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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語사전] "쏠라닥·엇서다"…북한서 자주 쓰는 낯선 우리말

'80일 전투' 분위기 독려에 활용된 北 특유 단어
남북 국어사전 모두 등재…쓰임새 달라 눈길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2020-10-24 09:00 송고
편집자주 '조선말'이라고 부르는 북한말은 우리말과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北語(북어)사전]을 통해 차이의 경계를 좁혀보려 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1면에 '80일 전투'를 추동하는 선전화를 게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1면에 '80일 전투'를 추동하는 선전화를 게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남북 국어사전 모두에 등재돼 있지만 유독 북한에서 자주 쓰이는 우리말이 있다. 이에 최근 '80일 전투' 분위기 독려에 활용된 북한 특유의 우리말을 알아본다.

"안팎으로 원수들이 쏠라닥거릴 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1면에 '80일 전투, 그 선봉에 당원의 위치가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1950년 한국전쟁 당시의 정세를 이같이 설명한다. 그런데 문장 중 '쏠라닥'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조선말대사전'은 쏠라닥을 두고 '쥐 같은 것이 싸다니며 물건을 건드려 내는 소리나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파생된 '쏠라닥거리다'는 쥐가 남의 눈을 피해 못된 장난을 치는 모습을 뜻한다. 과거 북한을 위협하던 세력을 쥐에 빗대 비아냥댄 것이다.

한편 지난 2012년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해킹됐을 때도 쏠라닥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바 있다. 해킹된 '우리민족끼리' 메인 화면에는 '쏠라닥 텔레비전'이라는 탭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제1비서)을 비난하는 내용이 실려 눈길을 끌었다.

"혁명 앞에 감히 엇서는 자들에 대한 분노."

같은 날 신문은 '엇서다'라는 말로 북한 체제를 반대하는 세력에 불만을 드러냈다. 엇서다는 우리말 중 '맞서다'와 유사한 단어다.

엇서다는 '말이나 행동에 양보하지 않고 어긋나게 나가며 맞서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조선말대사전은 "버릇없이 어른들의 말에 엇서지 말고 냉큼 돌아서라"라는 식의 예문을 소개하고 있다.

또 '서로 어긋나거나 엇비껴서 서다'라는 의미도 있다. 남한에선 흔히 맞서다 혹은 '마주 서다'라는 말로 쓰이는 내용이 북한에서는 엇서다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어 흥미롭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달 12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를 다시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달 12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를 다시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8월 7일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친히 운전대를 잡으시고 큰물이 채 찌지 않은 은파군 대청리로 야전차를 달리시었다."

19일 신문은 수해 지역을 직접 찾은 김 위원장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며 80일 전투를 향한 내부 결속을 다져나갔다. 그런데 문장 속 '찌다'라는 표현이 다소 낯선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찌다'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중엔 '(물이) 줄어들거나 밀려 나가 없어지다'라는 의미도 존재한다.

최근 극심한 수해를 겪은 북한은 각종 매체를 통해 "물이 찌지 않은"이라는 표현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이는 홍수가 난 지역에 아직 물이 빠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남한에서 '찌다'는 '살이 올라 뚱뚱해지다' 혹은 '뜨거운 김으로 익히거나 데우다'라는 뜻으로 주로 사용된다. 홍수로 물이 차 있는 상황엔 흔히 '물이 빠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찌다'에는 '들어온 밀물이 나가다'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다만 남한 매체나 언중들 사이에선 거의 쓰이지 않고 있어 남북 간 언어 활용 차이를 엿볼 수 있다.

■ 쏠라닥

[부사]
"쥐 같은 것이 싸다니며 물건을 건드려 내는 소리·모양을 나타내는 말

■ 엇서다

[동사]
① 서로 어긋나거나 엇비껴서 서다.
② 말이나 행동에 양보하지 않고 어긋나게 나가며 맞서다.

■ 찌다

[동사]
(괴여있거나 들어온 물이) 줄어들거나 밀려 나가 없어지다.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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