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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화학 기피 여전…"수능 선택과목 확대로 심해질 수도"

[국감브리핑] 이탄희 "대입 고려해 필수과목 늘려야"
내년 수능부터 문·이과 통합…기초과학 부실 우려 커져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이우연 기자 | 2020-10-06 15:11 송고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지난 9월16일 대구 수성구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9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뉴스1 © News1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지난 9월16일 대구 수성구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9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뉴스1 © News1

문·이과 통합인재 양성을 위해 내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문과와 이과 구분이 사라지고 선택과목이 늘어날 예정인 가운데 특정과목 기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택권 확대로 과학탐구에서 물리학Ⅱ·화학Ⅱ와 같은 심화과목 선택률이 떨어지고 수학에서도 과목 편식 현상이 생겨 대학 교육에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물리학Ⅱ와 화학Ⅱ를 치른 수험생은 각각 2.5%와 2.8%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과목은 상대적으로 교과내용이 쉬운 지구과학Ⅰ(34.8%)이었다. 화학Ⅰ이 25.2%로 두 번째로 많았으며 물리학Ⅰ 15.9%, 생명과학Ⅰ 14.2%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자연계열 과학 교과목은 물리학·화학·생물·지구과학에 수준별 과정(Ⅰ·Ⅱ)을 편성하고 2005학년도 수능부터 각각 따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은 "2014학년도 수능부터 학습 장벽이 높고 응시자 수가 적은 과목은 기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인기 있는 과목은 상대적으로 쉽고 많이 선택해 표준점수를 따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과에서 자연계 필수 교양과목인 물리학과 화학이 외면받아 공대와 자연과학대에 진학하는 수험생 같은 경우 대학 강의를 따라가지 못하고 기초과학계마저 부실해진다는 우려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실제로 물리와 화학을 모른 채 공대에 입학하는 학생이 많아져 서울대를 포함해 최상위권 대학에서조차 물리·화학 기초반을 편성해 신입생을 가르치는 경우도 생겼다.

특히 내년 2022학년도 수능부터는 문과·이과 구분이 폐지되고 과학탐구 이외에 국어와 수학이 선택제로 전환된다. 수학영역 같은 경우 수학Ⅰ·Ⅱ가 공통과목이 되고 확률과통계·미적분·기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식이다.

탐구영역에서는 사회·과학계열 구분 없이 17개 과목 중 2개를 골라 치르는 것으로 변경된다. 교육부는 수능을 '공통+선택'형 구조로 개편해 학생 부담을 완화하고 적성·진로에 따라 선택권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지난 9월16일 광주 북구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9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뉴스1 © News1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지난 9월16일 광주 북구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9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뉴스1 © News1

이 의원은 "그나마 있던 물리학과 화학은 지구과학으로 옮겨가고 나머지 한 과목은 기존 사회탐구 과목을 지원해 과학탐구 지원자가 실질적으로 급락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택과목도 4개 과목→3개 과목→2개 과목으로 축소되면서 심화과목 선택률 하락이 매년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물리학Ⅱ·화학Ⅱ를 고르는 수험생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학 같은 경우도 교육계에서는 확률과통계·미적분·기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면 기하를 선택하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의원은 "공대·자연과학대 입학생들의 '수학·과학' 과목에 대한 하향평준화가 우려된다"면서 "수학 기초반이 대학에 새로 만들어지는 등 대학교육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도 "교수들은 수학을 잘하는 학생을 뽑아달라고 얘기하지만 제도가 바뀌니 어쩔 수 없다"면서 "대학이 책임지고 별도 과정을 만들든지 부족한 과목을 채워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주요 대학들은 2022학년도 수능에서 선택과목 확대에 대응해 계열에 따라 특정과목 이수나 수능 선택과목 응시조건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수학영역에서 선택과목 중에 미적분과 기하 두 과목 중에서 한 과목을 반드시 선택하거나 탐구에서는 과학탐구 2개 과목을 선택해야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식이다.

강원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는 "지방대학 같은 경우 선택과목에 제한을 두면 지원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면서 "기피 과목을 들으면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선택과목에 제한을 둘 경우 선택과목 확대 취지가 무색해지는 문제가 있다. 이 의원은 "이과 학생이 과학탐구에서 2개 과목을 선택하면 문·이과 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특정과목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 적응에 용이하도록 '수능 필수과목'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물리·화학·정치와법·경제 등은 대학 입학 후 활용성을 고려하면 필수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탐구 영역을 계열별로 통폐합하는 방안도 있다"면서 "물리학Ⅰ·Ⅱ를 과목 구분 없이 '과학탐구 영역(물리학)'이라는 한 과목으로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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