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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도담학교 장은주 교장 "학생들이 항상 타인 위해 봉사할 수 있기를"

[인터뷰]특수교육 33년, 경기북부 2개 특수학교 초대 교장 도맡아
"지역사회와 교류 늘려 학생들이 망설임없이 사회진출하기를"

(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2020-10-11 10:58 송고 | 2020-10-11 15:52 최종수정
학생들이 손수 만든 작품을 소개하는 장은주 양주도담학교 교장. /© 뉴스1
학생들이 손수 만든 작품을 소개하는 장은주 양주도담학교 교장. /© 뉴스1

"40여년 전인 중학생 시절 친구들과 성당에 있는 보육원에 봉사를 나갔었다. 그 시절 '나중에 커서 돈을 벌면 보육원을 세워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꿈을 키웠다. 한때 수녀도 되고 싶었고 테니스 선수도 하고 싶었지만 가장 큰 꿈은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어릴 적 꿈을 이룬 사람, 장은주 경기도 양주도담학교 교장(56)을 만나 그가 걸어온 세월과 현재 또 앞으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교정에는 시월에 활짝 피어나는 구절초가 가득했다. 꽃말이 '어머니의 사랑'인 구절초는 양주도담학교의 교화다.

재난안전훈련 교육을 받는 양주도담학교 학생들. /© 뉴스1
재난안전훈련 교육을 받는 양주도담학교 학생들. /© 뉴스1

장 교장은 '경기도 최연소 장학사'이자 '전국 특수교육 1호 장학사' 기록을 썼던 이로, 고향인 경기북부에서 후학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고 있다.

의정부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의정부에서 보낸 그는 특수교육을 전공한 뒤 1987년부터 교육 현장에 나섰다. 고양시 명현학교 5년 근무 뒤 백석초와 가능초에서 특수학급 교사로 일했다. 이후 특수전문교육 장학사 시험에 합격한 뒤 성남교육지원청, 고양교육지원청, 경기도교육청 본청과 북부청사에서도 다년간 근무했다.

그는 2008년 개교한 남양주 경은학교 교감, 2013년 개교한 의정부 송민학교 초대 교장을 거쳐 2018년 9월 양주도담학교 초대 교장으로 부임하며 3개 학교 모두 개교 업무를 맡아온 자타공인 현장 특수교육 전문가다.

양주도담학교는 유치원 2학급, 초등 12학급, 중등 6학급, 고등 6학급, 전공반(20세 이상) 4학급 등 30학급 총 157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장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은 101명이다.  

양주도담학교 학생들의 미소 사진이 전시된 교내 벽면 /© 뉴스1
양주도담학교 학생들의 미소 사진이 전시된 교내 벽면 /© 뉴스1

학교 곳곳마다 장 교장의 세심함이 투영돼 있다. 층별 벽면에는 재학생들의 '미소 사진', '세계 각 나라 문화 배우기', '재학생들이 손수 만든 미술품과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다. 장 교장은 아이들처럼 해맑게 빛나는 미소로 학생들의 웃는 얼굴사진에 대해 한참 자랑했다.

학교 건물 앞 뜰에는 '생태교육'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가꿔놓은 자그마한 텃밭이 조성됐다. 학생들은 이 텃밭에서 작두콩, 수세미를 정성껏 키워 친환경수세미를 만들었고 작두콩차를 만들었다.

장 교장은 "학생들이 언젠가 주민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기뻐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 "텃밭은 주민들이 와서 둘러보며 힐링할 수 있도록 학교 앞 산책로를 통해 학생들이 바리스타 실습하는 카페로 들어올 수 있게 카페문을 개방했다"고 말했다.

장 교장은 "특수학교는 지역사회 마을교육공동체와도 연계해 상시적으로 교류해야 한다"면서 "일반학교 학생들과 특수학교 학생들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차별과 편견없이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으로써 학생들이 향후 청년으로서 사회에 나가 망설임과 두려움을 덜 갖고 자신감 있게 임할 수 있고, 나아가 전체 공동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내 텃밭에서 미세먼지 정화 식물 기르기, 콩나물 기르기 등 생태체험하는 학생들. /© 뉴스1

불과 10여년에 비해 사회적으로 특수학교에 대한 인식이 괄목할 만할 정도로 개선됐다. 도내 각 특수학교는 개교를 앞두고 지역사회의 반대 여론도 일부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다수의 특수교육 대상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각 가정에서 학교에 보내지 않는 일도 많았다.

