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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리베로 도수빈 "두려움 없이 부딪쳐 보겠다"[이재상의 발리톡]

'포스트 김해란'으로 주목

(용인=뉴스1) 이재상 기자 | 2020-09-19 06:38 송고 | 2023-09-06 15:37 최종수정
흥국생명 리베로 도수빈이 17일 경기 용인의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흥국생명 리베로 도수빈이 17일 경기 용인의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수비 전문 포지션인 '리베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공격수와 달리 큰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보다 코트 안에서 크게 소리를 질러야 하고, 쉴 새 없이 몸을 던지기 때문에 온몸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여자 프로배구에서 가장 전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흥국생명은 리베로 김해란(은퇴)의 공백이 아쉬움으로 꼽힌다. 센터, 레프트, 세터 등 다른 포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끝난 '2020 제천 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에서 김해란의 공백을 메워줄 리베로 도수빈(22)의 발견은 준우승에 머문 흥국생명의 최대 수확이었다. 도수빈은 전 경기에 선발로 나가 비교적 무리 없이 제 몫을 다했다.

◇ "두려움 버리고, 버티고 또 버티자"

17일 경기 용인의 흥국생명 훈련장에서 만난 도수빈은 다부진 목소리로 "모든 일에 있어서 비난을 두려워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리베로는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한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웃었다.
대구여고를 졸업하고 2016-17시즌 2라운드 3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도수빈은 그동안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데뷔 첫해에는 한지현(IBK기업은행)이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고, 이듬해부터 김해란이 팀에 들어오면서 주로 경기 후반 원포인트 서버나 수비 교체 선수로 들어갔던 것이 전부였다.

2019-20시즌을 마치고 김해란이 은퇴하면서 도수빈에게 마침내 기회가 왔다.

흥국생명 리베로 도수빈.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흥국생명 리베로 도수빈.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컵대회 조별예선부터 결승전까지 5경기 모두 선발로 코트를 누볐다. 그는 "힘든 점도 있었지만 언니들이 많이 도와줘서 괜찮았다. 어쨌든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뛰었던 김해란, 남지연(은퇴) 등 선배 리베로들은 도수빈에게 격려와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도)수빈이는 좋은 리베로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 일단 나이가 어리고, 실수를 하더라도 빨리 털어내는 스타일이다. 긍정적인 똘끼(?)가 있다. 승부욕도 있어서 앞으로 정말 더 잘할 것이다."

은퇴 후 올 연말 출산을 앞둔 김해란이 도수빈에게 건넨 덕담이다.

◇ 컵대회 준우승 "똑같은 것 두 번 당하지 않겠다"

도수빈은 매 경기 국가대표 레프트(이재영, 김연경)와 함께한다. 하늘이 내려준 기회일 수도 있고, 반대로 이야기하면 큰 부담이 따를 수 있다.

도수빈은 "언니들이 경기 중에도 많은 피드백을 해준다"며 "부담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고 한다. 웜업존에 있는 언니들까지 모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5일 오후 충북 제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전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흥국생명 김연경(가운데)이 득점에 성공한 뒤 도수빈(오른쪽) 등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20.9.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5일 오후 충북 제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전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흥국생명 김연경(가운데)이 득점에 성공한 뒤 도수빈(오른쪽) 등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20.9.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컵대회에서 준결승까지 무실세트로 4연승을 내달리던 흥국생명은 결승전에서 GS칼텍스에 0-3으로 패했다. 다소 충격적인 결과였지만 도수빈은 오히려 담담했다.

그는 "공은 둥글다는 것을 느꼈다"고 웃은 뒤 "시즌 전에 우리 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미소 속에 눈빛에서는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도수빈은 "시즌에는 똑같은 것을 두 번 당하지 않도록 더 보완할 것"이라면서 "모두가 똘똘 뭉쳐서 원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 "모든 서브는 내게로, 피하지 않고 부딪쳐 보겠다"

컵대회가 도수빈이라는 이름 석 자를 팬들에게 알린 무대였다면, 2020-21시즌은 존재감을 키워야 할 본격적인 시험대다.

도수빈은 "내 옆에 (김)연경언니와 (이)재영 언니가 있다. 어차피 모든 서브가 날 향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피하려고 하지 않고, 한번 부딪쳐 보겠다. 실수하더라도 빨리 잊어버리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더 나아가 그는 "프로에 와서 리베로 언니들이 많아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올 시즌 우리 멤버들이 좋기 때문에 준비한 것을 잘 보여주고 싶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잘하고 싶다. 팀에 꼭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5일 오후 충북 제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전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흥국생명 선수들이 득점에 성공한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0.9.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5일 오후 충북 제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전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흥국생명 선수들이 득점에 성공한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0.9.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도수빈은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프로스포츠는 팬이 있어야 존재한다"며 "관중의 함성이 가장 그립다. 접전에서 환호성을 들으면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빨리 코로나19 시국이 끝나고 팬들과 함께할 수 있는 그 날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제 리베로로서 첫발을 내디딘 도수빈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뚜벅뚜벅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했다.

도수빈은 "아직 V리그 리베로하면 김해란 언니인데, 몇 년 더 지나서 나도 꼭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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