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청와대路]북의 사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2020-09-28 18:41 송고
지난 25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앞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해군 고속정이 기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북한 황해남도 등산곶. 2020.9.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 25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앞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해군 고속정이 기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북한 황해남도 등산곶. 2020.9.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여야는 28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한 '대북규탄결의안'을 본회의에서 채택하려 했으나, '시신을 불태웠다' 등 결의안 문구에 대한 이견으로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애초 국회 차원의 결의안 채택을 주도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례적인' 사과 이후 급격하게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북한이 잘못을 인정한 상황에서 양측이 다르게 인지하는 사실관계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이 사건 초기부터 이런 입장은 아니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오전 "북한은 대한민국 국민과 희생자에게 사과하고 사건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북한의 반문명적·야만적 만행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국회 차원의 북한 규탄 결의문 채택을 제안했다.

청와대가 25일 오후 김정은 위원장의 "대단히 미안하다"는 사과가 담긴 통지문을 공개한 시점부터 기류가 변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북측의 통지문 내용을 보니 변한 것도 있구나 실감한다"고 했고, 민주당은 "북한의 즉각적인 답변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사과는 이전과 달라서 주목한다"는 공식입장을 냈다.

특히 청와대가 이달 초·중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한 사실과 그 내용까지 발표하자, 일각에서는 마치 이번 사건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갈 실마리라도 될듯이 들뜬 모습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 이번 사건 이후 신속하게 구체적이고 성의 있는 방식으로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 방안까지 발표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바다 위에서 수십 시간을 표류한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사살한 행위는 여당의 말마따나 '야만적 만행'이다. 북한에 엄중히 잘못을 따져 묻는 것은 물론, 유족의 아픔을 먼저 어루만지는 것이 집권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유가족들의 상심과 비탄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처음으로 유가족을 언급했다. 사건 발생 6일 만이다.

거대 의석의 집권 여당에서는 이날도 "다양한 경로로 획득한 한미간의 첩보와 정보에 의하면 월북은 사실로 확인돼 가고 있는 것 같다"(민주당 공동조사 및 재발방지 특위 황희 위원장)는 발표가 나왔다. 

월북 시도 여부는 마땅히 규명되어야 할 일이지만 국민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충분한 슬픔과 위로를 보이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집권 여당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족을 만나 따뜻한 위로의 말 한 마디를 건넸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비극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반도는 평화의 길로 가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 그보다 덜 중요하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여당이 수없이 하는 말이 '국민의 생명·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아닌가.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