다른 건강한 학생에 비해 신체가 건강하지 않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배려를 받기보다는 차별과 소외에 시달리던 시절이었다. 현재는 특수교육을 전액 국비로 지원하지만 당시에는 교육비도 터무니 없이 비쌌다.

20대 시절의 장 교장은 각 가정에서 학교로 보내지 않는 특수교육 대상 아이들을 발굴하러 다니며 실랑이를 벌인 것이 다반사였다.

수업을 경청하는 학생들 /© 뉴스1
수업을 경청하는 학생들 /© 뉴스1

지금도 사회적 편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장 교장은 '나날이 나아지고 있다'며 지역사회에 감사한 마음을 거듭 강조했다.

작년에는 인근 경동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와 호텔조리학과 봉사단 학생들이 양주도담학교 중학생들에게 '제과·제빵 실습'을 함께 교육했다. 또 경복대학교 학생들은 양주도담학교에 방문해 음악치료 봉사를 했다.

장 교장은 "젊은 대학생들의 아낌없는 재능기부에 우리 학생들도 행복해 하고 언니오빠들로부터 다양한 장래희망을 키우게 됐다"면서 "교육자를 꿈꾸는 학생들도 실습과 봉사를 통해 보람을 느끼고 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및 경기도와 양주시의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최근 양주도담학교 교정 곳곳을 돌봐주는 노인들에 대해서도 장 교장은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들은 학교 곳곳 손길이 가는 곳마다 살뜰히 청소하거나 챙기고 또 경륜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양주도담학교의 가교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학생과 교정을 맨발로 걸으며 대화하는 장은주 교장. /© 뉴스1

장 교장과 특수교사들은 생태체험을 교육과정에 포함해 점심식사 이후 학생들과 뒷산 둘레길 걷는 등의 시간을 갖고 있다.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운동장을 함께 걷거나 학교 주변 녹지공간을 산책하면서 대화하면 보다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특성상 장 교장은 학교 주변 공원과 산책로에 휠체어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은 '무장애시설'이 설치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아이들을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서라면 늘 해야 할 일이 넘치는 장 교장이다.

장은주 교장이 학생들과 김장체험교육을 하는 모습. /© 뉴스1
장은주 교장이 학생들과 김장체험교육을 하는 모습. /© 뉴스1

그런 장 교장도 5년 전 모친상을 겪으면서 지난 삶에 무상함을 느꼈다고 한다. 한평생 특수교육에만 매달려 정작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주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렇지만 슬럼프를 극복하는 힘 또한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남에서 얻는다.

쉴 새 없이 달려왔지만 마음이 항상 바쁘고 매사 아쉽다. 교장임기 총 8년 중 6년을 3개 학교에서 보낸 터라 아이들과 교정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그에게 2년만 남았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2년은 지난 33년간보다 더욱 전력질주하겠다는 각오다.

장 교장은 "항상 교육현장, 아이들 생각이다. 아쉬움 남지 않도록 남은 교장 임기 동안 온힘을 다하려 한다"면서도 "찬찬히 돌아보니 이제는 훌륭한 후배들이 많다. 든든하다"고 미소 지었다.

양주도담학교에 학생들을 위한 물품을 기증한 김환철 경민대 산학협력단장 등 지역사회 오피니언 리더들. /© 뉴스1
양주도담학교에 학생들을 위한 물품을 기증한 김환철 경민대 산학협력단장 등 지역사회 오피니언 리더들. /© 뉴스1

며칠 전 교장실에 찾아온 학생들과 대화 나눴을 때 A군은 장래희망이 '택배기사'라고 했다. B군은 '장애인콜택시'라고 말했다. A군은 체력을 길러 부지런히 다니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택배기사가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B군은 자신처럼 불편한 아이들을 도와주는 장애인콜택시 운전기사가 되고 싶다고 소박하지만 값진 꿈을 이야기했다.

양주도담학교는 스승의 날과 월례조회 등 행사 때마다 아이들의 학예회와 발표회를 마련한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스스로 작사 작곡한 노래를 공연하는 학생들도 다수다. 장 교장은 지난 행사 때 재학생이 부른 윤도현 밴드의 노래 '나는 나비', 김진호의 노래 '가족사진'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회상했다.

장 교장은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주도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또 그들이 장애를 극복하고 타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일들이 찬찬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오랜 꿈"이라고 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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