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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속풀이]사고치면 탈당하는 이유…복당 '백도어'가 있었다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2020-09-28 05:00 송고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발표한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이 의원의 자리가 비어있다. 대량해고 사태로 국민적 공분을 산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 의원은 이날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2020.9.2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발표한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이 의원의 자리가 비어있다. 대량해고 사태로 국민적 공분을 산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 의원은 이날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2020.9.2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지난주 3명의 의원이 '무소속' 명찰을 달았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의원총회에서 'DJ 3남' 김홍걸 의원 제명을 의결했다. 같은 날 이상직 민주당 의원은 자진 탈당했다. 그 전날에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탈당했다. 

대량해고 사태로 국민적 공분을 산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잠시 당을 떠나있겠다. 저에 관한 의혹을 소명하고 다시 되돌아오겠다"고 했다. 묘한 기시감이 드는 대목이다.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는 2016년 공천 탈락에 불복해 탈당하며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 세종시 완성과 정권교체를 위해 돌아오겠다"고 했다. 곧이어 7선 고지에 오른 그는 1년도 안 된 그해 무난하게 복당했고 2년 뒤 당대표직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4·15 총선 직전 공천에 불복해 탈당한 무소속 출마자의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당헌·당규를 손봤다. 2016년의 그를 기억하는 여의도 정가는 그에게 '내로남불'이란 쓴소리를 내뱉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가족 채용 논란으로 2016년 탈당했다가 이듬해 복당했다. 서 의원은 윤리심판원의 중징계 발표 전날 전격 탈당했다. 당시 당헌·당규상 공식적인 징계 절차가 시작된 후 탈당은 5년간 복당이 어렵지만, 그 전에 자진 탈당할 경우 1년 만에 복당이 가능했었다. 서 의원은 이번 21대 국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011년 아나운서 지망생 성희롱 논란으로 국회 윤리특위로부터 '의원직 제명' 징계를 받았다. 다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반대로 의원직을 지켰다. 현재까지 국회 윤리특위를 통과한 징계안은 강 전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유일하다.

제명 또는 탈당은 위기에 직면한 의원들에게 분명한 피난처가 됐다. 지난주 무소속이 된 세 의원 모두 당 차원의 징계를 피했고 의원직도 유지했다. 비록 현재는 불안한 무소속 신분이더라도 그들의 미래는 수많은 선배 정치인의 역사가 보장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논란이 된 의원들이 이제 당 소속이 아니라며 책임론에서 슬쩍 발을 빼려는 분위기다. 탈당한 의원들은 언제까지 유배 생활을 해야 할까. 두 당의 당헌·당규를 보면 당에서 제명되거나 징계 회피를 위해 탈당한 경우 5년 이내에 복당할 수 없게 돼 있다. 다만 당무위 또는 최고위 의결을 통해 5년 이내 복당할 길도 열어뒀다. 

'5년 복당 금지'라는 엄격한 룰을 앞세우고 뒤로는 복당할 길을 열어 둔 것이다. 탈당을 통해 비판여론을 피하는 꼬리자르기는 의원 개인과 소속 정당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여론이 잠잠해지고, 검찰 수사가 유야무야되면 슬그머니 복당하는 우리 정치권에서 익숙한 모습이 이번에도 반복될 여지는 충분하다. 역사와 이념이 전혀 다르지만 양당 모두 최고위급 의결을 거치면 복당을 허용하는 '백도어(backdoor)'를 큼지막하게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jy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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