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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광주 민간공항 누가 달라고 했습니까?

광주 군공항 이전 놓고 광주-전남 갈등 최악으로
상생발전방안 뭐가 있는지 머리 맞대고 논의해야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2020-09-09 05:30 송고 | 2020-09-18 16:35 최종수정
박영래 기자. © News1

희한한 논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 군공항을 전남에서 받지 않겠다고 하니 민간공항 이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다. 

한술 더 떠 이를 시민권익위에서 정책으로 제안하면 광주시가 검토하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전남지역의 답은 하나다. "누가 민간공항을 달라고 했습니까? 군공항도 민간공항도 보내지 마세요"다.

광주 군공항 이전을 둘러싸고 대안을 찾으려는 토론과 논의는 보이지 않고,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한 한편의 막장드라마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바다로 나아가야 할 큰 배가 지금 산으로 향하는 형국이다.

2007년 무안국제공항 개항을 앞둔 시점의 관련 기록들을 살펴봤다.

무안국제공항은 당시 건교부의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의해 목포공항과 광주공항을 대체해 국내선 간선과 중‧단거리 국제선 기능을 수행해 호남권 거점 공항 역할을 하도록 계획돼 건설됐다.

2007년 11월 무안공항 개항과 함께 광주공항과 목포공항의 모든 기능은 무안공항으로 통합한다는 게 정부와 해당 지자체의 확약이었다.

하지만 합의는 쉽게 깨졌다. 무안공항 개항을 앞두고 광주경총과 광주시관광협회 등은 광주공항의 기능 이전을 강력히 반대했다.

결국 건교부가 중재에 나서 '광주공항 국제선 이전, 국내선 존치'로 결론이 났다.

3056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환황해권의 거점공항이 되겠다던 무안공항은 반쪽으로 개항했다. 이후 '식물공항', '무늬만 국제공항'이라는 각종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광주공항의 기능을 이전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광주'에 대한 전남도민들의 '원망'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광주 군공항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공군1전비 제공)2020.6.24 /뉴스1 © News1

국제선 중심의 무안공항, 국내선 위주의 광주공항이 동시에 운영되면서 두 공항 모두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역이기주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9년 광주지역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슬그머니 '국제선 재유치 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광주와 전남의 갈등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2014년 호남선KTX 개통에 맞춰 광주공항 국내선 기능을 무안공항으로 완전히 이전하겠다던 광주시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양 시도의 '상생'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한동안 공항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광주 군공항 이전이 지역의 새로운 현안으로 급부상했고, 2018년 지방선거서 당선된 이용섭 광주시장은 "아무런 조건 없이 광주공항의 민간공항 기능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하겠다"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전남지역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도민들은 오히려 고개를 갸우뚱하며 "10년 전에 실행했어야 할 약속을 이제서야 아무런 조건없이 하겠다?"라며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광주시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2년여 동안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한발짝도 진척되지 못하면서 사실상 정체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광주시의회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의 '분위기 파악 못하는' 행태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무안군은 28일 군청 회의실에서 광주 군공항 이전 반대 제2기 범대위 출범식을 가졌다.(무안군 제공)2020.8.28 /뉴스1 © News1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정환 의원은 "민간공항을 전남에 아무런 조건 없이 이대로 보내서는 안된다. 군공항 이전 확정 이후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공개 발언을 했다.

일부 시민단체도 이에 동조하면서 '민간공항 이전 반대'를 지역사회의 공식 토론안건으로 상정하겠다는 어이없는 발언마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은 강대강으로 확산되면서 무안군도 '군공항 이전 반대 제2기 범대위'를 출범하면서 "반드시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을 막아내겠다"는 입장을 한번 더 확인했다.

그러면서 "군공항과 민간공항은 별개임에도 불구하고 민간공항 통합을 군공항 이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이를 상생이라고 포장해 무안군민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는 그들의 행태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는 '받으라면 곱게 받을 것이지'가 아니다. 이전을 통해 양 시도가 얻을 수 있는 상생발전 방안이 어떤 게 있는지를 서로 머리를 맞대고 찾는 게 급선무다. 감정싸움의 대상으로 올라서는 안된다.

김영록 전남지사를 향해 약속을 파기했다고 몰아세울 상황도 아니다. 주민투표로 선출되는 지자체장이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제 갈길을 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당신들도 참기 힘들다는 군공항을 왜 자꾸 우리한테 떠넘기려 하느냐"는 게 전남도민들의 단순한 입장이다.

이에 대한 광주시의 그럴싸한 설득논리는 아직껏 아무것도 나온 게 없어 보인다.

산으로 오른 배는 오도가도 못하게 된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