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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 20년 공직 생활 접고 귀농…꾸지뽕으로 인생 2막

'이명'으로 고생…문명과 경쟁이 없는 자연 선택한 강태길씨
올 매출 1억…내년은 가공시설 확충으로 2억이상 매출 목표

(경남=뉴스1) 김대광 기자 | 2020-10-03 09:00 송고 | 2020-10-15 16:04 최종수정
편집자주 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에서 어촌에서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기찬농원 전경© 뉴스1
기찬농원 전경© 뉴스1

지리산 자락의 자연림을 배경으로 산청군 금서면 해발 300~450m에 자리한 기찬농원. 농원 내 계곡은 가재가 사는 1급수로 마을주민 식수로 사용할 만큼 청정지역이다.
기찬농원의 주 작목은 꾸지뽕이다. 일교차가 큰 탓에 다른 지역 꾸지뽕보다 당도가 월등히 높고 저장성이 뛰어나다. 5만1400여㎡(1만7000평) 황토밭 임야에 꾸지뽕 1만4000여 주와 감국, 오미자 등을 심었다. 꾸지뽕 개인농원 규모로는 전국에서도 손가락에 곱을 정도다.

20여 년간의 공직생활을 접고 청정골 산청으로 귀농을 선택한 기찬농원 강태길 대표(53). 순탄한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도시에서 공직에 몸담고 있던 강 대표는 ‘이명’이라는 병으로 안정된 직장과 편한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문명과 경쟁이 없는 자연을 선택했다. 혼란과 갈등이 있었지만 ‘귀농’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한 것이다.

귀농 6년차 강태길 기찬농원 대표© 뉴스1
귀농 6년차 강태길 기찬농원 대표© 뉴스1

강 대표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제가 농사를 해보겠다고 하니 식구들의 반대가 심했다. 아내는 물론이고 특히 부모님들이 그랬다. 그러나 당시 ‘이명’으로 인해 정상적인 직장 생활은 힘든 생태였다. 학업과 직장생활 등 이런저런 이유로 치료 시기를 놓쳐 완치가 힘들었다"며 "심신이 몹시 지친상태라 평소 관심이 많은 나무와 식물을 가까이 해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공기좋은 산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지금은 병세도 많이 호전돼 일상생활을 하는데는 지장이 없다"며 "귀농을 반대하던 가족들이 이제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물론 수입도 왜만한 직장인 보다 많다"며 껄껄 웃었다.

강 대표는 대학에서 전자계산학을 전공했지만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유별했다. 학창시절부터 한의학에 관심을 쏟은 그는 평생교육원 등에서 운영하는 약초 관련 강의는 물론 여러 가지 약초를 구입, 법제도 해 보고 직접 조제해 먹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산청 둔철에 주말농장을 만들어 약초를 심고 자연과 함께 호흡한 탓에 귀농에 대한 막연함과 두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꾸지뽕 생산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일 년을 보고 농사를 짓고 10년을 보고 나무를 심는다"고 했듯이 묘목 재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농사의 결과가 즉각적이지 않고, 장기적으로 진득하게 끌고 가야 하는 일이어서 처음 몇 년간은 돈을 전혀 벌지 못해 마이너스였다고 한다.

그는 "귀농 후 처음에는 어떤 농사를 지어야 할 지를 두고 고민했다. 다행히 산청군에서 운영하는 귀농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교육을 통해 귀농한 분들과 정보교환은 물론 서로 격려하며 함께 할 수 있어 큰 힘이 됐다”며 "깊은 산 속에 텐트를 치고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씻지도 못하고 시체처럼 잤다"고 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예초기로 풀을 베고 계곡물로 밥을 짓고 벌레소리에 잠을 청하며 그렇게 기찬농원을 일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귀농을 잘한 것 같다.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며 자랑했다.

강 대표는 대표작물로 꾸지뽕을 선택한 이유로 우리나라 토종으로 농약이 필요 없고 잎·열매·가지·뿌리까지 모두 식용과 약재로 사용해 버릴 것이 없다는 장점을 들었다. 꾸지뽕이 성인병 예방에 뛰어난 녹차와 뽕잎보다 효능이 더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재 미국, 중국 등지에 수출이 시작되고 있어 미래 항노화식품으로 사업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고혈압과 당뇨에 효능을 본 소비자들이 제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이들 입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소개해 주는 덕에 제품 홍보와 판매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기찬농원에서 생산해 판매 중인 구지뽕 환(丸) © 뉴스1
기찬농원에서 생산해 판매 중인 구지뽕 환(丸) © 뉴스1

현재 기찬농원은 1인 기업으로 농장 운영, 제품 개발, 판매까지 1인 3역을 하다보니 힘들다. 하나의 제품이 나오고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선택과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가공식품은 OEM생산 방식으로 하고 있다. 아직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진 못했지만 품질 좋은 차(茶)나 환(丸)을 만들 제조업체는 많이 있다

꾸지뽕잎 100%로 만든 ‘기찬꾸지뽕환’은 환(丸)제품 중 최고가지만 효과가 좋아 재구매가 계속 발생해 자신에게는 효자제품 중 하나다. 환(丸) 제품은 드물게 HACCP 인증까지 받았다.

올해 매출은 1억원 정도이지만, 내년에는 가공시설과 장비 등을 확충해 꾸지뽕은 물론 감국차 등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계획으로 2억원 이상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 대표는 “앞으로 꾸지뽕 제품 시장 성장 가능성을 확신한다. 다양한 제품 개발과 유통망 확충을 통해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켜 이를 바탕으로 5~6년 후에는 꾸지뽕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프랜차이즈 회사를 설립, 운영할 생각"이라며 "이와 함께 여건이 마련되면 신제품 개발에도 전력해 국내시장은 물론 국외수출도 추진, 중동ㆍ중국 수출에 중점을 두고 교두보 확보에도 관심을 쏟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vj377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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