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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규탄결의안 꺼낸 민주당, 하루만에 "필요 없어져"

민주당, 28일 원포인트 본회의 대북규탄 결의안 계획 변경하나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불투명해져, 야당 "북한 실수라 편드나" 맹공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김진 기자 | 2020-09-26 10:30 송고 | 2020-09-26 10:43 최종수정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머리를 넘기고 있다. 2020.9.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머리를 넘기고 있다. 2020.9.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던 더불어민주당이 북한의 통지문을 받아들고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초 밝힌대로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할지, 국민의힘이 요구한 긴급현안질의를 받을지 등을 두고 내부 논의 중이다. 이에따라 주말 사이 계획했던 여야 원내대표 회동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야당에선 여당이 대북규탄 결의안을 먼저 제안해놓고 이제와서 하지 않을 것처럼 애매하게 나온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북한 통지문을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례적 사과"라고 추켜세우긴 했지만, 그렇다고 '전세계에 대한민국 국회의 엄중한 대응을 알리겠다'며 먼저 꺼내든 대북 규탄 결의안을 하루만에 없던 일로 하기도 민망하기 때문이다. 

전날(25일) 오전 김영진 민주당 원내총괄수석부대표와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나 결의안 채택에 대해 논의를 마쳤지만, 북한 통지문 공개 이후 민주당 입장이 바뀌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긴급현안질문은 (북한의) 사과요구, 재발방지대책 등을 위한 것인데 이미 (북한이) 사과를 표명했고 재발방지대책을 남북이 같이 도모하자고 의사를 밝혔다"며 "긴급현안질의와 결의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북측 사과가 나왔기에 긴급현안질의와 대북 규탄 결의안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북 규탄 결의안이 여야 합의가 될지 모르겠다"며 "상황이 달라졌으니 논의 내용도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 긴급현안질의는 우리 내부적으로 사실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재차 설명했다.

민주당은 북측이 사과를 했으니, 상황이 다소 달라진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앞서 국회 국방위와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긴급현안질의를 했기에 본회의에서 반복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 또한 추석연휴 직전인 28일 본회의에서 야당에 긴급현안질의라는 '공세의 장'을 깔아주는 것이 여당으로서는 내키지 않는 부분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9.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9.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지난 24일과 25일 오전까지 민주당은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만행"이라며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을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겠다고 했지만, 같은날 오후 청와대가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의 사과 통지문을 공개하자 기류가 급변했다. 당정청은 "북한의 매우 이례적 사과"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적 도발이 아니라는데 안도하면서 북측 사과에 의미를 실어 남북관계 핫라인 복원 기대감을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북측이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번씩이나 사용하면서 이렇게 북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북측의 사과가 그동안)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매우 이례적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비공개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말이 연속해서 나오는데, 이례적인 것이 전체주의 국가에서 최고지도자가 사과하는 예가 거의 없다"며 "두 번이나 사과하고 재발 방지대책까지 통보했다는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 생중계 도중 북한 통지문 속보를 접하자 반색하며 "일정 부분 진전이 된 것은 희소식으로 간주하고 논의를 이어가자"고 했다.

이에 야당에선 불과 반나절만에 우리 국민 피격 및 시신훼손에 대해 규탄하던 분위기가 북측 사과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북한이 통지문을 보내자마자 청와대에서 그간 오간 친서까지 난데없이 공개했다"며 "우리 국민이 무참히 짓밟힌 초유의 사태를 친서 한 장, 통지문 한 통으로 애써 덮고 '실수'였다고 편들어주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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