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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은 왜 '경제3법' 매달리나…"보수당 언제까지 이리 살래"

金 의지에 재계·당내 요동…경제단체장 만난 후 "재계, 변한 게 없다"
"재벌편 아닌 철저한 시장주의자"…제1야당 대표, 과거와 다른 영향력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20-09-23 12:18 송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0.9.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0.9.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경제3법'에 찬성하자 재계가 뒤집혔다. 당내 곳곳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제3법에 대한 반대뿐 아니라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 경제단체장들이 앞다퉈 김 위원장을 찾았고, 당내 인사들은 당장 시행될 것이 아니라면서도 법 개정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줄 법을 만들겠냐"며 보수 여론을 다독이면서도 반대 의견에는 단호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는 '경제3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야권 인사들의 지적에 대해 "(의원들이) 잘 알고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입장 번복은 없다는 것이다.

◇"1981년과 2020년, 40년이란 세월 동안 재계는 변한 게 없더라"

최근 국회에서 한 경제단체장을 만난 김 위원장은 그 소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1981년 초선의 '김종인'과 2020년 제1야당 대표 '김종인'은 왜 재계가 변한 게 없다고 느꼈을까.
그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이들은 그 답을 '총수 일가'에서 찾는다. 경제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고 그 장(長)들이 김 위원장을 찾아 뜻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하면서 하나같이 내세운 논리가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다.

김 위원장은 여기서 단어 하나를 치환하면 그들의 진짜 속내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바로 '기업'을 '총수 일가'로 바꾸는 것. 이렇게 단어 하나를 바꾸면 김 위원장이 경제3법을 지지하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설명된다는 것이다.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예로 들면 현행법에서는 이사회의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한다. 이사회의 구성원이 감사위원을 맡으니 주주들의 이해에 반하는 총수 일가의 그릇된 행위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또 다른 쟁점에는 '다중대표소송제'가 있다. 자회사의 이사가 손해를 끼쳐 모회사에까지 피해를 줄 때 모회사의 주주가 그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인데, 재계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위원장은 재계의 이같은 우려에 '위법 행위를 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총수 일가가 떳떳한 경영 활동을 한다면 외부 감사위원의 감사에도 지적될 일이 없고, 시민단체의 소송도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한 측근은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완벽한 시장주의자다"라며 "그러나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니 승계 과정 등에서 무리가 따르고 그 무리가 검찰 조사로, 재판정으로 이어지는 상황들을 이제 끊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재벌', 언제까지 이런 이미지로 살거냐"

이유는 또 있다. 왜 보수하면 재벌 편을 들어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오르게끔 하냐는 것이다.

국민이 보기에 '국민의힘'은 언제나 재벌 대기업 편이었지만 이제 다른 시대가 도래했다. 개미들이 주식시장을 좌지우지 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 일반인들도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다. 경제와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국민의힘=재벌편'이란 도식은 외연확장에 치명적인 걸림돌이다.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에 이어 경제3법을 꺼내 들자 당장 "국민의힘이 재벌편을 안 들어주네? 왜 저러지? 진심인가"라는 질문이 꼬리를 문다.

이 측근은 "이건 굉장히 큰 효과"라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이런 인식은 반대로 '옛날에는 너희(재벌)에게 받아먹을 게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며 "국가 제도적으로, 국민 의식 수준으로 볼 때 '오히려 짐이 된다'는 것인데 그 제도를 더 촘촘히 해 정말 보수당의 이미지 혁신을 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지난 2012년 9월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통령선거대책기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종인 국민행복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악수하는 모습. 박 후보는 임명장 수여식 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지난 2012년 9월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통령선거대책기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종인 국민행복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악수하는 모습. 박 후보는 임명장 수여식 후 "열 보다는 통합으로 과거보다는 미래로 나가는 새누리당 돼야한다"고 말했다. 2012.9.5/뉴스1

◇헌법에 명시한 '경제민주화'…'경제3법'으로 완결 의지

김 위원장은 1987년 개정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은 인물이다. 하지만 번번이 헌법 정신을 실행하기 위한 하위 입법에는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쓰이고 버려지는' 아픔을 겪었다.

하위법으로 헌법 내용을 실현할 기회는 2012년 처음 찾아왔다. 그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도우며 '경제민주화' 카드를 꺼내들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법무부는 이듬해 상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입법을 위한 준비도 마쳤지만 박 전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꺼내 들며 경제민주화는 없던 일이 돼버렸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6년, 이번에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20대 총선과 관련해 도움 요청을 받는다. 김 위원장의 수락 조건은 단 하나, 경제민주화 법안의 통과였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의 승리라는 약속을 지켰지만 법안 관철에는 실패했다.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되며 입법에 의욕적이었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없자 의원직을 사퇴하고 다시 야인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의 법안은 폐기됐다. 그의 두 번째 좌절이다.

다시 4년 후 2020년 그는 제1야당 대표가 됐다. 권한과 영향력이 4년 전, 8년 전과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경제3법 개정안을 들고나왔다.

정부안을 두고 한 당 관계자가 김 위원장에게 '위원장이 구상했던 것과 달라진 것이 있냐, 무언가 더해지거나 빠진 것이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8년 전에 법무부에서 짰던 그 법안 그대로 가져왔다"며 "그러니 이걸 어떻게 반대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오랜 뜻을 실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시간이 가져다준 유연함…"접점을 만들 수 있다"

재계와 보수 언론, 당내 반발이 잇따르자 김 위원장은 한 발 양보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장과 만남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012년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든 사람이 나인데 그때 공약이 지금보다 강하게 만든 점이 있다"고 말했다.

2012년 법무부가 만든 개정안이 거의 그대로 다시 올라온 점을 고려하면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것인 '3%룰'이다.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이 3%를 넘더라도 의결권은 3%만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인데, 재계는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 등의 이유로 강력 반대한다.

한 당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 3%룰이 없다"며 "그래서 급진적이란 비판이 많은 데 김 위원장의 입장은 국회의원이 입법자니 그 고유 권한을 잘 행사하면 될 것이란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과거 경제민주화에 반대한 사람들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이한구 전 원내대표가 지금 어떻게 됐냐"며 "경제3법은 어차피 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배추 경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0.9.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배추 경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0.9.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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