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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로젠택배 40대 기사, '갑질' 호소 유서 남기고 극단적 선택

"생활고·갑질에 퇴사 희망했지만…'후임자 데려와라' 갑질"
사망 택배기사 올해 11명째…'갑질'로 인한 사망 첫 사례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20-10-20 14:09 송고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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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던 40대 택배기사 김모씨가 대리점의 갑질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20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씨는 유서에 '억울하다'는 호소를 남긴 채 이날 아침 로젠택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발견됐다.

김씨의 사망으로 올해 목숨을 잃은 택배기사는 11명이 됐다. 택배기사 10명의 잇단 사망으로 '과로사'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지만, '갑질'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택배업계 양대 병폐(病弊)인 '과로사'와 '갑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새벽 3시경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서지점 관리자는 이날 아침 고인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 유서를 작성해 함께 일하던 노조 조합원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자필로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를 써 내려갔다.

유서는 "억울합니다"라는 토로와 함께 시작됐다. 그는 "우리(택배기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구입에, 전용번호판까지(준비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실은 200만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고 그간의 생활고를 고백했다.

김씨는 대리점에서 당한 갑질과 울분을 낱낱이 고발했다. 그는 "저 같은 경우는 적은 수수료에 세금 등을 빼면 한 달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구역"이라며 "이런 구역은 소장(기사)을 모집하면 안 되는데도 (대리점은) 직원을 줄이기 위해 소장을 모집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팔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여름 더위에 하차 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식 에어컨 중고로 150만원이면 사는 것을 사주지 않았다"며 "(오히려) 20여명의 소장들을 30분 일찍 나오게 했다"고 토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수입이 줄어 은행권 신용도까지 낮아지자 다른 일을 구하기 위해 퇴사를 희망했지만, 대리점은 도리어 김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씨는 사망 직전까지 본인의 차량에 '구인광고'를 붙이고 운행해야 했다. 그는 유서에 "아마 3개월 전에만 사람을 구하던지, 자기들(대리점)이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울화를 쏟아냈다.

한편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은 "김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갑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지점 관계자는 "김씨는 오는 11월에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었고, 퇴사 시 후임자를 데려와야 하는 조건은 계약서에 명시된 것"이라며 "대리점의 갑질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로젠택배 본사는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라며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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