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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세종실록] 정부세종 신청사가 '갑질센터' 라고요?

제3청사 신규 입주 부처에 총리실·기재부·행안부 등 거론
예산·인사권 쥔 힘센 부처 뭉칠 조짐에 벌써부터 거부감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2020-09-26 07:00 송고 | 2020-10-23 18:40 최종수정
편집자주 뉴스1 세종팀은 정부세종청사 안팎의 소식을 신속하고도 빠짐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뉴스통신사로서 꼼꼼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때론 못 챙기는 소식도 있기 마련입니다. 신(新)세종실록은 뉴스에 담지 못했던 세종청사 안팎의 소식을 취재와 제보로 생생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정치·문화가 펼쳐진 조선 세종대왕 시대를 기록한 세종실록처럼 먼 훗날 행정의 중심지로 우뚝 선 정부세종청사 시대를 되짚는 또 하나의 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세종청사 신청사(제3청사) 조감도. © 뉴스1
세종청사 신청사(제3청사) 조감도. © 뉴스1
 
"새로 짓는 저 건물이 '갑질센터'가 된다면서요?"
정부세종청사 한복판에 한창 건설 중인 신(新)청사를 두고 공직사회 내부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기존 청사의 사무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짓고 있는데, 느닷없이 왜 이런 말이 돌고 있을까.

정부세종청사는 총리실을 중심으로 어진동 일원에 용(龍)의 형상으로 건립된 제1청사, 국세청 등 나성동 일원에 있는 제2청사가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신청사는 제3청사인 셈이다. 규모는 4만2760㎡(약 1만3000평) 부지에 지하 3층·지상 15층으로 꽤 크다.

1청사 중심부에 짓고 있어서 부처 간 업무 연계성을 높이고 급행광역버스(BRT) 정류장과 가까워 편리한 이동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넓은 공간에 업그레이드된 첨단 보안시설, 비대면 화상회의시스템 등을 갖춰 업무 환경이 최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3청사 건립은 작년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일부 부처가 세종시로 추가 이전하고도 기존 1, 2청사 공간이 부족해 민간건물을 임대해 쓰는 신세를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서다. 당연히 입주 1순위는 임대 신세인 행안부와 인사혁신처, 과기부 등이 거론돼 왔다.
하지만 정부청사 관리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부처 간 업무 연계성이나 상징성, 접근성 등을 따져 모든 부처를 동일선상에서 재배치하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결국 힘센 부처가 입주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미 총리실과 기획재정부가 3청사 입주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처가 내세운 명분도 행안부에서 입주 우선순위로 삼은 업무 연계성을 높일 수 있다거나 상징성이 크다는 데 있다. 행안부도 입주 우선순위에 부합하고 청사 건물 관리 주무부처인 만큼 '셀프 입주' 가능성이 높다.

총리실은 막강한 부처 평가권과 통할권을, 기재부는 예산권을, 행안부는 조직·인사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공무원들이라면 모두 안다. 때문에 이들 3개 기관이 3청사에서 뭉친다면 그야말로 '궁극의 갑질센터 완성'이 아니고 뭐냐는 것이 공직 내부의 일반적인 시선이다.

물론 이들 3개 기관의 주장대로 3청사에 다 같이 입주할 경우 업무 연계성을 높일 수 있고, 상징성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타 부처 공무원들이 3개 부처를 통틀어 갑질센터라 부르며 거부감을 표출하는 것은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세종3청사 건설현장. 2020.9.2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정부세종3청사 건설현장. 2020.9.2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기재부 공무원이 업무 외 시간·휴일 가리지 않고 타 부처 직원에 전화를 걸어 마치 겁박하듯 예산 주니 마니 하거나, 예산권을 이용해 소속 공무원을 타 부처 낙하산으로 보내 조직을 쥐락펴락하는 행태는 이미 뿌리가 깊을 대로 깊다.

국·과장급 타 부처 공무원들이 자신보다 하급인 기재부 직원의 부름에 달려가기가 일쑤고, 심지어 사회부처의 한 직원은 휴일에, 그것도 자정이 넘은 시간에 기재부 공무원으로부터 예산업무 관련 전화를 받아야 했고, 나중에 그 시간에 전화 안 받았으면 예산 배정이 물 건너갔을 것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행안부 감사관실 소속의 한 직원은 지자체 공무원을 사실 확인 없이 비위 의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러내 "나 만나서 살아남은 공무원은 없다. (공무원 생활) 끝내버릴 수 있다"며 갑질 감사로 물의를 빚은 사례도 있다. 

단순 업무 행위였을 뿐 갑질이 아니었다는 그들의 인식도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기망일 뿐이다. 사회부처 한 공무원이 "단지 '업무'였다는 용어로 포장된 그들의 갑질이 상대에겐 얼마나 큰 부담이고 공포인지 자각을 못 하는 것 같다"는 말을 허투루 넘기기엔 너무 묵직하지 않나 싶다.

공직사회 내 갑질 방지 관련법을 입안하는 행안부, 갑질 근절 사업 및 정책 예산을 편성하는 기재부, 공직 내 갑질을 감찰하고 업무평가에 반영하는 총리실. 정작 이들 기관 스스로 내부 문제를 간과하면서 제대로 업무 수행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타 부처 공무원들이 신청사를 두고 말한 '갑질센터'는 공직사회가 더 상생적이고 공정하다는 인식이 한편으론 착시임을 보여준 하나의 '촌철'이다. 공직사회의 평등·정의·공정의 철학이 더는 훼손되지 않기를 힘 있는 부처의 솔선수범을 바란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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