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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걱정 안와도 걱정…기후변화에 제주감귤 병든다

최장 장마에 태풍 호우로 제주감귤 각종 질환에 노출
감귤 개화 시기 빨라지는 등 기후온난화 재배에 영향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2020-09-25 11:25 송고 | 2020-09-25 14:29 최종수정
제주 한 감귤농가에 열과 피해를 입어 땅에 버려진 감귤들이 썩고 있다.(독자 제공) /© 뉴스1
제주 한 감귤농가에 열과 피해를 입어 땅에 버려진 감귤들이 썩고 있다.(독자 제공) /© 뉴스1
"과수원에서 썩은 내가 코를 찌르고 벌레들이 꼬입니다. 어디 갖다버릴 수 없어 과수원 바닥에 놔둘 수밖에 없어요."
제주도 한 감귤 농민이 열과(裂果) 현상으로 껍질이 갈라져 버려진 감귤 무더기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제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특산물이자 도민의 생명산업으로 불리는 감귤이 기후변화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역대 최장 장마(49일)에 연이은 태풍이 기록적인 폭우를 쏟으면서 일부 감귤이 물풍선처럼 수분을 흡수해 생산 과정에서 각종 질환에 노출됐다.

열과 현상이 대표적이다.
여름철 무더위가 지나간 뒤 갑자기 비가 내리면 과육이 빠르게 수분을 흡수해 껍질이 찢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농가당 최소 5%에서 최대 40% 이상 열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가 많이 오면 우려되는 감귤 질병 중 하나로 검은점무늬병(흑점병)도 있다.

노지감귤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검은점무늬병은 기온이 20도 이상이고 12시간 이상 감귤열매가 젖은 상태에서 발생위험이 매우 크다.

많은 비로 감귤나무가 수분을 과다 흡수해 당도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

제주농업기술원 관계자는 "토양에 수분이 많으면 감귤나무가 수동적으로 물을 흡수해 적정량 이상으로 과일안에 물이 차오르고 당도가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검은점무늬병에 걸린감귤열매.(제주도 제공) /© 뉴스1
 검은점무늬병에 걸린감귤열매.(제주도 제공) /© 뉴스1

비가 너무 오지 않아도 문제다.

습하면 균(병)이 생기고 건조하면 해충이 발생한다.

현재 감귤 농가에서는 총채벌레 마무리 방제가 한창이다.

총채벌레는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만큼 작은 곤충으로 감귤 껍질을 갉아먹어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농업기술원은 잇따른 자연재해로 올해 감귤 생산량은 애초 예상했던 52만8000톤과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가 감귤 재배에 미치는 영향은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감귤 꽃이 피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감귤 개화시기는 1970년대 평균 5월16일에서 2004~2013년에는 평균 5월14일로 이틀 빨라졌다.

개화 시기는 평균 기온이 점차 올라가면서 2030년대에는 5월10일, 2050년대에는 5월7일로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감귤 개화와 발아가 빨라지면 그만큼 생육기간이 길어지고 늦서리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환경부가 지난 7월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는 2030년대에는 온주밀감 재배적지가 전남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또 2060년대부터 재배적지는 제주 산간과 전남과 경남, 강원도 해안지역으로 점차 증가한다는 예측을 내놨다.

재배가능지도 경북, 충남, 전북 지역까지 확대되고 2090년대 제주에서는 한라산 국립공원 내의 산간지역을 제외하고는 재배적지가 감소해 사실상 제주에서의 재배는 불가능해진다고 이 보고서는 예상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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