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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피부염까지…줄 서고 제비뽑고 난장판 된 전세시장

전세매물 1가구에 9개 팀 대기…제비뽑기로 계약자 선정
대기표 발급, 집 안 보고 계약금 보내기 등 경쟁 치열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20-10-14 14:16 송고 | 2020-10-14 16:24 최종수정
국내 한 부동산카페에 공유된 전세 임장 사진. 게시인은 아파트 전세매물을 보기 위해 9팀이 줄을 섰으며, 제비뽑기로 최종 계약자를 선정했다고 전했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뉴스1

#. A씨는 최근 가족과 서울의 한 아파트 전세 매물을 보러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매물 하나를 두고 9개 팀이 몰리면서 전셋집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순서대로 집을 본 뒤 계약 희망자 5명이 가위바위보와 제비뽑기를 통해 최종 계약자를 선정했다. 탈락한 사람들은 허무하게 돌아서야 했다.

#. 수도권에 거주하는 B씨는 최근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겨 병원에 갔다가 스트레스성 피부염 진단을 받았다. 전세 만기를 앞두고 전셋집을 찾지 못해 맘고생을 하면서 우울증에 속병으로 번진 것이다. 아이 학교 문제로 같은 동네 전세를 구해야 하는데, 한두 달 새 전셋값이 1억원 이상 올라 밤마다 눈물로 베개를 적신다.

14일 중개업계와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최근 전세난을 겪는 세입자들의 애로가 담긴 전세 임장(현장 방문) 경험담 등이 공유되고 있다.

A씨의 사례는 지난 13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가양9단지 아파트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현재 사는 세입자가 그 시간에만 집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해, 계약 희망자 10여명(9개팀)이 몰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지는 소형 면적(평형)이 중심인데, 면적이 큰 매물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더 몰렸다.

이번 사례가 전해지자 주변 아파트 세입자들은 벌써 걱정이 커지기 시작했다. 한 입주민은 "옆집에서 벌어진 일을 보니 남의 일 같지 않다"며 "같은 세입자로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일이라 불안하기 그지없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온라인상에는 앞으로 이런 상황이 재발할 것을 우려해 '전세도 경매처럼 공개 입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냉소 섞인 반응들이 올라왔다.

C씨도 최근 이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서울 대단지 아파트 전세를 찾아 중개업소를 헤맸으나, 매물이 단 한 가구도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쉬울 대로 매물이 나오면 연락하겠다며 B씨에게 대기 번호를 줬다. B씨 앞에는 이미 5개 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전경.© News1 유승관 기자

아예 전세 매물이 나오면 집을 보지 않고 계약부터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등장하면 계약자들이 서로 달려드는 상황"이라며 "일정만 맞으면 집도 보지 않고 바로 계약금을 입금하는 경우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세 계약 만기가 다 되도록 새로운 전셋집을 찾지 못해, 집주인과 갈등을 겪는 세입자들의 사연도 전해진다. 전세난 스트레스가 심해져 A씨와 같이 속병이 생겼다는 세입자들도 많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조사에서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주 192.0을 기록해 2013년 9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96.9)에 근접하고 있다. 지수 범위가 0~200인 것을 고려하면 최근 지수는 전세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보여준다.

개별 단지로 보면 전세난에 대한 체감이 더 커진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동작구 신축인 흑석롯데캐슬에듀포레는 총 545가구인데 전세 매물은 단 한 건도 없다. 906가구 대단지인 서대문구 홍제센트럴아이파크도 나와 있는 전세는 2건에 불과하다.

전세 품귀현상이 지속하면서 전셋값도 장기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08% 올라, 67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1년이 넘는 기간 멈춤 없이 오르기만 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또다시 추가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기재부 간부 회의에서 "가을 이사 철을 맞아 전·월세 시장 물량과 가격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 시 추가 대응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