지 없이 상공을 돌고 오는 '비행여행'이 주목받는 가운데, 이를 두고 여행업계 내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갈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실의에 빠진 여행사와 항공사 입장에선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행업계에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도움은 안된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2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대만과 일본 등 해외에서 한시적인 행사로 시작한 '무목적 비행여행'이 국내서도 시선을 끌자, 주요 여행사들이 국내 상공을 돌고 돌아오는 상품을 출시하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목적 비행여행은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탄 후, 뜬 비행기가 착륙하지 않고 상공에서 '유턴'해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하나투어와 아시아나항공이 손잡고 선보인, A380 항공기를 이용하는 비행 상품 '스카이라인투어'는 총 320석 중 응급환자용 좌석을 제외한 284석 모두 당일 완판됐다. 지난달 24일과 25일 각각 오전 11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강릉, 포항, 김해, 제주 상공을 비행한 후 오후 1시20분 인천공항에 돌아오는 코스였다.
  
하나투어의 완판 소식에 KRT와 마이리얼트립도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 한반도 일주 비행여행 상품을 각각 '스카이드림투어'와 '여행앓이 극복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출시했다. 

두 상품 모두 하나투어와 같이 일정은 비슷하나, 추가 사항에서 차별화를 뒀다. KRT는 인천 특급호텔에서 숙박하는 일정을 추가했고, 마이리얼트립은 베테랑 가이드와 실시간으로 해외 현지를 온라인으로 여행하는 '랜선여행'을 더했다.
마이리얼트립 '여행앓이 극복 프로젝트' 홍보 이미지 (마이리얼트립 제공) © 뉴스1
클룩 등 해외 온라인여행사(OTA)도 비행여행 상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제주항공이나 티웨이, 에어부산 등의 저비용항공사(LCC)들도 개별로 비행여행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9월엔 한국관광공사가 대만 현지 LCC와 여행사와 함께 제주도 상공을 선회해 돌아가는 비행 상품을 선보여, 대만 여행객 120명이 참여하며 뜨거운 호응을 끌었다. 

이처럼 무목적 비행 상품이 인기를 얻자, 면세업계에선 기내에서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미 무목적 비행 상품을 먼저 운영 중인 다른 나라의 경우 면세 쇼핑을 허용하고 있다.
호주와 일본 항공사가 운영하는 무목적 비행의 경우에도 면세쇼핑을 허용에 위축된 면세 업계에 좋은 정책지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대만의 중화항공, 에바항공 등은 다수의 무목적 비행 상품을 운영해 대만의 관광, 면세업계도 더불어 회생의 기회를 얻고 있다. 여행사들도 면세품 구입 허용에 대해선 우선 찬성하는 분위기다. 면세품을 살 수 있으면, 더 많은 승객을 모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목적 비행 상품에 대한 여행업계 내 시각이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칫 여행산업의 생태계를 무너트릴 수도 있다는 입장이 나온다. 또한 면세품 허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는 여행사들의 속내도 편치만은 않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여행사들의 목적은 수익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존재감이 사라진 '여행사'가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기"라며 "만약 눈에 띄는 수익을 얻었다면 곧바로 다음 상품을 출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여행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모객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구체적인 테마를 접목하지 않는 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여행사들은 이렇게라도 상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관광시장을 두고 (무목적) 비행상품이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냐고 하면 '없다'라고 할 수 있다"며 "내수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목적 없이 불분명한 상태로 비행기를 띄운다는 건 의미 없는 탄소배출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수 제도(면세품 구매 한도 등) 없이 면세 허용을 추진하면 당초 취지와 무관하게 면세품을 사기 위해 여행을 하는 주객이 전도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업계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겠지만, 정부에서 이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 방콕에서 운영 중인 타이항공의 기내 레스토랑 © AFP=뉴스1
한편, 해외에선 비행기를 상공으로 띄우지 않고도 비행여행을 즐기는 방법이 인기다. 최근 싱가포르항공은 공항에 머물러 있는 비행기 안에서 3시간 동안 기내식만 먹는 일정을 선보여, 30분 만에 완판했다. 
 
태국에선 타이항공이 방콕 본사 구내식당을 항공기 내부 객실을 그대로 재연한 레스토랑으로 운영한다. 이 식당은 최대한 고객들이 비행기 내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실제 항공기에 사용된 부품으로 만든 좌석과 가구로 좌석으로 꾸며졌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