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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BJ 관심 끌려 큰손 행세”…20대 살인자의 가면(종합)

5000만원 대출까지 받아 탕진 후 돈뺏을 대상 물색
10일 검찰 송치…강도살인, 시신은닉 미수 등 혐의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오현지 기자 | 2020-09-10 11:45 송고
31일 오후 12시 제주시 도두1동 제주국제공항 인근 이면도로 옆 호박밭에서 30대여성 변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2020.8.31/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31일 오후 12시 제주시 도두1동 제주국제공항 인근 이면도로 옆 호박밭에서 30대여성 변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2020.8.31/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제주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한 20대 남성이 인터넷방송 여성 BJ에게 선물 공세를 하며 큰손 행세를 해왔으며 대출까지 받았으나 전 재산을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월세방에서도 도망친 그는 탑차에서 숙식을 하면서도 BJ에 집착한 끝에 돈을 위해 살인까지 저질러 검찰에 송치된다.

제주서부경찰서는 10일 피의자 A씨(28)를 강도살해, 시신은닉 미수, 신용카드 부정사용,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8월30일 오후 6시50분쯤 제주시 도두1동 제주민속오일장 후문 밭에서 B씨(39·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8개월 전부터 인터넷 방송에 빠져 매일 10시간 이상 여러 명의 여성 BJ와 대화를 하고 더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해 10만원부터 최대 200만원의 고가의 선물을 해왔다.
일정한 직업이 없던 피의자는 5500여 만원의 대출까지 받으며 큰손 행세를 해왔으며 BJ와 직접 만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재산을 모두 탕진한 그는 살고 있던 원룸에서도 월세가 밀려 범행 이틀 전 주인 몰래 도망쳐 탑차에서 숙식하며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의자가 2년 전 인터넷에서 구입한 흉기를 가지고 다니며 취객이나 여성을 상대로 위협해 돈을 빼앗을 목적으로 대상을 물색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피의자는 3일간 범행 대상을 찾던 중 피해자가 홀로 걸어가는 모습을 발견한 뒤 미리 동선을 예상해 현장에서 기다리다가 피해자가 다가오자 흉기로 위협한 끝에 저항하는 피해자를 살해했다.

피의자는 범행 5시간 후인 31일 0시17분쯤 다시 현장을 찾아가 피해자가 사망했는지 확인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는 동시에 시신 유기를 시도하다 포기하고 도주했다. 이때 피해자의 핸드폰과 신용카드를 가져간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오후 10시48분쯤 서귀포 한 주차장에서 긴급체포된 피의자는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두 차례 식료품 등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31일 오후 12시쯤 시신이 발견되면서 범행이 드러나자 검거 전까지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찾아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오후 12시 제주시 도두1동 이면도로 옆 밭에서 여성 변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2020.8.31/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31일 오후 12시 제주시 도두1동 이면도로 옆 밭에서 여성 변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2020.8.31/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경찰은 “피의자는 생명 존중에 대한 인식 없이 오직 돈만을 노리는 심리상태로, 검거되지 않았다면 추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며 “생계 유지 때문이 아닌 미리 계획한 흉악한 범죄로 보고 있으며 이는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해 가중 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또 “성폭력 여부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야 할 부분”이라며 “피의자 심리 상태에 대한 추가 조사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제주민속오일장 주변과 귀갓길 등에 대해 긴급 범죄예방 진단을 실시하고 편의점 등 취약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자신을 피해자의 아버지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피의자의 계획 살인을 주장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그는 “저의 딸(피해자)은 편의점에서 주말도 쉬지 않고 매일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했다. 집에서 편의점까지는 걸어서 약 1시간30분이 걸리는 거리”라며 “교통비라도 반으로 줄여 저축하기 위해 눈이나 비가 안 올 때는 걸어서 퇴근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는 1톤 탑차를 소유하고 택배 일도 했다는데 일이 조금 없다고 그런 끔찍한 일을 할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요즘 막노동만 해도 하루 일당으로 일주일은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교통비를 아끼며 출퇴근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흉기로 살인했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계획 살인을 주장했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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