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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쓸테니 이것 좀 사다주세요”…사장님 두번 울리는 ‘댓글 테러’

배달 앱 ‘댓글’ 영향력 커지자 부작용도…별점 테러도 ‘스트레스’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2020-09-11 07:07 송고
자영업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른 매출 부진에 배달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으며 직접 배달을 고민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추가 비용 지출까지 더해진다면 폐업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서울의 한 식당가 밀집지역에서 배달원이 음식 배달에 나서고 있다. 2020.9.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자영업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른 매출 부진에 배달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으며 직접 배달을 고민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추가 비용 지출까지 더해진다면 폐업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서울의 한 식당가 밀집지역에서 배달원이 음식 배달에 나서고 있다. 2020.9.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서울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A씨는 탕수육 맛이 없다는 리뷰와 쓰레기통에 버려진 사진이 배달 앱에 올라오자 앱 주문을 더는 받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평점 4.8점을 꾸준하게 받은 상황에서 쓰레기로 변한 자신의 음식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리뷰를 확인하고 그날 장사를  접었다"며 "음식 맛은 주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10년 중식 경력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배달 앱 주문이 증가하는 만큼 리뷰 관련 고충도 늘고 있다. 고객 대부분이 리뷰와 별점을 참고해 주문하고 있어 자칫 악플이라도 달린다면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일부 고객들에게 '리뷰 갑질'까지 당하고 있다며 장사를 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도 커진다고 하소연한다.
◇ 평점 낮으면 매출 하락 직격탄

11일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8월 24일∼30일) 1주일의 전체 주문 건수는 전달 대비 26.5% 늘었다.

업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그동안 배달 앱을 이용하지 않던 이들까지 배달 앱을 사용하면서 주문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치킨·피자·중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배달 주문 증가로 이어졌다.
리뷰의 중요성은 배달 음식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고객들이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배달 음식을 선택할 때 리뷰를 꼼꼼하게 참고하기 때문이다. 평점이 낮다면 새로운 시도가 꺼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입점 자영업자는 매출과 직결되는 리뷰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한 자영업자 K씨는 "원가 부담이 크지 않은 소스를 무료로 주며 손글씨로 '별 5개 부탁한다'라는 마케팅을 한다"며 "주문자 절반 이상은 댓글을 달지 않지만 평점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음식 맛과 관련 없는 이유로 받는 낮은 평점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더 속이 상한다. 비가 오거나 주말이면 기사 배정이 늦어져 1시간 이상 배달이 지연되기 일쑤다. 일부 고객은 불만을 별 한개 '평점 테러'로 표출한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고객이 배달 지연을 자영업자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리뷰 댓글에 현재 배달 여건을 설명해도 비슷한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후 음식배달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배달 업계는 ‘배달원 모시기’ 전쟁 중으로 배달의민족은 지난 7월 프리미엄 배달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의 라이더 1000여명을 추가 모집해 3000명까지 늘렸다. 사진은 4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위치한 배달의 민족 라이더스 센터의 모습. 2020.9.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후 음식배달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배달 업계는 ‘배달원 모시기’ 전쟁 중으로 배달의민족은 지난 7월 프리미엄 배달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의 라이더 1000여명을 추가 모집해 3000명까지 늘렸다. 사진은 4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위치한 배달의 민족 라이더스 센터의 모습. 2020.9.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리뷰 쓸 테니 심부름 해달라" 고객 갑질도 늘어

일부 고객은 입점 업체가 리뷰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자영업자는 이들 요청을 무시한다면 평점 테러를 받을 수 있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치킨집 사장 B씨는 "편의점에서 온갖 식료품을 대신 구매해 달라는 고객 추가 요청 사항이 있어 황당했다"며 "리뷰를 쓸 테니 추가 메뉴를 무료로 달라는 손님도 있다"고 전했다.

몇몇 자영업자는 평점 스트레스로 배달 앱 입점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대신 주변 지역에 광고지를 돌리고 단골에게 할인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으로 매출 보완에 나섰다. 

한 족발집 사장은 "매운 '핫 족발'을 뜨거운 메뉴로 이해하고 주문했다는 고객에게 별 1개를 받았다"며 "리뷰를 통한 긍정적 피드백보단 부정적인 면이 더 늘고 있어 괴롭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배달의민족도 악성 리뷰를 방지하는 조치에 돌입했다. 고객이 최초 리뷰 작성 후 삭제하면 해당 주문 건에 대해 재작성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리뷰 작성 기한도 기존 7일에서 3일로 줄였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리뷰 93%가 주문 3일 이내에 작성됐다"며 "리뷰를 악용하는 일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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