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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욕심 없는 삶에 자연은 응답” 서풍골 생명농원 서승광 대표

목회자 삶 내려놓고 논산으로 귀농…유기농콩 재배와 장류에 푹 빠져
"진정한 귀농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

(논산=뉴스1) 심영석 기자 | 2020-09-12 09:00 송고 | 2020-09-24 09:35 최종수정
편집자주 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충남 논산 가야곡면에서 서승광 서풍골생명농원 대표(51)가 직접 제조한 된장과 간장을 소개하고 있다. 2020.8.2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충남 논산 가야곡면에서 서승광 서풍골생명농원 대표(51)가 직접 제조한 된장과 간장을 소개하고 있다. 2020.8.2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인터뷰 주인공인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육곡리 소재 생명농원 서풍골 서승광(51) 대표를 만나러 가는 시골길은 왠지 더 낯설었다.

도심길에 익숙해진 탓에 포장도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갑자기 오른쪽 좁다란 길로 접어들어 대나무 숲이 우거진 길을 가야 하는 조금은 과장된(?) 깊은 산속이었다.
큰 항아리들 양쪽으로 한쪽은 별채와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집이, 다른 한쪽은 하얀색 건물. 마치 동요 ‘옹달샘’을 연상케 할 만큼 깨끗함과 아늑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머리에는 회색 두건, 몸에는 푸른색 앞치마를 두른 한 남성이 미소를 띠며 문 앞에서 반갑게 맞이했다. 생명농원 서풍골 서승광 대표다.

◇목회자의 삶 내려놓고 자연의 품으로
사실 기자와 서승광 대표는 아주 오래전에 인연을 맺은 사이다. 서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대전에서 같은 교회를 다닌 1년 후배다.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서 대표는 외모, 인품 등 정말 목회자로써 제격이었다.

서 대표 또한 주저 없이 감리교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강원도 태백, 인천 등에서 10여년 넘게 목회 활동을 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 2003년 목사직을 내려놓고 아내, 아들 둘과 함께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했던 가야곡 서풍골로 낙향했다.

서승광 대표는 “귀농·귀향으로 표현하기 좀 그렇다. 어릴 적 시골생활에 대한 향수가 강했다”라며 “사실 목회자가 저에게 맞지는 않았다. 수행의 성격이 강한 불교나 천주교가 적성에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수행한다고 생각하고 농사일을 하는 것”이라며 귀농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서 대표의 이런 결심에는 무엇보다 아내의 힘이 컸다고 한다. "도시의 삶에 지친 제게 아내가 말하더군요. '이렇게 도시에서 사는 건 아닌 것 같다. 시골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라고요.”

때마침 지금 이 집에 사시던 누님이 다른 곳으로 가시고 비어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저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져 내려왔다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충남 논산 가야곡면에서 서승광 서풍골생명농원 대표가 가마솥을 닦고 있다. 2020.8.2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충남 논산 가야곡면에서 서승광 서풍골생명농원 대표가 가마솥을 닦고 있다. 2020.8.2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장류에 자연을 담고자 노력하다

서 대표는 직접 무공해 콩 농사를 지어 장을 담가 지인들을 중심으로 판매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당시 논산에 내려왔을 시기가 6월 이어서 콩 농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주변 지인들로부터 콩 두말 정도(약 16kg) 사서 메주를 띄우고 장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마솥 두개로 시작한 장 담그기는 규모가 점점 커져 자연스레 가공을 전용으로 하는 공간도 만들었다.

규모가 커지면서 서 대표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유기농 콩을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그만큼 농촌에 일손이 없는데다 유기농으로 콩농사를 짓는 농부는 더 찾기 힘들다. 논산에 1만 가구 농가 중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가는 저희(서풍골) 포함 4곳 밖에 없다”라면서 “어려운 콩농사지만 스스로 직접 농사를 짓기에 무엇보다 자부심이 앞섰다”고 농사가 곧 종교적 수행과도 같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많은 양의 콩을 직접 농사를 짓고, 다시 이를 장으로 담그는 과정을 혼자서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일손을 보탰던 아내가 생활유지를 위해 시간제 약사로 근무를 하면서 직접 콩을 재배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서 대표는 현재 학교급식 납품용으로 준비하고 있는 제품은 예산에서 재배한 국산콩으로, 일반 제품은 한살림생협에 위탁재배 형태를 통해 유기농콩을 사용하고 있다.

◇재래 장류 보급 확대에 나서다

서풍골은 2019년 12월23일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전통식품 품질인증(간장과 된장 부문)’을 받았다.

우리나라 전통장의 우수성과 전통식문화의 보급을 위해 논산시는 2017년부터 친환경 로컬푸드 급식데이사업을 통해 ‘전통장 교실’을 지원해 왔다.

서 대표는 현재 서풍골 제품을 충남도내 전 학교 급식실 납품을 위해 더욱 정성들여 장을 담그는 것은 물론 납품 심사 통과를 위한 행정적 준비에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충남 논산 가야곡면에서 서승광 서풍골생명농원 대표가 직접 제조한 된장과 간장을 소개하고 있다. 2020.8.2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충남 논산 가야곡면에서 서승광 서풍골생명농원 대표가 직접 제조한 된장과 간장을 소개하고 있다. 2020.8.2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진정한 귀농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

귀농을 한지 어느덧 17년이 지난 서 대표는 “되도록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고 해 딱히 힘든 시기는 없었다”며 “주민들과의 관계도, 농사일에 대해서도 늘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지난 세월을 회고했다.

그는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서 대표는 “이웃들과의 친밀감 조성이 중요하다. 제 고향이지만 저도 처음에는 이방인이었다”라며 “이방인이든, 주민이든 같이 살아야하는 부분이 있다. 여러 가지 소개받을 일도 많죠. 혼자서 뭘 해보겠다며 고집피우다 보면 귀농에 실패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보통 도시에서 내려온 분들은 계산서를 뽑아서 와요. 올해는 뭘 하고, 내년엔 뭘 하면 돈을 벌겠지 생각해요. 제가 와서 느낀 건 절대 계산대로 안 된다는 것”이라며 “농사가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은 자연적인 부분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지 저는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성직자의 삶을 접고 어느덧 귀농 17년차에 접어든 서승광 대표는 그리 특별한 목표는 없다고 한다.

그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농부의 삶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초보귀농인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고 욕심 없이 살겠다는 게 그의 인생철학이다.

성도들에게 존경받는 목회자길을 떠나 자연의 품에 안겨 자연과 함께 꿈꾸고 가꿔 나가는 귀농인 서승광씨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km503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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