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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환 해임하려는 진짜 이유…인국공 사태 책임? 1년전 법카 때문?

(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2020-09-16 18:50 송고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인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장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인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장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국감 당시 태풍 부실 대응 및 행적 허위보고’와 ‘기관 인사 운영에 공정성 훼손 등 충실 의무 위반'의 이유로 국토부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해임 카드를 꺼내들자 구본환 사장이 "정규직 전환을 위해 애썼는데 이유도 없이 자르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구 사장은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공기업 사장을 일방적으로 해임한다면 누가 책임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겠냐"며 국토부의 명분 없는 해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토부는 6~7월 구본환 사장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해임안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구 사장은 이날 "14일 (해임 건의와 관련해)국토부로부터 ‘국감 당시 태풍 부실 대응 및 행적 허위보고’, ‘기관 인사 운영에 공정성 훼손 등 충실 의무 위반’ 통보를 받았다"며 "두 사안 모두 해임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국토부가 지난해 4월 취임해 임기가 절반 남아 있는 구 사장을 갑작스레 해임하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가 구 사장의 해임 이유로 감사 결과를 들고 있지만 구 사장의 주장처럼 궁색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항 내부에서도 국토부가 최근 감사를 벌여 1년 전 구 사장이 사용한 22만원 법인카드 사용 문제와 인사 갈등 논란의 이유로 기재부에 구 사장의 해임안을 건의한 것은 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기업 기관장 해임은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등 사유가 있을 때다. 확실한 잘못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국토부는 구 사장에게 무엇이 잘못됐는지 감사 결과에 대한 내용을 통보하지 않고 ‘국감 당시 태풍 부실 대응 및 행적 허위보고’, ‘기관 인사 운영에 공정성 훼손 등 충실 의무 위반’이라는 제목만 통보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토부가 구 사장이 지난 6월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른바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구 사장에게 지우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인천공항공사 직원들과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에서 졸속으로 진행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 © News1 박지혜 기자
인천공항공사 직원들과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에서 졸속으로 진행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 © News1 박지혜 기자

인국공 사태는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들불처럼 번졌다. 특히 "불공정하다"는 취업 준비생들의 반발과 함께 정규 채용 과정을 거쳐 입사한 기존 정규직 직원과 공정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는 지난 8월 문 정부 지지율 하락에도 영향을 끼쳤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현직 6000여 명의 교수들로 이루어진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지난 9일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대검찰청에 고발까지 했다.

구본환 사장의 해임 논란은 공사 노조와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조짐이다.  

구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조가 그들만(정규직 노조)의 캐슬에 검색 요원이 들어오는 것을 반발하고 있다"며 노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노조 위원장의 노골적인 인사청탁, 노조 간부 고발을 밝히며 노조와 각을 세웠다.  

구 사장은 "인사철이 되면 노조위원장이 찾아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인사 청탁을 했다"며 "노조가 인사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반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또 "제 기억으로는 두번 정도 인사 청탁을 들어줬다"며 "당시 (노조가)건의 보다는 사장이 따라줘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투명한 공기업에서 이런 인사는 안된다고 생각해 인사공모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이어 "6월 22일 정규직화 발표 때 수백명의 노조원들이 폭력을 행사해 3개월간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았다"며 "노조는 이 일이 발생한 후 저에게 사과 한마디도 없었고, 결국 간부 5명을 인천지검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인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장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인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장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에 대해 장기호 인천국제공항노동조합 위원장은 즉각 반발했다.

장 위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청탁을 한적이 없다"며 "두번을 들어줬다고 하는데 무엇을 들어줬는지 구 사장한테 되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국토부의 해임안 건의는 구 사장 본인이 잘못해 일어난 일"이고 "책임을 져야할 CEO가 품격있게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사 노조 등의 반발이 사회 이슈화 되는 등 매끄럽지 못한 구 사장의 업무 처리가 해임안 건의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구 사장의 해임여부는 오는 24일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구 사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하면서 국토부와 구 사장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은 이날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해임을 결정하면 수용하겠냐는 기자 질문에 "심의를 하겠지만 억울한 측면이 있고 제 나름대로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며 "법무법인의 법리적 해석으로는 이것은 부당하다고 한다"고 소송전을 예고했다.  

구 사장은 제3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토부 전신인 건설교통부 국제항공과장과 도시관리과장, 국토해양부 서울지방항공청장·철도정책관, 국토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기획국장, 항공정책관·항공정책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4월 제8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최근 정부의 국정과제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다 공사 노조와 취준생들의 전국적인 반발여론에 곤혹을 치렀고, 해임건의까지 나오면서 공직생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gut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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