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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도시, 왜 조두순에 떨어야 하나"…때늦은 전전긍긍

[조두순이 온다]①노인, 이주노동자까지 "겁이 난다"
살던 곳 돌아온다 소식…피해자 공포, 주민 집단불안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이밝음 기자 | 2020-10-01 06:00 송고
경기 안산 단원구 원곡동 수도권 전철 안산역 모습 2020.9.28/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경기 안산 단원구 원곡동 수도권 전철 안산역 모습 2020.9.28/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안산(安山)의 '안'은 편안하다는 뜻인데…왜 도시 전체가 범죄자 한 사람 때문에 힘들어야 합니까."

추석명절을 사흘 앞둔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 단원구 원곡동 소재 안산역 앞에서 만난 한모씨(41)는 이렇게 말했다.
초등학생 어린이를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조두순이 오는 12월 출소 예정인 가운데 피해자 가족과 주민들의 공포와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 지원이 사실상 거의 없는 상태에서 지역 전반으로 공포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한씨에 따르면 요새 안산에서는 삼삼오오 만날 때마다 조두순 '향후 주거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12월이면 안산으로 돌아올 '그 남성'이 '이 동(洞)에 살지, 저 동에 살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달구고 있다는 것이다. 한씨는 "안산 하늘 아래 조두순과 같은 데 산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면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조두순 피해자와 조두순 예상 주거지가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피해자 지원과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다. 조두순 피해자 주치의 출신 신의진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장(56·전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따르면 피해자의 가족은 기초생활수급 급여 30만원 가량과 아버지 급여로 생활하는 곤궁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안산 단원구 원곡동 수도권 전철 안산역 인근에 일용 노동에 필요한 안전화, 작업복 등을 파는 점포가 눈에 띈다. 2020.9.28/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경기 안산 단원구 원곡동 수도권 전철 안산역 인근에 일용 노동에 필요한 안전화, 작업복 등을 파는 점포가 눈에 띈다. 2020.9.28/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신 회장은 조두순 피해자의 네 식구가 월 250만원이 되지 않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고 전했다. 그는 "(조두순에게서 멀어지고 싶어도) 수도권에 마땅한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피해자 지원이 명목상에 그치는 상황이였기 때문에 조두순과 피해자가 1㎞ 안팎에 마주하게 되는 상황까지 나타나게 됐다. 신 회장은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를 통해 피해자 가족이 조두순 거주 예정지에서 거리가 있는 집을 구해 이사갈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모금 운동을 벌여 지난달 29일까지 총 1억2562만원 가량을 모은 상태다.

그는 "지자체(안산시)가 조두순 거주로 인한 안산 이미지 하락 등에는 신경을 쏟지만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명시된 조두순 피해자 지원에는 관심이 덜하다"면서 "이재명 경기지사라도 나서서 힘을 써줘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책임(징역형)을 다 물은 상태에서 조두순에 대한 강제 이주나 행동 제한 등 강제 제재가 어려운 상황으로, 피해자 이주나 보호 등 지원과 지역사회 안정을 위해 힘을 쏟을 것을 제언하고 있다. 감옥에서 풀려난 '자연인 조두순'이 실제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 한 7년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 5년간 정보 공개 처분 외 별다른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등 강력범죄자가) 조두순 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닌데, 외출제한 등 조치를 이제 고려하는 것은 때가 늦었다"면서 "사형시키지 않는 한 사회로 출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출소 뒤 추가적인)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에게 경찰이 마음대로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면서 "현재로서는 보호관찰을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평상시 잘 행동하다가 갑작스럽게 충동적으로 하는 행동(범행)을 사전에 감지해 제어하고, 현장에서 제어하는 게 가능하겠느냐. 강제적으로 행동을 통제·관리하는 방식이 적절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조두순을 지역사회와 완전히 떼어내거나 행동방식을 일일이 제한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그가 사회로 돌아왔을 때, 또 조두순 사건과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를 선제적으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 교수는 "현행법상 (추가 제재는) 인권침해고, 현재로서는 보호수용법 제정 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출소 뒤 조두순 관리·감시 주체가 될 윤화섭 안산시장도 "조두순의 재범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도록 일명 '조두순 격리법'(보호수용법) 제정을 강력 청원한다"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직접 글을 게시한 바 있다. 윤 시장은 "조두순 사건 피해자 가족은 물론 많은 국민이 조두순이 출소한 후 격리되길 희망하고 있다"면서 "피해자와 안산시민 그리고 국민들은 조두순이 출소한 뒤 일정기간 동안 격리 치료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청원 배경을 밝혔다.

곽 교수는 "조두순에게 '3중망'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같이 사는 가족이 조두순이 다른 마음을 먹고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지지하는 한편 친한 이웃은 그의 행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사회적으로 제도나 시스템을 동원해 집중 보호관찰에도 힘을 더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 교수 제언대로 안산시는 조두순 주거지 주변 순찰 등을 위해 무도 실무관 6명을 긴급 채용하기로 한 상태다.

경기 안산 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2020.9.28/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경기 안산 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2020.9.28/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불안에 떨고 있는 안산 지역사회에 대한 안정을 위한 방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두순의 이름 석자는 카자흐스탄에서 2018년 입국, 안산에서 일하고 있다는 아비(31·가명)도 알만큼 악명이 높았다. 안산역 인근 유통상가 앞에서 만난 아비는 공구 몇 개를 사려고 들른 참이라고 했다.

그는 "(조두순의 이름을) 같이 일하는 아저씨들에게 여러번 들었다"며 "(주변에서) 걱정이 많다"고 했다. 근처에서 만난 양모씨(47)도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해결이 안 되니, (조두순을) 무인도에라도 보내버리고 싶다. 그걸로 죄가 되면 죄 짓겠다"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앞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조두순 출소 후 재범방지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조두순은 출소 이후 배우자가 거주 중인 경기 안산으로 돌아가 일용 노동을 하면서 살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30대 여성 이모씨는 "대충 얼굴은 공개됐지만 스쳐지나가면 (조두순을) 못 알아볼 것 같아서 섬뜩한 기분"이라며 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조두순이 출소하면 살 것으로 알려진 곳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지하철 역 인근에서 만난 이모 할아버지(63)도 걱정이 컸다. 그는 공원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 손주와 함께 나섰으나 "이 나이를 먹고도 겁나는 건 똑같다"고 말했다. "(조두순이 출소하면) 혼자 마음대로 나다니지 못하게 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조두순 거주 예상지역 반경 1㎞지역을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하고, 순찰 인력과 초소 등 방범 시설물을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방범용 폐쇄회로(CC)TV도 23곳에 71대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밀착 감시 특별대응팀도 편성했다. 안산단원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과 강력팀 5명이 포함될 방침이다.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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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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