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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조각 삼킨 남수단 4살 아이, 세브란스병원에서 새 생명 찾아

두 차례 수술 후 건강 찾아 가족 품으로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2020-09-29 13:24 송고
(뒷줄부터 시계방향으로)박성용 교수와 김경원 교수, 글로리아와 간디씨(왼쪽사진)와 글로리아의 몸 안에서 꺼낸 쇳조각으로 만든 목걸이. 백원짜리 동전과 크기가 비슷하다.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 뉴스1

동전 크기의 쇳조각을 삼킨 후 치료를 받지 못하던 남수단 아이가 국내 의료진의 초청으로 무사히 수술을 받고 퇴원을 앞두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29일 자국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던 남수단의 4살 어린아이가 세브란스병원의 초청을 받아 이집트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퇴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 2.5센티미터(cm)의 쇳조각이 식도와 기관지를 뚫고 대동맥궁 근처에 자리 잡아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경우였다. 아이는 두 차례의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30일 퇴원할 예정이다.

◇쇳조각을 삼킨 후 치료 위해 남수단에서 이집트까지

지난해 7월 갑자기 가슴 통증으로 잠도 잘 자지 못했던 글로리아 간디는 인근 병원에서 엑스레이(X-ray) 검사를 한 결과 가슴에서 쇳조각이 발견됐다.

내시경으로는 쇳조각을 꺼내기 어려워 수술이 필요했지만 남수단에서는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글로리아 가족이 다니던 교회 성도들과 이웃의 도움으로 12만수단파운드(약 920달러·약 107만원)와 1000달러(약 116만원)를 모아 어렵게 수술을 받았으나 실패했다. 이후 버스로 약 이틀을 달려 이집트로 갔으나 남은 200달러로는 수술을 받을 수가 없었다.

한국인 선교사에 도움을 요청한 글로리아 부녀의 소식은 세브란스병원에 전달됐고, 현지 검사 자료를 통해 글로리아의 상태를 확인한 세브란스 흉부외과는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의견을 보냈다.

한국행이 결정되고 이집트 한국대사관에서도 비자발급을 서둘렀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론나19) 확산으로 출국 이틀전 공항이 폐쇄됐다. 결국 글로리아 부녀는 45일을 기다려 지난 5월 5일 한국땅을 밟았다.

◇협진으로 쇳조각 제거, 두 번의 수술로 건강 되찾아

세브란스 흉부외과는 정확한 쇳조각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CT 결과를 3차원으로 재건하고 3D 프린팅을 시행했다. 쇳조각은 식도를 뚫고 기관지를 밀고 들어가 대동맥궁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자칫 대동맥 파열로 이어질 수 있어 쉽지 않은 수술이었다. 1년 가까이 몸 안에 있던 쇳조각 주변으로 염증도 심했다. 게다가 쇳조각이 기관지를 뚫고 들어가 호흡을 방해해 호흡곤란 증상에다가 식사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박성용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영상의학과와 소아호흡기알레르기과, 소아외과, 소아심장혈관외과 등 관련 과와 협진을 통해 글로리아의 상태를 파악하고 수술 계획을 세웠다.

박성용 교수는 좌측 개흉술을 통해 주기관지를 절개하고 대동맥을 비켜 손상된 조직에서 쇳조각을 무사히 제거했다. 쇳조각은 나사나 볼트를 조일 때 사용하는 와셔(washer)였다. 쇳조각은 식도를 뚫고 나와 주기관지의 뒷벽을 완전히 녹였고, 이로 인해 좌측 기관지 대부분이 손상됐으며 기관지 입구가 좁아져 있었다.

박성용 교수는 좌측 기관지와 식도와 기관지 사이의 약 5밀리미터(mm) 누공(瘻孔)을 봉합했다. 수술 후 염증도 줄어들고 호흡에도 무리가 없었다. 쇠붙이를 제거한 부위도 잘 아물었다.

그러나 남은 1mm 크기의 누공은 아물지 않아 결국 박성용 교수와 호인걸 소아외과 교수는 쇳조각으로 녹은 기관지 뒷벽을 식도벽을 사용해 새로 만들어 재건했다. 남아있는 1mm 크기의 누공은 기관지 사이 근육을 사용해 다시 봉합하고, 잘려진 2cm 길이의 식도는 당겨서 어어 붙였다.

현재 2주간의 회복기간을 거쳐 글로리아는 정상적으로 호흡하고 식사도 가능하다.

박성용 교수는 "쇳조각을 삼키고 세브란스병원으로 올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기적이다. 글로리아가 힘든 수술을 견디고 건강을 되찾아 수술을 집도한 의사로 보람을 느낀다'면서 "글로리아를 치료하기 위한 아버지의 헌신과 글로리아를 위해 함께 치료 방침을 상의하고 헌신적으로 치료해 준 의료진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jjs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