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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사실상 또 유찰…백조에서 '미운오리' 신세된 면세점

추가입찰 고심, 수의계약도 거론…업계 "보장금 부담 해소해야"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2020-10-13 11:33 송고 | 2020-10-13 15:26 최종수정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의 모습./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의 모습./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인천국제공항의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4기 사업자 재입찰 역시 사실상 유찰됐다. 벌써 세번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위기에 처한 면세점 사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13일 인천공항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이뤄진 사전단계인 입찰참가신청서 접수 마감 결과 대기업 한 곳과 중소기업 한 곳 등 단 2개 업체만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감시한은 13일까지지만 참여할 기업이 없는 상황이다. 경쟁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재입찰 역시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각 업체가 향후 추가 입찰 참여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업체들의 가장 큰 부담인 최소보장금 등 조건과 과열 경쟁을 일으키는 입찰방식이 해소되지 않는 향후 입찰 또한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찰 사태 악화일로…"참여 의지마저 실종"

이번 입찰 대상 사업권은 DF2(향수·화장품), DF3, DF4(주류·담배), DF6(패션·기타) 등 대기업 사업권 4곳과 DF8, DF9 등 중소기업 사업권 2곳, 총 6곳이었다. 입찰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한 사업권당 최소 2개 업체가 신청을 해야 했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실시된 본 입찰 당시에는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낙찰된 뒤 사업권을 포기한 바 있다. 지난달 이뤄진 재입찰에서 신청서는 대다수 업체가 제출했지만 최종 단계인 사업제안서 및 가격입찰서 마감 시한에 발을 뺐다.

이번 재공고에서는 아예 신청서 접수 단계에서 무산됐다. 업체들의 사업 의지 자체가 '실종'된 셈이다.

흥행 부진이 계속되면서 공항공사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추가 입찰 실시를 위한 일정과 조건, 방법 등을 검토한 후 다시 공고를 낼 예정이다.

사상 초유의 유찰 사태가 이어지면서 공항공사가 경쟁입찰을 포기하고 '수의계약'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행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27조에 따르면 경쟁입찰과 재입찰, 재공고 입찰까지, 즉 경쟁입찰이 3번 연속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을 실시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AK PLAZA상점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AK PLAZA상점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업계 "감면책, 임시 방편…코로나19 불확실성에 2000억 베팅하기 어려워"

면세점들은 추가 감면 혜택 등이 제시되지 않는 한 추후 입찰 결과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최저수용금액을 베팅하기는 벅차다는 입장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천공항 면세점의 매출은 사실상 전무한 반면,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는 정부와 공사 측의 감면 혜택에도 불구하고 부담이 상당하다.

국회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 받은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 매출 현황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의 올해 6월 매출은 237억원이다. 지난해 6월 기준 2208억 보다 89.3%나 줄어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모두 타격이 상당하다. 호텔롯데, 호텔신라, 신세계 등 대기업 3대 면세점의 매출은 231억으로 지난해(1738억5800만원)보다 88.3% 줄었다.

에스엠, 엔타스듀티프리, 시티플러스, 그랜드관광호텔 등 중소·중견기업 4개사 면세점의 매출은 228억원에서 5억8000만원으로 97.5% 감소했다.

공사는 지난달 재입찰 당시 업계의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당근책'을 제시한 바 있다. 임대료를 지난 1차 입찰보다 30% 낮췄고, 매출이나 수요와 상관없이 일정 부분 이상을 임대료로 내야 하는 '최소보장금'도 면세업 정상화 전까지는 적용을 유보하기로 했다.

또 여객증감율에 연동해 조정되는 최소보장액 변동 하한(–9%)을 없앴다. 여객이 감소하면 할수록 그만큼 임대료 부담도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하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가 난색을 표하는 문제의 핵심은 입찰을 위해 제시하는 임대료 등 최소보장금의 하한선, 즉 '최저수용금액'이기 때문이다.

공사의 입찰 재공고문에 따르면 6개 사업구역의 최저수용금액은 1년차 2112억원, 2년차 2383억원에 달한다. 가장 비싼 DF2의 경우 최저수용금액은 1차년도 842억원, 2차년도 950억원이다.

낙찰된 면세점들은 이 가격 이상으로 제시한 낙찰금액을 1, 2년 차에 각각 내고 3년차 이후에는 직전 연도 여행증감률의 50%를 증감한 금액으로 임대료를 납부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면세점 업계도 공항과 시내에서 인터넷 면세점으로 비중이 빠르게 옮겨 가고 있다"며 "향후 팬데믹이 해소되더라도 인천공항 면세점의 입점경쟁은 예전처럼 과열양상을 띠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공항공사가 기존 입찰 방식과 막대한 보장금 등 조건을 고수한다면 계속해서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 재공고 입찰은 어느 정도 흥행 참패가 예고돼 왔다. 업체측이 난색을 표했던 최소보장금 등 조건이 기존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국가계약법 20조는 "재입찰 또는 재공고입찰시에는 기한을 제외하고는 최초의 입찰에 부칠 때에 정한 가격 및 기타 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항공사가 다시 입찰에 나선다면 이 규정은 적용받지 않는다. 공항공사의 의지에 따라 보장금 하향이나 임대료 산정 방식 변경, 감면혜택 확대 등 추가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공사측은 이에 대해 "입찰을 다시 진행하기 위해선 시일이 다소 걸릴 것"이라며 "수의계약 가능성과 입찰 조건 하향 등을 포함해 여러가지 방안과 방식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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