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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코 앞인데"…택배기사 파업 예고 '택배대란' 우려

부산 택배 기사 200여명, 21~30일 파업 동참 결의
택배 분류 작업에만 7시간…"과로사 주범" 주장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2020-09-17 17:31 송고
17일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 기사들이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2020.9.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17일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 기사들이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2020.9.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전국 택배 업계가 분류작업 중단을 예고하면서 택배 배송에 '비상'이 걸렸다. 만성적인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대규모 파업이지만, 당장 추석을 앞 둔 시기에 택배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시민·노동단체들로 구성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000여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오는 2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분류 작업은 배송 전 물류를 상품별로 분할해 택배 차량에 싣는 것이다. 이 작업에 공백이 생긴다면 물량이 폭증할 추석 시즌에 배송 지연을 넘어 '배송 대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택배 노조 측은 분류 작업에만 하루 평균 7시간이 소요돼 택배 기사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통상 택배 기사들이 일하는 하루 13~18시간의 절반 수치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택배 노동자 9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고, 그중 7명은 과로사로 숨졌다.
지난달 14일 사상 처음으로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택배 없는 날'이 시행됐지만,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노조 측의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유통·물류 산업은 호황을 맞았지만, 정작 택배 노동자들은 '과중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분류 작업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이 없다는 점도 파업을 부추긴 요소 중 하나다. 이들은 배달 건수 당 수수료만 받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 기사 A씨는 "20kg에 달하는 무거운 물건 여러 개를 장시간 옮겨야 하므로 과로사 위험이 상당히 높다"며 "분류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고객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배송 노동자와 분류 노동자가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전면거부 돌입,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9.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전면거부 돌입,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9.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부산에서도 올 추석 '택배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부산지부는 14일부터 16일까지 분류작업 전면 거부를 위한 총투표를 진행했고, 95% 이상의 조합원이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명절이 다가오면서 물량 주문이 폭증하자 이들은 한시적으로 분류 작업 인력을 추가로 투입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서 200여명의 부산 택배 노동자들이 오는 21일부터 추석 전날인 30일까지 장기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분위기가 퍼지자 올 추석 직접 가족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온라인 배송을 통해 선물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선물로 아쉬움을 달랜다는 마음이지만, 갑작스러운 택배 파업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학원생 정모씨(26)는 "추석 당일에 부모님 집 앞으로 물품이 도착할 수 있도록 미리 주문해놨지만 갑자기 파업이 웬 말이냐"며 "명절이 한참 지나서 선물이 도착하면 사실상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전국의 약 4만명 택배 노동자 중 노동조합에 가입된 10%의 택배 기사만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만, 파업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규모가 큰 택배사의 노동자들이 파업 대상에 속해 있기 때문에 추석에 고객들의 불편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성 택배연대노조 부산지부장은 "배송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택배 회사들이 추가적인 물류 작업 노동자들을 투입하면 배송하는 데 있어서 큰 차질은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유통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추석을 맞이해 택배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추석 택배 물량이 전년 대비 30%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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