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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 사과하면 의사국시 다시 치른다?…한의협 회장 "미친 생각"

[인터뷰]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 "국민 원하는 건 의사 수 확대"
공공의사 부족하다면서 한의사 제외한 정부정책 거듭 비판해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 2020-10-15 06:34 송고 | 2020-10-15 09:15 최종수정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4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의사국시 사태에 대해 정부와 의사단체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미친 생각' '국가시험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불공정 사례' 등 다소 거친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의사 국가시험(의사국시) 사태를 대하는 정부 태도는 의대생들이 사과하면 재응시를 허용할 수 있다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고,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미친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4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의사국시 사태에 대해 정부와 의사단체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미친 생각' '국가시험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불공정 사례' 등 다소 거친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혁용 회장은 "정부 정책은 국민 입장을 대변해야 하고, 지금 우리 사회는 의사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며 "국민 명령은 지역의사를 양성하고 공공의대를 신설하라는 것인데, 의대생들이 단순히 사과한다고 어벌쩡 의사국시 재응시를 허용한다면 공정이라는 사회적 기반이 무너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당장은 정부가 단호한 태도를 보여도 국민적인 관심이 떨어진 2021년 2~3월쯤 의대생 사과를 핑계 삼아 의사국시 재응시를 허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보건의료계 내부적으로 파다하다"며 "그럴 경우 의사들 주장을 들어주기 위해 나라 전체가 큰 혼란을 겪은 꼴"이라고 말했다.

최혁용 회장은 현행 의사국사 사태가 형식적 공정, 불공정, 실질적 공정 등 세 가지 중 하나로 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서 '형식적 공정'은 보건복지부가 원칙을 내세워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재응시를 최종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불공정'은 정부가 의대생들 사과를 이유로 2021년 2~3월쯤 의사국시 재응시를 허용하는 것이다. 최혁용 회장이 꼽은 최악의 선택이다.

마지막 '실질적 공정'은 의사단체가 전향적으로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 여론이 바뀌면 의사국시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지만, 의대생 사과 여부는 후순위라는 게 최혁용 회장 설명이다.

최혁용 회장은 "정부가 그동안 의사 독점권을 지키는 방향으로만 보건의료 정책을 펼친 대가가 결국 의사국시 사태로 나타났다"며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는 꼭 필요한 정책이며, 그 대상에 한의사를 포함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의사 면허자를 신설 공공의대 정원에서 별도로 선발해 2년의 추가 교육 후 국시를 치르도록 기회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의학 지식을 갖춘 한의사들이 빠르게 복수면허자가 돼 지역에서 환자를 돌보면 궁극적으로 국민 의료 서비스 저변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다음은 14일 인터뷰에서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 일문일답이다.

-의사국시 사태를 두고 의사가 아닌 한의계가 왜 목소리를 내느냐는 일각의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논리라면 의사들은 왜 첩약(한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인가. 보건의료 시스템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한의사나 의사나 한 영역이고 서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책임 있는 의료 전문가인 한의사들이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목소리를 내야 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지금의 사태가 국민에게 미칠 영향을 봐야 한다. 의사 부족 사태는 한의사 활용 측면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정부가 의사 숫자를 늘리려고 한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공공의사를 육성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 공공의대 신설,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추진한 것 아닌가. 일차의료 영역에서 큰 역할을 하는 한의사도 당연히 의사 수 확대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다.

-사과 만으로 의대생들에게 의사국시 재응시를 허용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앞으로 이 사안은 세 가지 결론 중 하나로 끝날 것이다. 첫 번째는 '형식적인 공정'이다. 의대생들이 스스로 의사국시에 응시하지 않은 만큼 원칙대로 2021년에 다시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단적인 사례로, 수학능력시험은 지각하면 응시 자체를 못한다. 그런데 의사국시만 예외가 되려고 한다. 이런 사례가 쌓이면 특권이 되고, '공정'이라는 사회적 기반이 무너진다. '형식적 공정'은 적어도 공정성을 지켰다는 선례가 남는다.

두 번째로 의대생들이 사과했으니 어벌쩡 2021년에 시험을 치르게 해 주는 것이다. 가장 우려하는 결과다. 국가시험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일이다. 정부는 공공의사가 부족하다고 하지 않았나. 의대생 사과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은 의사 숫자를 늘리기를 원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따르고 실천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나라 전체가 큰 혼란만 겪은 꼴이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찰한 의사만 승자다.

