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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고장났어"…자녀사칭한 상품권 피싱 범죄 기승

"휴대전화 고장났다"…'인증서 오류' 핑계 결제 유도
구매 방법 쉽고 비교적 소액이라 큰 의심 안해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2020-09-22 08:00 송고 | 2020-09-22 11:44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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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구글기프트카드 15만원권은 없어? 그냥 90만원 어치만 사면 돼."

최근 자녀 사칭 문자메시지를 보내 상품권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정계좌로 현금을 이체하도록 하는 등 기존 '보이스 피싱'보다 비교적 소액에 과정이 단순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자녀 사칭 메신저 피싱 범죄'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녀를 사칭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상품권을 구매하도록 한 뒤 일련번호를 보내도록 속이는 수법이다.

이후 피싱 범죄단은 일련번호를 해외에서 재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SNS메신저 프로필 사진 등을 확인해 고령 이용자를 선별한 뒤 작업을 벌이기도 한다.

부산에 사는 60대 여성 A씨는 지난 14일 모르는 번호로 한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자신을 둘째 딸이라고 속인 B씨는 "엄마 내 휴대전화가 고장 나서 그런데 구글 기프트카드라고 있어, 편의점에 가면 구매 가능한데 지금 다녀올 수 있어?"라고 접근해왔다.

B씨는 '엄마'라는 호칭을 써가며 구글 기프트카드 90만원어치를 구매해 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편의점 직원이 왜 이렇게 많이 사냐고 물어볼 거야. 그러면 선물용이라 하면 돼, 이 카드 한정 판매라 구하기 힘들거든"이라며 모범답변까지 설명했다.
며칠 전 둘째 딸에게 '휴대전화가 고장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A씨는 B씨의 말을 믿었다. 이후 편의점에서 1만원권을 구매하자 이번에는 B씨가 15만원권으로 6장 사라며 재차 닦달했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A씨는 큰딸 C씨에게 연락을 취했고, 둘째딸과 연락이 닿으면서 피해를 모면했다.

이날 A씨는 경찰로부터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경찰에 신고 했지만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자를 무시하라는 답을 받았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서 범인을 잡아주길 바랐는데 황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경황이 없던 A씨는 며칠 뒤 소극적 대응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해당 경찰서 측은 "신종 피싱 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는 교육을 실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지난 9일에는 북구 화명동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상품권 피싱 사기를 막은 일이 발생했다. 당시 한 60대 여성이 상품권 50만원어치를 한번에 구매하려고 하자 피싱 범죄를 의심한 아르바이트생이 112에 신고한 것이다.

박찬혁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상품권 피싱 범죄는 피해금액이 수십만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범인 검거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자녀를 사칭해 상품권을 요구하면 당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락 온 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봐야 한다"며 "경찰청 홈페이지에 피싱 범죄에 활용된 연락처나 계좌번호 조회가 가능한 만큼 이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22일 오전 10시 최근 확산하고 있는 전화 금융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종합대안 마련에 나선다. 이 자리에는 진정무 경찰청장을 비롯해 부산시, 금융기관, 교통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s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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