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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멈춘 원전, 계속되는 이상기후에 '안전 문제' 도마 위

신고리→고리→월성 원전 태풍영향 등에 가동 멈춰
환경단체 "이상기후 현상 잦아져 원전 위험성 가중"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2020-09-08 07:10 송고
경주 양남면 월성 원전 앞에 큰 파도가 치고 있는 모습./뉴스1DB
경주 양남면 월성 원전 앞에 큰 파도가 치고 있는 모습./뉴스1DB
 
잇단 태풍에 정상 운전 중이던 원자력발전소 설비가 멈춰서면서 '원전 안전'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태풍·폭우 등에 취약한 원전 안전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8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10호 태풍 '하이선'이 동해안을 타고 북상한 7일 오전 8~9시 사이 경주 월성원전 2호기와 3호기의 터빈이 각각 자동 정지됐다. 태풍이 몰고 온 강한 비바람에 외부 전력계통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월성 원전은 국내에 가동 중인 24기 원전 가운데 유일하게 안전에 취약한 '중수로' 원전이다. 가뜩이나 안전성 논란에 조기 폐쇄 요구가 거센데 불미스러운 사고까지 나면서 안전 논란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더욱 확산할 분위기다.

앞서 이달 초 부산을 지나던 제9호 태풍 '마이삭' 때도 기장군에 있는 신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신고리 2호기, 고리 3호기, 고리 4호기 등 4개 원전이 차례로 모두 멈추기도 했다.

한수원 측은 외부 전력계통 문제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고리 원전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때도 침수 피해로 4기 원전 가동이 정지된 바 있다.
연이은 태풍이 강타하기 직전인 지난 7월23일에는 울산 울주군에 있는 신고리 3호기와 4호기가 당시 내린 폭우로 송전 시설 일부가 침수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울주군에 하루 최대 215.5mm 비가 쏟아지면서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외부로 보내는 시설(스위치야드 관리동, 송전선(GIB) 지하터널)에 빗물이 유입된 것이다.

한수원 측은 지하터널 내 설치된 배수펌프를 이용해 신속히 배수를 완료했다. 하지만 원전과 관련된 사건사고 때 즉시 지역주민에 알린다는 약속과 달리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해당 기초단체장이 발전소에 항의 방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후쿠시마 핵사고 2주년 사진-포스터전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2013.3.11 머니투데이/뉴스1DB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후쿠시마 핵사고 2주년 사진-포스터전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2013.3.11 머니투데이/뉴스1DB
 
국내 원전이 태풍이나 폭우, 해일 등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감사원이 지난 2016년 12월 공개한 '국가 주요기반시설 안전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만 보더라도 국내 주요 원전 시설이 태풍 등으로 발생한 파랑(波浪)에 취약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당시 감사 결과서에는 월성·한울·고리·한빛 원전을 대상으로 50년 빈도의 심해설계파(해안구조물 및 항만의 설계 시 적용하기 위한 먼바다 기준 파도)를 기준으로 안전성 분석을 했더니 최소 마루높이(항만 구조물 최상부의 높이) 기준치 등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태풍·폭우로 발생한 사고는 대부분 전력계통 문제였다. 원전은 운전 중이 아닐 때도 냉각장치를 가동해야 해 외부에서 반드시 전력이 공급돼야 한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현에 있는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사고 역시 전력 공급 중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 설비가 침수된 후 전력 공급이 끊겼고, 냉각장치 작동 중단으로 폭발이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대량 누출된 사고였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안전 문제가 급부상했지만, 태풍·폭우로 인한 원전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원전 안전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유례없는 긴 장마와 집중호우 사태가 벌어진 이번 여름처럼 예측하기 힘든 이상기후가 잦아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 폭우, 초강력 태풍 등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성희 녹색연합 전환사회팀장은 "기후 위기로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는데 이를테면 100년 만에 나올 대규모 자연재해가 1~10년 빈도로 찾아오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원전 위험성은 더 가중될 것"이라며 "특히 원전 대부분이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어서 태풍·해일 등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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