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갑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오른쪽)와 김민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 뉴스1 이기림 기자 |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박재갑 교수는 "일제는 한일합방이 이뤄진 1910년 이후에는 한글을 말살하려 해 한글서체가 발전하기는 어려웠다"며 "그런데 이 칙서가 쓰인 1908년은 그 이전이고, 게다가 황제의 옆에서 쓴 필체라는 점에서 '한글서체의 피크'라고 생각됐다"고 했다. 이어 "이 서체를 복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대한민국 정통 기를 살리는 일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평생을 의사로 살아온 인물로, 서체나 디자인 등에 대해서 정통하지 않은 것이 현실. 이에 박 교수와 친밀한 관계의 김민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59)가 힘을 보탰다. 여기에 박윤정 국민대 겸임교수, 이규선 연구원이 조력자로 나섰다.
이들은 박 교수가 옮겨 쓴 '개원칙서'에 나오는 33자 한글 자소를 기반으로 총 2350자를 완성했다. 단순히 베낀 것이 아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재민(在民)체'가 탄생한 것이다. 이 서체는 한국저작권위원회 웹사이트 공유마당에 오픈소스 형식으로 기증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박재갑 서울대 명예교수.© 뉴스1 이기림 기자 |
박재갑 교수는 이 서체 등을 바탕으로 다시 쓴 '대한의원 개원칙서'와 더불어 지석영이 쓴 의학교 설립 요청서 '학부대신께 올리는 글', 조선 영조 시절 역질과 관련한 '영조 윤음'(임금이 신하나 백성에게 내리는 말), 무오년(1798) 독감에 대해 윤기가 쓴 글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박 교수의 글과 그림 등이 전시되는 '함께 쓰고, 함께 그리다-개원칙서에서 한글재민으로' 전시는 574돌 한글날을 맞아 8일부터 11월12일까지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에서 열린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