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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38km를 헤엄쳐 월북?…해경수사 '큰 숙제' 안았다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2020-09-30 13:43 송고 | 2020-09-30 13:50 최종수정
북측 총격을 맞고 숨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이 탑승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북측 총격을 맞고 숨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이 탑승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2020년 9월 22일 북측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지도 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씨(47)가 북방한계선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국방부는 24일 최초 설명에서 다양한 첩보를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A씨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은 25일 청와대 앞으로 통지문을 보내 ‘불법 침입자 단속 과정에서 일어난 불상사’라고 주장하며 A씨의 시신이 아닌 타고 있던 부유물을 소각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두고 정치권이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해경은 29일 A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경은 지난 28일 국방부를 방문해 A씨가 북측에 의해 발견될 당시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사실상 A씨의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렸다.

해경이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 결정적 근거는 네가지이다. A씨가 발견된 위치가 북한 해역인 점,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북측이 이미 A씨의 신상정보를 알고 있었고, A씨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이다.  

해경은 A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했던 점에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해경은 또 실종 당시 해역 표류예측 결과를 공개하며 A씨가 실제 발견된 위치와는 상당한 거리 차이가 있었다면서 인위적인 노력 없이 실제 북측 발견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해경은 이어 A씨의 도박 빚 2억6800만원을 포함해 3억 3000만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다는 금융계좌 조사결과를 내놓으면서 국방부 발표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해경의 이날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여러 의문을 남겼다. 먼저 A씨가 38km가 넘는 바닷길을 구명조끼와 부유물을 타고 북측 해역까지 갔다는 해경의 발표는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40대 후반의 남성이 구명조끼를 입고, 1명이 탈 수 있는 부유물에 의지한 채 파도를 헤치며 38km를 갈 수 있을까? 아무리 체력이 좋은 건장한 남성이라도 38km를 가는 것은 쉽지 않다.

연평도 물길을 잘 아는 지역 어민들은 “북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가 내려오는 것은 많아도, 북으로 올라가는 것은 못 봤다”고 말한다. 그런데 해경은 이날 취재진에게 부유물을 탄 상태에서 조류와 인위적인 행위(발차기)를 하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A씨가 “아쿠아맨이냐“라고 말하며 해경의 발표를 비꼬았고, A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해경 수사결과 발표를 보고 '소설'이라고 말하며 깎아내렸다.

해경은 이날 기자들이 질문한 여러 의혹에 대해 속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다. 해경의 입에선 "수사중이다" "국방부가 자료를 가지고 있다"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중간 수사 발표 보도를 본 한 해경 직원은 “국방부는 발표 후 뒤로 숨었고, 해경이 또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하고, 슬프다”라고 말했다.  

해경 내부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과 해경이 정보 공유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가 안위가 걸린 대북 정보자산 공개를 못하는 국방부의 입장도 이해한다. 하지만 해경은 국방부의 제한된 자료안에서 그들의 수사력으로 실종된 A씨의 사건을 풀어야 하는 큰 숙제를 떠 안게 됐다.


gut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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