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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집 같던 추석이었는데"…코로나19, 시골마을 성묘 풍경도 바꿔

(영양=뉴스1) 남승렬 기자 | 2020-10-01 15:53 송고
27일 추석을 앞두고 경북 영천시 고경면 국립영천호국원을 찾은 시민들이 야외묘역에서 성묘를 지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2020.9.2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27일 추석을 앞두고 경북 영천시 고경면 국립영천호국원을 찾은 시민들이 야외묘역에서 성묘를 지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2020.9.2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아무리 인구가 적다고 해도, 해마다 추석이 되면 타지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 동네가 떠들썩했는데 올해는 정말 조용해요. 그놈의 코로나가 뭔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상 초유의 '비대면 추석'이 현실화되면서 전통을 지키며 조상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던 시골 마을의 성묘 풍경이 확 달라졌다.

추석인 1일 오전 인구 2만이 채 되지 않는 경북 한 지자체 면사무소 소재지 인근의 한 리(里). 매해 추석 당일 아침이면 평소엔 조용하던 마을이 집집마다 성묘를 준비하는 일가 친척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으로 부산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약 20가구가 사는 이 동네에 추석을 보내기 위해 타지의 친·인척들이 고향을 찾은 집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마을이 집성촌이다보니 명절이면 안부를 묻는 인사로 잔칫집 분위기가 났지만 올해는 조용했다.

이 마을에서만 70년 넘게 거주해 온 A씨는 "생전 이런 추석은 처음 본다"며 "친지들이 오지 않아 제수상차림도 최대한 간소화하고 멀리 떨어진 선산 조상 묘소는 가지 않고 집 안에서의 차례상으로 대신했다"고 했다.
이 마을에 사는 박모(85) 할머니는 영상통화로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박 할머니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올해 설 명절 당시 집을 찾은 손자가 영상통화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덕분에 이른 아침부터 자식, 며느라와 영상통화를 했다"며 "그래도 적적함은 가시지 않지만 추석 지나 며칠 뒤 찾아온다고 하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이모(74) 할머니는 "매해 오던 일가 친척들이 오지 않아 조금은 섭섭하지만 서로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어쩌하겠느냐"며 "며칠 전 자식들만 따로 남편이 잠든 영천호국원을 다녀와 올해 추석은 조용히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마을 이장 B씨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이동 자제 권고를 동네 어르신들도 모두 이해하는 분위기"라며 "어르신들이 섭섭해 하시면서도 그 나름대로 차분한 추석을 보내시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잠잠해져 다가오는 설은 집집마다 웃음소리 나는 명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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