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두커피의 원조 또는 진짜배기 사이폰 커피집으로 불리는 신촌의 미네르바 커피. 서울관광재단 제공 |
신촌의 문화를 상징했던 공간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그 시절을 기억하는 7080세대와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잇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중장년층은 과거를 회상하며 향수를 느끼고, 젊은 층들은 최근 뜨는 '레트로'(복고) 감성을 느껴볼 수 있는 신촌 여행 코스를 소개했다.
서울 도심 속을 둘러보는 코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고 조심스럽게 나들이가 가능한 때에 언제든 떠나기 좋은 곳들이다.
신촌역 3번 출구로 나오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홍익문고'이다. 홍익문고는 1957년에 개업하여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서점이다.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본받아 책으로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뜻을 담아 홍익문고라 이름을 지었다.
90년대 만남의 장소로 잘 알려진 홍익문고. 서울관광재단 제공 |
수많은 청춘은 이곳에서 시집이나 소설을 뒤적이며 누군가를 기다렸던 추억을 새기고 있다.
홍익문고 앞으로는 근현대를 대표하는 작가 15명의 양손 핸드프린팅 명판이 바닥에 설치된 '문학의 거리'가 이어진다. 작가들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시대정신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자는 의미로 조성되었다. 프린팅 명판에는 작가들의 유명한 문장이 적혀 있어 천천히 둘러보며 마음속으로 문구를 되새김하며 걷기 좋다.
연세로를 따라 걸어가면 스타 광장 한편에 놓여있는 빨간 버스인 '플레이 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버스 머리에 커다란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어 귀여운 모습이다.
과거 신촌의 음악다방에서 흐르던 음악부터, 현재의 인디 음악까지 들어볼 수 있는 빨간버스. 서울관광재단 제공 |
플레이버스 뒤로 도로를 건너면 '창천문화공원'이 나타난다. 공원 안에는 가수 고 김현식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1980년대 신촌에서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태동하던 시절 결성된 신촌블루스는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과 실험정신으로 당시 대중문화의 한 획을 그었다. 원년 멤버인 김현식은 신촌을 무대로 활동하면서 대중문화 전성기를 이끌었다. 세월의 여파로 당시의 추억이 남아있는 공간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를 기억하는 조형물이 창천문화공원을 지키고 있다.
창천문화공원에 자리한 고 김현식을 기리는 동상. 서울관광재단 제공 |
개업 당시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옛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음식점이다.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나면 커피를 한잔 마시러 다방으로 가보자. '미네르바'는 1975년부터 45년 동안 신촌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커피집이다.
최루탄이 터졌을 때처럼 눈물 콧물 다 뺄 만큼 맵다고 하여 '최루탄 해장라면'이라는 붙여진 훼드라의 대표 메뉴. 서울관광재단 제공 |
물이 저절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커피가 추출되는 모습 때문에 눈으로 마시는 커피라는 재미난 이야기도 한다. 미네르바는 사이폰 커피의 매력도 있지만, 커피 향이 가득하고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는 낭만 가득한 공간으로 청춘들의 아지트였다.
미네르바와 더불어 신촌을 지키고 있는 '독수리다방'은 1971년 음악다방으로 시작하여 연대생은 물론 인근 대학생들의 만남과 소통의 장소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커피전문점이 신촌 일대에 생기면서 쇠퇴하다가 결국 2005년에 폐업을 했다. 폐업 후 8년 만인 2013년에 독수리다방 창업자의 손자가 재개업하면서 끊어졌던 명맥을 이었다.
2005년에 폐업 후 2013년에 창업자의 손자가 재개업한 '독수리 다방'. 서울관광재단 제공 |
형형색색으로 변화하는 빛의 터널, 작품명 '온기' 홍제유연의 인증사진 스폿. 서울관광재단 제공 |
신촌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홍제천 유진상가는 2030세대에게 떠오르는 '뉴트로' 명소다. 서울시가 최근 홍제천 유진상가 구간에 공공미술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의 하나로 홍제유연(弘濟流緣)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2019년에 유진상가 지하통로가 개방됐고, 2020년 7월에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됐다.
홍제유연은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끊어졌던 과거의 상흔을 예술로 화합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홍제유연에는 3D 홀로그램을 이용한 작품과 자연의 소리를 배경으로 움직이는 빛의 조각을 연출했다.
어둠과 빛의 적절한 조화가 발걸음을 멈추고 전시에 흥미를 갖게 한다. 짙은 어둠으로 가득한 지하에 빛이 공간을 채우고 물가에는 오리가 노닐고 있으니 여느 장소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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