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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30년 전문 경영인, 귀농 후 마을기업 대표로 깜짝 변신"

이은세 대표, 중기 경영 경험 살려 귀농 1년 만에 마을기업 설립
"정직한 제품 소비자가 알아봐…5년 뒤 마을기업 주민에게 물려줄 것"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2020-10-17 09:00 송고
편집자주 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충북 충주 동량면 장선마을에서 주민과 함께 '새싹나라'를 운영하는 이은세 대표가 재배 시설에서 심은 지 3일된 새싹인삼을 보여주고 있다.2020.10.1/© 뉴스1
충북 충주 동량면 장선마을에서 주민과 함께 '새싹나라'를 운영하는 이은세 대표가 재배 시설에서 심은 지 3일된 새싹인삼을 보여주고 있다.2020.10.1/© 뉴스1

충북 충주 동량면 장선마을에서 '새싹나라'를 운영하는 이은세씨는 중소기업을 운영한 기업인 출신이다.
은퇴 후 수목원을 하고 싶어 땅을 사놨는데, 막상 은퇴하니 이런저런 일로 10년 동안 손도 대지 못했다.

그러다가 땅을 활용하자는 생각에 노지에 새싹보리를 심어 기르던 중에 3년 전 새싹인삼을 알게 됐다.

새싹인삼의 장점과 효율을 파악한 그는 1년여 만에 마을기업 지정, 새싹인삼 음료 개발, 상품화, 판로 개척까지 끝냈다.

30년 동안 쌓인 기업 경영 마인드가 큰 도움이 됐다.

◇새싹인삼의 매력에 빠지다
이씨의 새싹보리도 건강한 땅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해 아는 사람은 알 정도로 품질과 신뢰가 높다.

새싹보리는 1년에 4번 파종하는데 30~40일이면 땅에서 15㎝ 정도 자란다. 이걸 잘라서 곱게 분쇄해 판매한다.

새싹인삼도 30~40일 정도면 수확할 수 있는데 성토와 물만 있으면 재배할 수 있다.

인삼은 상품이 되기까지 4년에서 6년까지 걸리고, 잔류 농약 허용 기준치가 넘는 일이 적지 않다.

농촌진흥청이 7~8년 전 새싹인삼을 개발해 보급했는데, 인삼 싹과 줄기에 사포닌 성분이 인삼 뿌리보다 6배 정도 많다.  

그런데 일식이나 한정식 식당에 시식용으로만 제공하는 데 그쳐 지속적 판로를 찾아야 했다.

그는 원물보다는 가공 과정을 거치고, 다른 작물과 혼합해 보자는 생각에 사과인삼즙을 개발해 보기로 했다.

지난 2월에는 농업기술센터 지역 농산물 가공기술 상품화 지원사업에 응모해 재배 방법, 레시피, 기술개발 등을 지원받았다.

지난 7월 4일 품평회를 거쳐 같은달 31일에는 농기센터와 공동으로 '초록다한'이라는 브랜드도 개발해 상표 등록했다.

이씨는 한국새싹인삼연합회 충북연합회 회장까지 맡았다.

◇새싹인삼, 충주사과와 만나다

이은세 새싹나라 대표가 사과즙 생산 시설을 보여주고 있다.2020.10.1/© 뉴스1
이은세 새싹나라 대표가 사과즙 생산 시설을 보여주고 있다.2020.10.1/© 뉴스1

이씨 농장이 있는 장선마을은 지난 2월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마을기업은 마을에서 생산하는 자원을 활용해 마을 공동의 이익과 일자리를 만든다.

장선마을은 충주사과 특구 지역으로 지역에서 재배하는 사과 중 가장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씨는 마을에서 재배한 사과를 베이스로 새싹인삼 음료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 주민 10명과 함께 마을기업을 설립했다.

4억5000만원을 투자해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우수농산물 인증(GAP), 친환경·무농약 인증,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관리 인증(HACCP)까지 받았다.

평생 조달청 관련 사업을 했던 이씨는 자치단체 추천, 행정안전부 심의, 기관의 각종 인허가를 담당하며 까다로운 과정을 도맡아 처리했다.

마을 주민은 지난해까지 원예협동조합에 사과를 납품하다가 올해 햇사과부터 마을기업에 사과를 전량 납품하고 있다.

과원에서 따온 사과는 2번의 세척 과정을 거쳐 곧바로 공장 내 생산 시설로 들어가 신선한 사과즙으로 변신한다.

이씨는 지난 7월부터 생산설비를 가동해 새싹인삼 음료를 하루에 1톤(9000봉지) 정도 생산하고 있다. 8월 중순에 처음 출시해 1달여 만에 매출이 2000만원을 넘어섰다.

◇정직한 제품이 인정받는다

충주 동량면 '새싹나라'에는 한 번에 새싹인삼 4만3680 뿌리를 재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2020.10.1/© 뉴스1
충주 동량면 '새싹나라'에는 한 번에 새싹인삼 4만3680 뿌리를 재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2020.10.1/© 뉴스1

장선마을 사과즙은 햇사과를 원료로 사용해 향과 맛 자체가 다르다. 그날 따서 그날 생산하니 신선도도 으뜸이다.

사과의 달콤한 향은 새싹인삼의 쌉싸름한 맛과 어울려 소비자에게 중독적인 맛을 선사한다. 새싹인삼즙을 먼저 먹으면 보통 사과즙을 못 먹을 정도도 새싹인삼이 주연 배우다.

이씨는 사과와 새싹인삼의 가장 맛이 좋은 배율을 찾기 위해 무려 500여명을 대상으로 시음 테스트를 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쳤는데 사과즙 99%에 새싹인삼즙 1%가 가장 맛과 향이 좋았다.

혼합한 음료는 저온살균으로 좋은 균은 살리고 나쁜 균은 제거해 2년 동안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씨는 "건강원 등에서 생산하는 사과즙은 설탕이나 물을 첨가하기도 해 맛에서 천차만별"이라며 "정직하게 생산한 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다"고 말했다.

현재 장선마을에서 생산한 새싹인삼 음료는 '한뿌리 삼사과'라는 이름으로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2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충주시 농산물 온라인 직거래 장터인 '충주씨샵'에서도 캐릭터 사용 등 계약 체결을 거쳐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귀농 통해 성취감·삶의 재미 '새록새록'

충주 동량면 새싹나라 사무실에서도 새싹인삼을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2020.10.1/© 뉴스1
충주 동량면 새싹나라 사무실에서도 새싹인삼을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2020.10.1/© 뉴스1

이씨는 은퇴 후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싶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번 새싹인삼 음료 개발로 성취감과 삶의 재미를 동시에 느낀다고 했다.

사업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10년 전에만 시작했어도 유명 브랜드 부럽지 않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마을기업은 한 번에 새싹인삼 4만3680 뿌리를 재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조만간 생산 면적을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롤파우치 제품에 이어 내년에는 음용이 쉬운 스파우트파우치나 대용량의 백인박스 패키지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농기센터와 협력해 사과즙을 짤 때 나오는 찌꺼기로 100일 정도 자연 숙성해 사과 식초도 만들어 볼 계획이다. 사과 150㎏을 짜면 찌꺼기가 50㎏ 정도 나온다.

이씨는 "우리는 이제 1년밖에 안 된 신생기업이다"며 "동네 주민도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니 귀농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귀농 초기 마을 주민이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주민과 소통하고 내 고향처럼 편안하다는 게 이씨의 소감이다.

이은세씨는 "5년 뒤면 나이가 70세"라면서 "그때까지 사업을 확장해 마을 주민에게 사업체를 넘겨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blueseek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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