세 번째는 '실질적 공정'이다. 이를 위해 의사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에 전향적으로 찬성해야 한다. 이후 국민 여론이 바뀌면 재응시를 논의할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후순위일 뿐이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이 14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의사국시 사태에 대한 한의계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그렇다고 해도 공공의대 신설, 공공의사 육성에 한의사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맞나.

▶의사국시 문제를 대하는 정부 태도는 한마디로 '의대생이 사과하면 국시 재응시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비친다. 국민 명령은 지역 공공의사를 육성해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인데, 정반대 결과로 향하고 있다. 의대생들이 사과하고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2021년 2~3월쯤 정부가 의사국시 재응시를 허용할 것이란 전망이 의료계 내부에 파다하게 퍼졌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국민이 크게 분노할 일이다. 대형병원은 인턴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정부도 골치 아픈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은 이해관계가 깊다. 정작 의사가 필요한 국민만 아무것도 얻는 게 없다.

오는 2022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해 향후 10년간 공공의사 4000명을 육성하고 공공의대를 신설하는 게 정부 계획이었다. 그런데 한의사가 빠진 이유를 모르겠다. 한의사는 이미 의학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다. 한의사들이 편입 방식으로 대학에서 2년의 추가 교육을 받고 한의사와 의사 복수면허자가 되면 정부가 필요로 하는 1차의사를 빠르게 육성할 수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한의사와 의사 교육 과정 통합을 미리 점검하게 된다. 두 직종이 서로를 알아가는 소중한 기회다. 의료 일원화의 주춧돌도 놓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의료일원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정책의 최대 숙원사업은 한의사와 의사 면허를 통합하는 '의료 일원화'다.

-한의사와 의사는 다른 직종이며, 일각에서는 한의사 전문성을 문제 삼는다.

▶일부 의사는 한의대를 없애자는 극단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같은 전문직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치의는 '오스테오페틱'(DO)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다. 정골의사로도 부른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의사다. DO는 일반의사(MD)와 동일하게 약물 처방과 수술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한의학 치료법 중 하나인 추나요법도 한다. 국내 한의사와 업무 성격이 비슷하지만 권한은 훨씬 많은 셈이다. 초강대국 대통령 주치의가 DO라는 점만 봐도 일부 의사들이 전문성 운운하는 것은 성립하기 어렵다. 중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중국은 의사와 중의사, 중서결합의사 등 3개 면허시스템이 존재하며 서로 특별한 제약 없이 진료와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도 사용한다. 

한의사 장점은 환자에게 1차의료를 포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한의사에게 많은 족쇄를 채웠다. 우선 진단 의료기기를 못 쓰게 막았다. 의사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뿐이다. 누구를 위한 정책이고 법률인가. 지난 2~3월 첫 번째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정부는 의대생, 간호대생을 뽑아 의료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까지 고민했다. 한의사를 고려했다면 불필요한 고민이었다.

-결국 지역 공공의사로 한의사를 이용하라는 뜻 아닌가.

▶예를 들겠다. 정부가 추진하는 장애인 주치의제도가 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의료인이 직접 찾아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일반인과 달리 장애인은 죽을 만큼 아플 때만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 가는 것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을 했는데 처음에는 다들 주치의로 의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상당수 장애인은 한의사를 원했다. 팔다리가 쑤시면 침을 놔주고 배가 아프면 뜸도 뜨는 한의사는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시범사업에서 한의사를 빼 버렸다. 그로 인해 시범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장애인단체까지 나서 시범사업에 한의사를 포함하라고 요구해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의사들은 지역 공공 의료기관에 의사가 없는 것은 대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연봉이 억 단위다. 그런데도 대우를 더 높이라고만 말한다. 정부에게 묻는다. 왜 의사만 구하나. 한의사도 있다. 환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라. 한의사를 원하는 환자가 많다. 의료인력 수급을 다변화하고 정부도 큰 짐을 덜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의사들은 큰 혜택을 누려왔다. 오랜 기간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아서다. 수요와 공급 법칙에도 어긋난다. 정부는 의사 독점권을 지키는 방향으로만 의료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의사국시 사태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은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재정을 포함해 국민 의료비로만 연간 약 100조원을 쓴다. 의료 전문가라면 국민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점이다.


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