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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길 "'사람 살리는 문학'하라던 박경리 선생…노력하고 있다"

'제10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윤흥길 작가 기자간담회
박경리와 수많은 인연 전해…'많이 그립고 감사하다'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20-10-22 14:39 송고 | 2020-10-22 14:46 최종수정
22일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윤흥길 작가.(토지문화재단 제공)© 뉴스1
22일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윤흥길 작가.(토지문화재단 제공)© 뉴스1
"박경리 선생께서 사람을 죽이는 '살인의 문학'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활인의 문학'을 해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어요. 제가 믿는 기독교 교리와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죠. 성경 말씀 중에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가르침과 함께 선생님 말씀을 작품에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경리 작가(1926~2008)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된 '박경리문학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윤흥길 작가(78)의 말이다. 2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로 만난 윤 작가는 박경리 작가와의 다양한 인연에 대해 소개했다.

'활인의 문학'에 대한 가르침은 그런 인연 중 하나다. 윤 작가는 "박경리 선생님께서는 활인의 문학,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살는 소중한 문학에 대해 생활에서 체험한 것들을 말씀하셨다"라며 "들고양이 밥 먹이는 일, 제초제를 쓰지 않고 손으로 잡초를 뽑거나 놔두는 일 등을 통해 활인의 문학이 어떤 문학인지 깨닫게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활인의 문학을 위한 수단 중 하나가 우리 문학 전통 중 하나인 '해학'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작품에 해학을 더하면 악인도 선할 수 있다는 것을, 가난뱅이도 구제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다"며 현재 집필 중인 '문신'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윤 작가는 신인 시절에 있던 박경리 작가와의 인연도 언급했다. 둘의 첫 인연은 윤 작가가 1971년 문학지 '현대문학'에 단편 '황혼의 집'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현대문학' 편집장이었던 김수영 시인의 여동생 김순영 편집장은 "문단 대선배가 '황혼의 집'을 읽고 감동 받아 칭찬하고, 격려를 많이 해줬다"라며 "본인이 밝히길 꺼리니 익명의 선배로 놔두자"라고 했다고.

윤 작가는 당시 그 '선배'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황혼의 집'이 단행본으로 나온 뒤인 1977년 박 작가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가 "작품 발표했을 때 현대문학 편집장한테 들은 이야기 없냐"고 물어 6년 만에 칭찬한 선배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꾸준히 만나면서 다양한 가르침을 받았다고 윤 작가는 말했다.

그는 "박경리 선생님이 많이 그립고, 감사하다"라며 "내년 봄 '문신'이 완간되고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고 제 건강도 좋아지면, 집사람과 함께 통영으로 선생님 위패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겠다"고 했다.

한편 윤 작가는 제10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소감에 대해서는 "제 졸작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작중인물 권씨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나 이래봬도 안동 권씨요, 나 이래봬도 대학나온 사람이요'다"라며 "저도 권씨를 흉내내서 '이래봬도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입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최근 심혈관 질환이 악화됐다가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밝히며, 올해 말까지 치료를 받은 뒤 '문신'을 마무리하고, 더 노력해서 좋은 작품을 쓰겠다고 했다.

올해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은 24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학관에서 열리며, 윤 작가에게는 상금 1억원과 안상수 디자이너가 제작한 상장이 수여된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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