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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유례없는 화물 적체현상 장기화…“물류마비 비상”

코로나19·태풍·중국 ‘춘절’ 겹쳐…수출입·환적·빈 컨테이너 포화
대체장치장 개방해도…“화물이송·선적 정시성↓…항만경쟁력 약화”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박채오 기자 | 2020-09-23 07:00 송고 | 2020-09-23 08:45 최종수정
29일 오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4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0.4.29/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29일 오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4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0.4.29/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태풍과 중국 '춘절(春節)' 영향까지 겹치면서 부산항에 있는 컨테이너 부두 장치율이 90%를 웃돌고 트레일러 차량 도로 위에도 컨테이너가 쌓여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터미널 운영사가 운영하는 블록 공간에 컨테이너가 넘쳐나면서 블록 사이에 있는 차량 도로마저 점령했다.
'물류 마비' 현상이 가시화하면서 화물 상하차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화물 노동자들의 업무도 과중된다. 터미널 운영사도 제 시간에 맞춰 선적을 끝내야하는데 적체된 화물로 재조작(Rehandling·컨테이너 재배치 작업)률이 늘어나면서 항만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추석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장치율이 상승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컨테이너 장치율이 한 때 90%가 넘을 정도로 가득 쌓이고 화물적체 현상이 길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 평균 장치율 73%…부산항 신항 터미널 운영사 장치율 한 때 91%까지 치솟아

22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동안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 부두의 연간 평균 장치율은 66% 수준이다. 2017년 62%, 2018년 67%, 2019년 69%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1월부터 평균 장치율이 70%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1월 72%, 2월 73%, 3월 72%, 4월 76%, 5월 79%, 6월 77%, 7월 66%, 8월 70%, 9월 73% 등으로 집계됐다. 올해 평균 장치율은 73% 수준이다.

부산항 신항에는 컨테이너 전용부두 5개가 있고 다목적부두 1개를 포함하면 모두 6개 부두가 운영중이다. 이 가운데 한 터미널 장치율이 지난 21일 한때 무려 91%를 기록했다. 

터미널 운영사들이 자체적으로 부두를 원활히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장치율은 60% 수준이다. 컨테이너 장치율이 70% 이상 늘어나면 부두 생산성은 낮아지고 화주들이 컨테이너를 별도 공간에 옮겨 보관해야 해 물류비는 높아진다. 밑에 깔려있는 컨테이너를 바깥으로 꺼내기 위해 장비를 움직일 때마다 운영사들은 재조작료도 부담해야한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부두 운영에는 치명적"이라며 "야드에서 밑에 깔린 컨테이너를 다시 옮기는 재조작이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장치율이 올라갈수록 재조작률도 상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물 기사들의 상하차 대기 시간도 늘어나니 업무 강도도 심해질 것"이라며 "터미널이 혼잡해지고 생산성에 차질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에 태풍 3차례, 중국 '춘절'까지…엎친데 덮친격

이같은 현상의 배경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출 물량이 빠지자 터미널에 보관되는 빈 컨테이너가 많아진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선박에 실리거나 육상으로 나가야 할 컨테이너가 빈 깡통 상태로 부두에 계속 남아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달부터 제8호 태풍 '바비'와 제9호 태풍 '마이삭'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잇따라 한반도를 덮쳐 항만 운영을 중단하는 기간이 길어졌다. 부산항이 다시 문을 열자 그동안 대기하고 있던 외항선박들이 밀려들어오면서 컨테이너 작업물량이 늘어났다.

중국의 설 명절인 춘절 영향도 직접적이다. 중국 춘절은 내수 경제가 활성화되는 성수기다.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입 화물이 부산항에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부두가 포화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행 수입, 수출, 환적 화물이 모두 집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보통 태풍으로 인해 장치율이 증가했다가 다시 안정권으로 접어들기까지 1~2주가량 걸리는데 중국 춘절이 겹치면서 장치율이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추석과 중국 춘절이 끝나면 장치율이 어느 정도 완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항에 확보한 대체 장치장이 있지만 지금은 6개 부두에서 포화되는 컨테이너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물 상·하차 대기↑ 선박 정시성↓…운영사 "서비스 질·항만경쟁 하락 우려"

부산항만공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 장치장으로 신항 웅동 배후단지 공컨 장치장과 안골 위험물 장치장을 개방했다. 부두 안에 있는 유휴공간을 활용해 빈 컨테이너를 쌓아둘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신항 웅동 배후단지 공컨 장치장은 지난해부터 운영됐지만 최근 장치율이 계속해서 증가하자 부산항만공사는 지난 17일부터 안골 위험물 장치장도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터미널 운영사들은 장치율이 꺾일 줄 모르고 증가하자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부산항 신항의 한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는 "보통 추석쯤 장치율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지금처럼 장기화한 적은 없었다"며 "장치율이 너무 올라가면 물류가 마비되고 선적 정시성을 맞추기도 힘들어지는데 그러면 터미널 운영사도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박두진 동명대 항만물류시스템학과 교수는 "장치율이 상승하면 재조작(컨테이너 재배치)작업이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아 선주가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며 "이는 곧 항만의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치율 상승 기간이 장기화하면 선주들의 기피현상으로 환적화물 물동량이 떨어질 수 있다"며 "부산항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화물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보다는 부산항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며 "다른 선진항만 국가에서는 받지않는 데미지 컨테이너가 부산항으로 밀려오고 빈 컨테이너와 환적화물만 넘쳐나는데 무한경쟁 구도 속에서 화물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choah45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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