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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도 없이 코인업계 '세금폭탄' 던진 정부"…국감서 논란

"국세청 '암호화폐 과세여부' 4차례 문의에도 국세청 '묵묵부답'"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0-10-14 10:45 송고 | 2020-10-14 15:15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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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지난해 12월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빗썸에 803억원의 세금을 '법적 근거없이' 부과한 것이 뒤늦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 이어 12일 열린 기재위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도 빗썸 과세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국세청은 빗썸 과세 전인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기재부 측에 '암호화폐에 과세할 수 있는 지' 네 차례나 문의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에 단 한 차례도 회신하지 않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기재부는 국세청에 회신하는 대신 "답변이 곤란하니 질의를 철회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업계는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 양성화는 커녕 은행 계좌 발급도 미뤄지는 등 시장을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부터 물리고 보자'는 조급한 생각으로 관련 과세정책을 마련하고 암호화폐 거래산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암호화폐 거래소득 규정 없는데 빗썸에 세금폭탄?"…기재위 국감서 '시끌'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기재위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빗썸에 대한 과세처분 전인 지난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국세청이 기재부에 네 차례나 암호화폐에 과세할 수 있는 지 질의했으나, 기재부는 단 한 차례도 국세청에 회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령인 '기재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기재부는 국세 법령해석에 관한 총괄부처로서 국세청의 법령해석 질의에 대해 답변해줘야 할 의무 및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재부는 국세청 질의에 회신하는 대신 "답변하기 곤란하니 질의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박 의원은 "세금 부과 당시에 근거 법률 규정이 없으면 이후에 근거가 생기더라도 과거에 사안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며 "기재부는 암호화폐 과세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질의에 대한 회신을 피했고, 국세청은 기재부의 유권해석이 없었음에도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과세를 하여 결과적으로 두 기관이 공동으로 법적 근거없는 위법한 과세행정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빗썸 이용자 중 비거주자(외국인)가 취득한 암호화폐 거래차익이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해당함에도 원천징수의무자인 빗썸이 이를 징수하지 않았다며, 원화출금액 전액에 대해 803억원의 기타소득세를 부과했다. '기타소득'이란 복권당첨금처럼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을 말하며, 이자·배당·사업소득과 같은 양도소득과 구분된다.

하지만 기재부는 지난해 말 국회 기재위의 암호화폐 과세 가능여부 질의에 "개인의 암호화페 거래 이익은 현행 소득세법상 열거된 소득이 아니므로 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해 국세청 과세와 배치되는 입장을 냈다.

이어 기재부는 지난 7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현행법상 개인(거주자, 비거주자)의 암호화폐 거래소득은 소득세법상 과세대상 소득으로 열거되지 않아 비과세"라며 오는 2021년 10월1일부터 암호화폐 거래소득에 대해서도 20%를 과세한다고 했다.

개정안은 내년 10월부터 적용되는 사항으로, 이는 현행법상 거주자(내국인)든 비거주자(외국인)든 개인의 암호화폐 거래소득은 규정이 없어 과세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시했다. 박 의원 측이 국세청의 빗썸 과세 결정을 지적한 배경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8일 국감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로 인한 개인에 대한 소득은 파악이 안 됐고, 빗썸이 가상자산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로서 비거주자에 대한 자산을 가지고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게 국세청의 입장인 것으로 안다"며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홍 장관은 같은 날 오후 국감을 통해 "비거주자에 한해서는 현재 소득세법으로도 과세를 할 수 있다"며 "소득세법 제 119조 12호에 보면 국내에 있는 자산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있다. 국내에 있는 가상자산과 관련해 얻은 경제적 이익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있다고 국세청이 판단한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지난 12일 열린 국세청 국감에서도 '빗썸 세금폭탄' 논란이 이어졌다. 박 의원은 김대지 국세청 청장에 빗썸 과세 처분 근거를 질의했고, 김 청장은 "법인세법에 외국 법인과 비거주자에 대한 원천 징수 의무가 있다"면서 "국내 원천 소득에 원천 징수해야 하는데 (빗썸이) 하지 않은 경우에 과세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박형수 의원이 "(법인세법이 아닌) 소득세법 119조에 의해 과세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대지 청장은 "정정하겠다. 소득세법이 맞다"고 답했다.

2018년 국세청과 기재부의 가상화폐 관련 공문서 수발신 내역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 뉴스1
2018년 국세청과 기재부의 가상화폐 관련 공문서 수발신 내역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 뉴스1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어야 하지만…정부의 성급한 업계 때리기"

거래업계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원칙에 동의하지만 법적 근거 없는 정부의 과세조치는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수년간 암호화폐를 회색지대에 남겨두고 세수 확보를 위해 성급히 과세 결정을 내려 관련업계의 성장을 저해했다는 지적이다.

국내 거래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비트코인 광풍이 불기 시작한 지난 2017년 이후 암호화폐 산업을 회색지대에 둬놓고 뒤늦게 법적 근거 없이 과도한 징세를 했다"며 "암호화폐는 국경이 없어 정부의 과도한 조치가 오히려 국내 투자자를 해외로 빠져나가는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2018년 비트코인 투자 광풍에 '거래사이트를 폐쇄하겠다'고 경고하며 시장의 발전을 저해해놓고 과세기준과 세부지침을 마련하지 않고 국내 대표 거래사이트인 빗썸에 과세 폭탄을 내렸다"며 "정부의 조급한 생각이 관련업계를 절벽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빗썸은 국세청의 위법한 과세처분에 대해 조세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박형수 의원 측은 "해당 사안이 향후 행정소송까지 가게 되면 길면 4년~5년까지도 소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세청이 패소하게 된다면 국민의 혈세로 물어야 할 환급가산금만 70억여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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