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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33년 정든 민주당 떠난다…내로남불·편 가르기에 지쳤다"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0-10-21 07:20 송고 | 2020-10-21 10:12 최종수정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9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충질의를 하고 있다. 당시 금 의원은 조 후보자에게 비판적 질문을 해 여권 지지자들의 비난세례에 시달렸다. © News1 

여권 내부 쓴소리꾼으로 유명했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21일 탈당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아침 SNS에 올린 "민주당을 떠나며"이라는 제목을 글을 통해 "1987년 생애 첫 선거를 맞아 대선 때 김대중 후보에게 투표한 이래 계속 지지해왔고, 6년 전 당원으로 가입한 뒤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직을 맡으며 나름 기여하려고 노력했던 당을 이렇게 떠나게 됐다"고 33년만에 민주당 곁을 떠난다고 알렸다.

◇ 징계 재심 청구했지만 당은 차일피일…어떤 말도 없고 손익계산만 

금 전 의원은 자신이 탈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의 지금 모습에 절망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보는 까닭으로 우선 "공수처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고 재심을 청구한 지 5개월, 당 지도부가 바뀐 지도 두 달, 윤리위도 여러 차례 열렸지만 민주당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고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토론도,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금 전 의원은 "당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성실히 분석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아닌 그저 어떻게 어떻게 해야 가장 욕을 덜 먹고 손해가 적을까 계산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제가 떠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소통 문화 사라지고 '우리는 항상 옳고 이겨야'…편 가르기, 반대하면 친일파라고 윽박질러

또 다른 이유로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는 점을 꼽았다.

즉 "국민들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대중이 이끌던 민주당, 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으로 다른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다"는 것.

금 전 의원은 "거기에서부터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난다"라며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긴다"고 비판했다.

◇ 건강한 비판, 자기 반성하면 '내부 총질' 비난 '문자 폭탄' '악플' 쏟아져

금 전 의원은 "이런 모습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힌다"면서 "지지자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에는 절망했다"고 이 점이 가슴 아프다고 고백했다.

◇ 비판적 국민을 '토착왜구'취급· 과거에만 집착·편 나누기…설득하고 함께 가야

더불어 "집권여당이 비판적인 국민들을 ‘토착왜구’로 취급한다면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이 훼손되고 정치에 대한 냉소가 더욱더 판을 칠 것이다"며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 진보를 넘어 상식적인 세력들이 협력하고 경쟁하는 정치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음에도 과거에만 집착하고 편을 나누면서 변화의 중대한 계기를 놓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따라서 금 전 의원은 "공공선을 추구하고 우리 사회를 한 단계씩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로 이를 위해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선의를 인정하고 상대방이 한 일이라도 옳은 것은 받아들이고, 스스로 잘못한 것은 반성하면서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나가야 한다"면서 "특히 집권여당은 반대하는 사람도 설득하고 기다려서 함께 간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 비난 감수하고 노력했지만 이제 한계에 이르러…탈당으로 마지막 항의를

금 전 의원은 "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저의 책임도 크다"면서 "정치적 불리함과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비난을 감수하고 해야 할 말을 하면서 무던히 노력했지만, 더 이상은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충정과 진심을 담아 탈당계를 낸다"고 고백했다.

끝으로 그는 "그동안 함께 일한 분들께 마음속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민주당이 예전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활기를 되찾고 상식과 이성이 살아 숨 쉬는 좋은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기원했다.  

◇ 검찰내부 쓴소리꾼에서 여권 쓴소리꾼으로…조국 청문회, 공수처 반대로 미운털 

금태섭 전 의원은 검사시절 "약자인 피의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지침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는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것이다"며 '수사받는 법'을 언론에 기고했다가 검찰 징계를 받았다.

20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한 뒤에도 여권을 향해 비판적 견해를 자주 노출했다.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 "조국 후보자는 젊은이의 분노에 동문서답으로 상처준 것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공수처법도 "전 세계 어느나라도 유사한 기관이 없다"며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기권표를 던졌다.

이 일로 인해 여권에서 미운털이 박혔으며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비난, 조롱 세례에 시달렸다. 21대 총선도 우여곡절끝에 당내 경선까지 갔지만 결국 강성 지지자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공천받는 데 실패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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