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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가회의 등 국가상대 18억 손배

120여 명이 참여해 최대규모 민사소송
문성근·김미화 등 집단·개인 소송 10건 이상 진행중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이기림 기자 | 2020-09-29 11:41 송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항소심 결심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2017.12.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이재명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항소심 결심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2017.12.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이재명 기자

박근혜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예술계 인사들이 국가를 상대로 1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들이 산발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 중인 가운데 이번에는 120여 명이 참여해 소송액 규모가 가장 크다.

29일 법조계와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한국작가회의 외 120명은 지난달 28일 국가를 상대로 18억1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제17민사합의부(부장판사 이상주)에 배당됐다.

소송에 참여한 예술인들은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신적·물적 피해를 입었다며 1인당 1000만원 안팎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피해 사실을 입증할 증거 자료·사례를 수집해 제출하는 등 소송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작가회의 등이 제기한 이번 소송은 현재까지 제기된 블랙리스트 관련 민사 중 가장 액수가 크고, 참가자도 많다. 다만 이번 소송 참여자들은 물적 보상 보다는 향후 유사한 탄압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는데 초점을 맞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인 이상국 시인은 뉴스1과 통화에서 "블랙리스트라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는데 현 정부 들어서도 소상하게 밝혀진 것도 없고, 이를 주도한 문체부 관계자 중에서도 중징계를 받은 사람이 한 두 사람에 불과하다"며 "재발방지 차원에서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중국에서 있었던 분서갱유가 떠오른다. 한두 사람의 정권을 위해서 반대되는 사람은 파묻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촛불을 들어 세워준 정권이 이 사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영수특검 조사에 따르면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계 인사는 확인된 인원만 9473명이다. 현재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박근혜정부와 함께 전임 이명박정부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10건이 넘는다.

이중 충북지역 문화예술가 단체·개인이 제기한 블랙리스트 1심 소송에서 법원은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개인 2명과 단체 2곳에 각각 2000만원을, 나머지 원고 23명에게는 각각 1500만원씩 총 4억2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문체부는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배상액수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며 항소했다. 피해자가 9000명을 웃도는 만큼 1심 판결대로 배상액이 확정되면 국가가 보전해야 할 액수가 천문학적 금액이 되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들이 현재까지 문체부에 제기한 민사소송은 총 11건이다. 특검 조사로 블랙리스트 문건 실체가 드러난 2017년에 9건이 집중됐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추가 소송이 제기되지 않았지만 올들어서는 연극협회와 '팝업시어터' 피해자, 작가회의 등 3건의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랐다.

아울러 문성근·김미화씨 등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상대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디자이너 홍모씨가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등은 별개로 진행 중이다.

한편 블랙리스트 관련 형사소송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고 관련 민사소송 1심에서도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된 만큼 향후에도 피해 문화·예술인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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