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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안 맞으면 사망 몇천배"…신종플루·메르스 때도 백신사망 신고 껑충

10년 간 독감 백신 사망신고 25건 중 신종플루·메르스 당시 20건
전문가들 "추이 지켜볼 수 있지만 안 맞는 것은 손해"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 2020-10-24 06:30 송고 | 2020-10-24 08:57 최종수정
23일 오후 서울의 한 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일시중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0.10.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3일 오후 서울의 한 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일시중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0.10.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질병관리청이 23일 독감 백신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접종피해자조사반 회의 결과 독감 백신 접종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사망자들을 조사하고 부검까지 했지만 백신 예방접종과 직접적인 인과성이 매우 낮다는 판단에서다.

유독 올해 접종 후 사망 신고가 급증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맞물린 특수 상황이란 분석도 나온다. 예컨대 코로나19와 트윈데믹(동반유행)에 대한 우려로 병사와 자연사가 많은 고령자가 접종이 늘어난데다 감염병 관리가 철저해지면서 예전보다 신고가 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과거 신종플루와 메르스 유행 당시에도 독감 백신으로 인한 사망 신고가 일시적으로 급증한 바 있다.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독감 예방은 해마다 하기 때문에 (사망 신고 등) 사례는 언제나 있었다. 이번엔 코로나19로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된거고, 어르신들도 많이 몰려서 접종한 것"이라며 "어르신들이 많이 몰려서 접종하다보면 (병사나 자연사로) 사망할 가능성도 당연히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사망 신고 사례 26건 심의 결과 독감 백신과 연관성 확인 안돼"

질병청은 23일 열린 독감 백신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접종피해자조사반 회의 후 "사망 신고사례 26건(중증 이상반응 신고 후 사망 1건 포함)에 대해 심의한 결과 백신 접종과의 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로 신고된 사람은 34명, 중증 이상반응 신고로 추가 사망한 2명을 포함 총 36명의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중 전날 신고가 이뤄진 26명에 대해 먼저 피해조사반 회의에서 논의를 거친 것이다.

20건의 중간 부검 결과 7건은 추가 검사 진행 중이며, △심혈관질환 8건 △뇌혈관질환 2건 △기타 3건 등으로 나타났다. 부검하지 않은 6건 중 3건은 질병사, 1건은 질식사로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낮다는 평가다.

질병청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추가적인 분석자료 검토를 위해 24일 오전 회의를 개최해 향후 접종 계획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질병청은 서울시 영등포구와 경북 포항시가 독감 백신 예방접종 보류를 관내 의료기관에 권고한 것과 관련 "향후 전체 국가예방접종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접종 유보 여부를 결정하지 않도록 안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10년 간 독감 백신 사망신고 25건 중 신종플루·메르스 당시 20건

일각에서는 올들어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유행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다른 질병 예방에 더 철저해지고, 접종 수 자체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취약계층인 고령자의 접종 자체가 늘어나면 독감 백신 때문이 아닌 병사나 자연사 등으로 인한 사망 자체도 늘어날 수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추가경정 예산까지 도입해 기존 독감 무료 접종 대상인 △생후 6개월~13세 △임신부 △만 65세 이상 어르신에서 △만 14세~18세 어린이 △만 62~만 64세 어르신까지 확대했다. 

아울러 감염병 시기에는 백신 접종에 대한 신고와 조사 역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더 꼼꼼해지는 경향이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9~2019년)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 신고가 들어온 사례는 25건이다.

매년 2.5명이 사망한 꼴인데, 내용을 살펴보면 2009년 8건, 2015년 12건으로 두 해만 합치면 20건이다. 2009년에는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시기고, 2015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했던 시기다.

독감 예방접종 사망 신고의 80%가 다른 감염병이 유행했던 시기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백신 안 맞으면 당연히 사망자 늘어"…"추이 볼 수 있지만 안 맞는 것은 손해"

당국과 전문가들은 당장의 우려 때문에 예방 접종을 잠시 미루더라도 결과적으로 백신을 맞는 것이 더 낫다는 평가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장감사 자리에서 "연간 독감 감염으로 3000명 정도 사망하고 있으며, 대부분 폐렴 등 합병증이나 기저질환이 악화돼 사망하는 노인이었다"며 "합병증을 고려할 때 특히 노인들은 독감백신을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을 안 맞으면 당연히 사망자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백신을 안맞으면 독감에 더 많이 걸리고 사망자도 당연히 많아진다"고 우려했다.

한 교수는 "만약에 독감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다면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평소에 비해 몇천배, 몇만배도 될 수 있다"며 "항체 형성에 2주가 걸리니, 좀 추이를 보고 맞겠다 그건 가능하겠지만, 안 맞겠다고 하면 국민이 얻는 손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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