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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무혐의' 박진성 시인 "손석희는 지금쯤 어떤 기분일까"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20-10-17 17:39 송고 | 2020-10-17 17:46 최종수정
박진성 시인.(본인 제공)© 뉴스1
박진성 시인.(본인 제공)© 뉴스1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지만, 생각을 바꿔 가족 곁으로 돌아온 박진성 시인(42)이 17일 "부끄럽다"며 "조용에 조용을 더해서 겸손하게 살겠다"고 밝혔다.

박진성 시인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리고 "살아 있다는 것, 살아서 물 마시고 숨쉬고 다시 허기를 느끼고 밥 챙겨 먹고 무언가를 욕망하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 발톱이 자라고 손톱과 머릿카락이 자라고 말을 한다는 자체가 징그럽고 지겨웠다"며 "반포와 강 건너 용산 언저리를 떠돌았다, 다리에도 올라가 보고 종로 어디 건물에도 올라가 봤다"고 했다.

박 시인은 "숨이 목까지 차올랐을 때 드는 생각 하나는 이런 거였다"라며 "누군가는 또 흉물을 치워야 하겠구나, 그게 평생의 상처로 남겠구나"라고 했다. 이어 "생각을 되돌리고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한강 변을 오래 걸었다"고 했다.

그는 이날 뉴스1과의 인터뷰(극단선택 멈춘 박진성 시인 "아직 괴롭다…'사회적 감옥'서 꺼내 달라")에서도 그동안의 심경에 대해 털어놓은 바 있다.

박 시인은 SNS에 올린 글에 자신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한 여성을 JTBC '뉴스룸'에서 인터뷰한 손석희 JTBC 사장을 떠올렸다고도 했다.

박 시인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게 됐을 때 단 하나의 질문이 오롯이 남았다"라며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손석희 전 앵커는 지금쯤 어떤 기분일까, 어떤 마음으로 물을 마시고 숨을 쉴까, 단지 의혹만으로 자신이, 삶 자체를 망가뜨린 사람들에겐 어떤 마음일까, 자신이 주동해서 쫓아 내놓고 너는 왜 쫓겨났냐고 다시 조롱받는 어떤 삶들을 볼 때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라고 했다.

또한 "뉴스에는 '아니면 말고'가 있지만 '아니면 말고의 삶'은 어디에도 없을 텐데 그걸 잘 알 텐데"라며 "그 질문 하나를 강물에 던지면서 오래 걸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식어가 많은 문장이 시를 망치듯이 변명과 설명이 많은 반성은 상대방의 어떤 시간과 마음을 상하게 하겠지요"라며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박진성 시인은 지난 2016년 두 여성에게 강제추행 등 혐의로 고소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고소한 여성들에게는 무고 혐의가 인정됐다. 박 시인은 사건 이후 이어진 논란과 문단의 외면 등으로 제약이 많았다며 힘들어했고, 지난 14일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고 잠적했지만 15일 밤 서울 용산경찰서 한강로지구대에서 자신의 생존사실을 알렸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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